“붕어빵 맛있습니다. 방금 구워내 더 맛있으니 드세요”

30대 초반의 인상이 너그러운 청년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여대생들에게 붕어빵을 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남편의 장사를 돕고 있었다.

청년은 초등학교 졸업이고, 여성은 대학교를 나온 재원(才媛)이었다. 그런데, 붕어빵을 파는 장소가 하필이면 여성이 졸업을 한 대학교, 숙명여대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출신 학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여, 불매운동이 일어나 적지 않은 수모와 생활고까지 겪게 되었다.

이 진실한 사랑의 이야기는 1985년경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그때에는 많은 화젯거리가 되었었다. 이 당시 나는 청파동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이 부부는 내가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은 그 부부의 집에 가서 다른 청년들과 함께 등산용 버너로 삼겹살을 구워먹은 기억이 난다.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36년이 지난 <붕어빵장수와 여대생 사랑이야기>를 다시 보았다. 참으로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들…! 허세 虛勢와 가식 假飾이 없는 진실한 사람들이었다.

아침식사 후, 집사람은 유태인의 3500년 된 학습법을 한국식으로 적용한 하브루타 성경공부가 있다며?나가고, 나는 동구리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뚝길을 천천히 걷는데, 노란 금계국 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뚝길 끝의 하얀 찔레꽃도 어느덧 얼굴을 숨기고, 그 아래 접시꽃이 수직으로 서서 빨간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맞이한다.

붕어빵과 여대생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문득 신은 어디에 숨어 계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신은 어디나 편재 遍在하시지만, 좀처럼 우리가 만나 뵙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각자 우상 偶像이 있다. 그 우상은 대체로 힘있고, 잘생기고, 돈과 권력, 지위, 능력이 많이 포함된 이미지다. 성경에도 2천 년 고대해온 메시아가 왔지만, 사람들(유대인)은 그 메시야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다윗 왕과 같은 힘과 미와 권세, 찬란함을 지닌 메시야를 고대했으니, 냄새나는 마구간의 힘없는 아기가 어찌 메시아임을 알아볼 수 있으랴?! 그렇다면 지금도 신은 편재 偏在하시어 내가 만나는 곳곳, 어디에나 계시는데, 내 마음속의 이미지 때문에, 이미 나타나 계신 신을 우리가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닐까?

36년전, 당시의 청파동 거리는 발랄한 여대생들과 사람들이 붕어빵 리어카를 활기차게 지나갔다. 그에 비해 이들의 생존의 터는 초라했다. 더욱이 명문 여대를 마친 여성이? 자신의 학교 바로 앞에서 붕어빵을 남편과 함께 굽고 팔다니.! 이들의 초라한 행색에?청운 靑雲의 꿈을 지닌 여대생들과 이런 학생들을 나라의 인재 人才로 키워내려는 교수들의 눈에 이들은 얼마나 상반 相反된 모습으로 비쳤을 것인가?

그런데 어찌 보면 진정한 신 神은 이들의 순박함과 진실함과 초라함 속에 계신 것은 아닐까!

성경은 우리에게 으뜸이 되려면 섬기는 자가 되라고 하고, 이사야서 53장에서는 수난 받는 야훼의 종이 메시야의 모습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볼품이 없으며, 언제나 병을 앓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멸시를 하였다. 그는 우리가 받아야 될 고통과 슬픔을 대신 겪었다.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나온다.

왜 메시아를 그토록 고대했으면서도 눈앞의 메시아를 못 알아본 것일까? 그것은 우리 마음속의?잘못된 우상 때문이 아닐까? 재림의 주님은 위엄과 광채로 나타나시겠지만, 재림이전 以前까지는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야훼의 종이 나타나시기에 우리는 메시야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교회당에서 사도신경을 외우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타나는 편리 便利한 신, 축복기도를 하면, 자신의 상태가 대죄 大罪이던 아니던, 무조건 제대 위에 살과 핏덩이로 나타난다는 신, 그런 신은 어떤 신인가? 그런 외적 外的인 신관념 神觀念을 갖고 있는 한, 도처에 사람들 속에?내재 內在해 숨어계시는 신을 발견 못 하고 계속 힘 있고 찬란한 외적 外的 우상 偶像들을 찾느라고 헤메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낮은 곳,
천하고 냄새나는 곳,
도무지 볼품없는 모습과 고통받는 이들 속에? 신은 계시는데
나는 눈을?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동구리 호수의 운동기구들과 정자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꺾어 기도의 다리에 접어든다.

기도를 하며,
오늘은 좀 더 강생하여 육화 肉化해 계신 주님을
좀 더 잘 느끼고
좀 더 잘 알아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새들의 소리가 내 마음의 소리에 화답 和答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