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님의 질문을 받고 저도 지금 출애굽기 34장을 펴서 읽고 있습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서 40일 동안 주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고 되어 있네요. 그 동안 모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네요. 하나님께서 두 돌 판에 새겨 주신 십계명을 가지고 산 아래로 내려 왔네요. 모세가 산에서 내려올 때에, 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고요. 성경은 그것을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눈 징표로 보고 있군요. 모세의 형 아론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모세를 보니까, 모세 얼굴의 살결이 빛나고 있었다지요? 그래서 그들은 그에게로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했고요(30절). 모세가 그들을 부르자, 아론과 회중의 지도자들이 모두 그에게로 가까이 갔지요. 모세가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거니까,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 그에게로 가까이 갔고, 모세는, 주님께서 시내 산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명하였지요. 모세는, 그들에게 하던 말을 다 마치자, 자기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군요(33절). 그러니까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을 전달하는 동안은 모세가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지 않았군요(34절). 또 보니까, 모세는, 회막 안으로 들어가서 주님과 함께 말할 때에도 수건을 벗었고요(34절). 그런데, 회막에서 나와서, 주님께서 명하신 것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 때에는, 아마 이런 일이 반복되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할 때에도 모세는 여전히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35절이 좀 이상하군요.

개정 출 34:35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얼굴의 광채를 보므로 모세가 여호와께 말하러 들어가기까지 다시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새번역 출 34:35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게 되므로, 모세는 주님과 함께 이야기하러 들어갈 때까지는 다시 자기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

위의 번역은 둘 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할 때 마치 백성들이 모세의 얼굴에 빛이 나는 것을 못 보게 하려고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네요. 그러나 이미 33절에서 확인했듯이 모세가 회중들에게 말할 때는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안 가렸지요. 말을 마치고 나서 얼굴을 가렸지요. 그러나 회막에 들어가 주님과 말을 할 때는 그 수건을 벗었지요. 여기 35절에서도 백성들은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에 모세의 얼굴이 빛나는 것을 본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모세는 말을 마치고나서 다시 회막에 들어갈 때까지 얼굴을 가린 것이지요. 1995년에 나온 Contemporary English Version이 이러한 습관적인 반복 행동을 아주 분명하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에게 말을 전하고 난 다음에 얼굴을 가립니다.

CEV Ex 34:35

They could see that his face was still shining. So after he had spoken with them, he would put the veil back on and leave it on until the next time he went to speak with the LORD.

그러면 모세가 평소에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미 우리는 30절에서 모세의 얼굴이 빛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두려워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사람들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모세가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추측일 뿐입니다. 주석가들에 따라서는 공무를 수행하는 동안 곧 하나님과 대면할 때, 그리고 하나님과 대면하여 들은 내용을 백성에게 전달할 때만 얼굴을 내놓은 것이니까,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는 것은 신탁 전달의 끝난 것을 말하는 의식 儀式이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역시 상상에 불과합니다.

참 이상한 견해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바울의 견해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 3:13에서 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개정 고후 3:13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장차 없어질 것의 결국을 주목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건을 그 얼굴에 쓴 것 같이

새번역 고후 3:13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 얼굴의 광채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 얼굴에 너울을 썼지만,

CEV 2 Co 3:13

His face was shining, but he covered it to keep the people of Israel from seeing the brightness fade away.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의 빛나는 얼굴을 보고 두려워할까봐 모세가 자기 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모세는 지금 뭔가를 감추고 있습니다. 모세는 지금 자기 얼굴의 광채가 사라져 가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자기 얼굴을 가리곤 했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평소에 왜 자기 얼굴의 광채를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는지는 이런 여러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