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미국 LA에 있는 공동체 식구인 셀리가 남편 캔과 같이 잠깐 서울을 다녀갔다. 그들은 미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남에 갔다가 LA로 돌아가는 도중에 9시간만 서울에 체류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울 공동체식구들은 새벽 6시에 인천 공항에 나갔다. 그랬더니 그들 일행은 어느 여행사 사람들이 단체로 서울 구경을 시킨다는 것이다.

좀 허탈한 우리들은 그들이 점심을 먹는 한남동 어느 식당에서 다시 만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게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아쉬운 사랑을 나누었다. 나는 집에서부터 사과와 단감을 칼과 함께 준비를 해 나갔기에 그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과일을 깎아 그들 친구들에게도 주었다. 물론 포크도 없고 이쑤시개도 없기에 그냥 한쪽 한쪽 깎는 대로 그들 손에 쥐어 주었다.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한국 감이요, 한국 사과요”라고 해가면서.

그런데 그들에게서 이메일이 왔는데 그런 행동에서 그 친구들이 너무나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 이런 것이 바로 사람사랑이구나, 이럴 때 사람들은 사랑을 느끼는구나’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더한 감동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들이 매일 매일 호텔에서 주는 칫솔, 치약, 샴푸, 린스를 모두 거두어서 한 보따리를 만들어 온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보따리에 넣어 보내라는 것이다. 여행 다니면서 그런 잡다한 일을 잊지 않고 한다는 것은 예사 성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공동체에서 하자고 한 일은 절대로 잊지 않고 기억을 해 두었다가 실천을 하는 것이다.

중국에 사는 중국인 선미씨는 북한에 사는 자기네 친척들이 방문을 오면 선물을 잔뜩 싸주면서 반드시 자기네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하나쯤 주라는 부탁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아니면 소그룹을 통해서 할 수가 있다. 예수님 시절에는 어느 소년의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가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이루었는데 오늘날 우리도 호텔에서 얻은 비누 린스나 작은 보따리들이 북한 주민을 모두 먹일 수 있는 기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내 주위에는 북한에 물건을 보낼 수 있는 기회만 생기면 밤새도록 보따리를 싸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피곤하다가도 “북한에 물건…….”이라는 말만 나오면 벌떡 일어난다.

하나님께서 이런 사람들을 보시면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런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교회가 너무 화려하기만 하다고 하는 비난이 있을지라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의는 강물처럼 도도히 흐를 것이고 사랑은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피어날 것이다.

며칠 전에 우리는 북한에 보내는 보따리를 싸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우리가 가서 밥도 해먹이고, 옷도 입혀줄 날을 어서 오게 하소서”라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정성과 순수성이 반드시 개입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순수성이 한쪽에게만 있으면 그 사랑은 진행되어지지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이 오지 않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랑을 주는 데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또한 갑갑한 일이다.

흔히 우리는 사람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큰일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은 아주 작은 일에서 사랑을 주고받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손짓하나 눈길하나에 사랑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