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늘과 새 땅-

새싹이 돋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경험한 사람은 추운 한겨울 한가운데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봄을 확신속에서 기다릴 수 있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새 하늘과 새 땅을 가슴에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가슴에 품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이미 새 하늘과 새 땅의 기쁨을 맛보며 살고 있으며 이 땅에 확실히 이루어질 그날을 바라보며 인내하며 소망가운데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을 의미한다. 과연 이러한 놀라운 기쁨과 소망의 사실이 현재 얼마나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최성규: 새롭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우리는 늘 새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의 새것은 시간이 지나면 늘 헌것이 된다. 오늘 본문의 새것은 우리가 경험한 새것과는 다른 것이다. 변하지 않는 새것, 언제나 새것, 예수님이 다시금 이 땅에 이루시는 그 새 하늘과 새 땅은 지금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에 참다운 희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김종우: 조직신학의 입장에서 보면 실현된 종말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종말사이에 우리들이 있다. 예수 안에서 이미 나에게 주어진 종말의 의미를 안다면 우리는 능히 이 땅에서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대망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루어질 새 땅과 새 하늘은 우리의 삶의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철영: 중요한 것은 이미 예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성도로서 걸 맞는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십자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하고 십자가를 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의 군사로 살며 부분적으로나마 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윤병선: 성도로서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은 어렵고 고통 많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힘과 용기가 되어 줄 것이다. 초대 기독교 역사에 믿음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믿음의 선배들을 , 또 우리나라 일제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의 고통과 수난의 역사가운데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버린 것을 생각해 보라! 누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했는가! 오늘도 우리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다.

윤장한: 오늘 계속 새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새롭게 된다는 것은 하나의 변화이다. 우리를 새롭게 하신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삶의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이 바뀌는 것이다. 예수는 우리를 새롭게 한다. 그런데 그 시점은 과거와 미래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예수는 우리를 새롭게 하신다. 매일 매일, 그래서 우리는 그 새로움 속에서 사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쁨과 환희, 감사가운데서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김명신: 이 새롭게 하는 능력은 무엇보다도 오늘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예수를 믿는 나에게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새롭게 되고 나로 인해 타인이 새롭게 되고, 우리로 인해 사회가 새롭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사명자가 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 그 나라를 완성 할 수 는 없다. 그 날과 그 시기는, 그 결정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 단지 우리는 그 날이 올 때 까지 사마리아와 온 유대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할 뿐이다

우철영: 나는 목회자다. 나는 나 스스로 새로운 존재로 살아가야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새롭게 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나도 새로운 삶을 살지 못하면서 또 다른 누구를 새롭게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본문과 질문들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주고 있다. 나는 과연 주님 앞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새로움을 가장한 체 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김종우: 어떻게 이 나라를 상속받을 수 있겠는가? 오늘 본문에서처럼 신랑을 위해 단장한 신부의 모습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한 정절개념이다. 세상에 많은 것이 있지만 오직 하나의 열정, 세상의 많은 사람이 있지만 한 삶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그것이 교회와 그리스도가 될 수 있다면 새 하늘과 새 땅은 “그 사람의 것”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이 되자. 부끄럽지 않은 “그 사람”이 되자.

좋은 사람을 만나면 숨이 트이듯, 좋은 건물도 사람의 숨을 트이게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건물, 끝없이 펼쳐지는 아파트는 집이라기보다는 감옥 아닌 감옥이 되어 우리 숨통을 조인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던 나는 눈과 마음이 굳어져 건물이 인간의 영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독일로 이사하고 유럽의 건축물들을 만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연 환경과 어찌 그렇게 기막히게 어울리는 건축물을 지었는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풍광들을 종종 만났다. 대도시도 우리나라처럼 삭막하지 않았다. 공원과 녹지대가 충분해 높은 건물들도 부담스럽지 않고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들도 사람을 이렇게 편안하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건물이 영성이 깃들인 살아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 것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성모자 성당을 보았을 때였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죽은 것들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건축물은 사람의 영성대로 창조되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건축이란 인간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각인하게 되었다.

산돌학교가 기숙사를 짓기 시작하였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영성이 깃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기숙사에 산돌의 혼을 실을 수 있을까를 물었다. 건축가는 먼저 산돌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내가 원하는 기숙사’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이들의 단순, 소박, 재기 발랄한 바램들을 살피고, 학교 건물이 어떠해야 할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축 철학과 방향을 정했다.

(1)영성: 하나님과 교제가 일어나는 배움터를 지향한다.

(2)교육: 자유와 창조성이 발현되는 배움터를 지향한다.

(3)생명: 자연의 길을 따르는 생태적 배움터를 지향한다.

(4)오래된 미래: 전통과 현대가 창조적으로 어우러지는 배움터를 지향한다.

초기 설계도를 놓고 수없이 고치고 토론하고 또 고쳤다. 그때마다 건축가는 산돌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우리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조감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의 전통 서원처럼 ㄷ자형으로 건물을 배치하기로 했다. 강학당 講學堂을 중심으로 동재 東齋와 서재 西齋로 나누고, 동재는 기숙사로 서재는 교실로 배치했다. 특히 <강학당>은 2층 한옥으로 지어 기도와 명상, 선학들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찾아가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사생활이 보호되면서도 평화로운 공동체 문화를 배우는 자치와 살림의 공간이다. 쾌적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햇빛이 하루 종일 드는 동남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단열과 환기, 수동지역의 습기를 고려해 자연스런 통풍이 되도록 건물 전체를 띄었고, 각방에 천정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장차 환기장치를 보강할 계획이다. <교사 校舍>는 흙벽돌을 사용해 생태적 가치를 부여했다. 후에 2층에 도서관을 증축할 것을 고려해 구조적 보강은 철근과 시멘트로 하였다. 철근, 콘크리트, 흙이 함께 사용된 건물은 쉽게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시멘트의 딱딱한 느낌을 감추기 위해 나무로 지붕 테두리를 두르고, 기숙사와 강학당에서 내려다볼 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지붕에는 잔디공원과 휴게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이며 저비용 고효율 건축을 위해 초기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지열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열이 중요했다. 후에 산돌학교 기숙사는 패시브하우스의 70% 정도의 효율을 올리는 건물로 태어났다. 한 겨울에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몇 년 모니터링을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의 지열시스템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은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 처음 건축 논의가 시작되고 완공하기까지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실망하고 희망하고 지치고 다시 일어서고 하던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공부요 교육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