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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여분이 지났는데, 짱구는 이미 양쪽 눈언저리와 왼쪽 주둥이 옆에서 피가 흐르고, 고양이는 다만 등줄기를 두어번 설물린 정도였죠.
짱구는 고양이 주위를 빙빙 돌며 주위를 엿보고,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짱구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죠. 그러자 조련사는 숙달된 훈련견을 풀어놓고, 녀석은 으스대며 다시 한 번 짱구에게 시범을 보이더래요.
그리고 이틀 후, 조련사는 고양이를 한 마리 다시 구해와 내가 보는 앞에서 짱구와 싸움을 붙였어요.
짱구는 나를 한 번 힐긋 돌아보더니 고양이를 물기 시작했어요. 맨 처음 문 곳은 고양이 앞다리와 가슴 사이, 두 번째는 등골, 마지막으로 숨통을 물었죠.
짱구는 계속해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와 싸웠어요. 그리고 드디어 우린 한 살이 되었어요.
짱구는 가슴도 떡 벌어지고 키도 컸어요. 몸길이도 자랐죠.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암캐답게 동글동글, 보들보들, 속눈썹만 길죠.
대장은 짱구를 싸움개로 만들 작정이었죠. 이젠 아예 ‘전쟁’을 시켰어요. 나이가 비슷하고 적당한 실력을 갖춘 투견을 찾아내 게임을 시켰어요.
짱구의 훈련강도는 점점 높아졌어요. 전에 하던 훈련 양에 ‘오토바이 끌어주기까지’ 보탠 거죠. 오토바이 끌어주기란 내 목줄을 묶은 오토바이가 앞에서 달리면 나도 질주해야 되는 거죠.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 거기에서 다시 7킬로미터, 9킬로미터로 거리를 늘려가요. 거리뿐만 아니라 속도까지 높혀요. 그렇게 달리다보면 완전 녹초가 돼요. 그쯤에서 자동차에 싣고 고지로 올라가요. 산꼭대기에 내려놓고는 짱구 혼자 지친 몸으로 산을 타게 했어요.
훈련은 본게임 이틀 전까지 계속돼요. 그러고는 편안히 쉬게 하죠. 그 기간 동안 짱구는 보리차와 날고기를 먹고, 식사 후에는 쇠고기에서 빼낸 떡심줄을 씹어요. 이를 튼튼히 해야 상대편 몸에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거죠.
이틀 후, 짱구는 마침내 경기장으로 갔어요.
나도 따라갔죠. 물론 대장과 함께 가서, 대장 곁에 얌전히 앉아있었죠.
짱구는 조련사와 함께 링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심판 지시대로 상대편 투견과 눈을 마주쳤죠. 드디어 공이 울리고, 조련사는 링 밖으로 나왔어요.
적이 먼저 짱구 귀를 물었어요. 귀를 문채 계속 흔들었어요. 짱구는 귀를 물린채 적을 구석으로 밀어붙여요. 적은 밀리면서 짱구의 다른 쪽 귀를 물려고 잠시 입을 뗐어요. 그 틈에 짱구는 잽싸게 적의 등줄기를 물어 저만치 던졌어요.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가 숨통을 물었어요. 그러나 적은 훌륭했어요. 짱구가 숨통을 물고 흔드는데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으니까요.
쉽게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어요.
20여분 지나자 둘은 지친표가 뚜렷했어요.
짱구가 이따금 이쪽을 돌아봐요.
나는 어서 끝내는게 좋겠다는 눈짓을 보냈죠.
적은 링을 빙빙 돌고 있어요.
짱구가 갑자기 공격했어요.
급소였죠.
적이 드디어 비명을 질렀죠.
그제서야 짱구는 내 곁으로 왔어요.
혀를 빼고 헉헉거려요.
나는 상대쪽을 보았죠.
주인이 치료를 하나 봐요.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누워있어요.
짱구는 상처가 깊지않아요.
그런데도 나는 웬일인지 코끝이 간지럽더니 눈물이 핑 돌았어요.
사람들은 소리지르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개들은 물리고 찢겨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잖아요.
짱구와 나는 대장 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짱구는 아예 입원을 했어요. 영양제도 주사하고 생고기도 잘게 저며 먹이더래요. 그러고는 얼마동안 편하게 쉬게했어요. 그러다가 얼마 후 사냥을 나갔는데, 이번엔 짱구가 아닌 내가 산토기를 한 마리 잡았지 뭐예요.
대장은 다시 본국에 전화를 걸었어요.
내가 산토끼를 잡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귀국할 때 꼭 나를 데려갈 거라면서, 내 귀를 뚫었어요. 빛나는 별 두 개를 달아준거죠. 대장과 똑같이요. 대장도 별이 두 개거든요.(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