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은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에 가장 충실한 물음이 될 것이다. 이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길이요, 곧 인격과 소명을 발견하는 길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과 남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예수도 일찍이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세상의 관심과 연관하여 질문하였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재차 물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예수의 이미지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주‘ 등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었다.

요한은 마치 고유 명사처럼 성서에서 ‘세례자 요한’이라 불리운다. B.C. 6~2년에 태어나 A.D. 3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역사적 인물로서 그는 나실인 Nazirite으로 살았다. 주로 광야에서 지냈다. 사막의 교부들처럼 광야와 사막의 영성을 살았다.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낙타 털옷을 입고 살았다.’ 그는 종교 지도자로서 세례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죄의 회개를 촉구하였다.

그의 세례는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 나라를 맞이하기 위하여 정결해지는 것을 주창하였다. 그러나 요한복음 1:31에서 증언한 것을 보면 메시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알리려 하였던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결국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평화의 나라, 하나님 나라를 세우러 오시는 예수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례 운동을 펼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의 출생과정이 묘사된 누가복음 1장을 보면, 아론의 후예로서 아비야 조에 속한 제사장 사가랴와 그의 아내 엘리사벳 사이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나이 많은 아버지가 가브리엘 천사의 고지를 받고 요한이 잉태되었다. 아기의 이름까지 천사가 일러준 대로 ‘요한’이라 명명할 때 입이 열렸던 만큼 사가랴는 아들의 잉태에서 출생 이후 명명까지 모두 두렵고 떨리는 경험을 하였다.

필경 사가랴는 아들을 어렵게 대했을지 모른다. 그러잖아도 나이 차이가 너무 큰 늙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 사이에는 애정 표현과 교감이 쉽지 않은 터에, 특별한 계시와 수태고지를 통하여 태어난 아들에게 아버지는 긴장하든가 경원하지 않았을까? #1번 유형의 유아기 기원을 살피면, 만 6살 되기까지 아버지와 부정적 관계에서 자란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애정 경험이 부족하든가 오리엔테이션이 부정적이다.

아버지가 멀게 느껴지거나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거리를 두거나, 아버지 앞에 서면 긴장한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제사장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제사장 반열을 이어가지 않고, 한 발 비켜서서 엣세네 Essene 처럼, 제사장 계급이면서도 광야에 은둔 생활을 하게 되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종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가 말한 바와 같이 아버지가 무섭거나 어렵게 경험하며 자란 #1번 유형 같은 사람들은 대체로 신 개념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형성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서 특히 ‘하나님이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성향이 강하다.

2. 길을 예비하는 사람

4복음서 가운데 제일 먼저 기록된 마가복음서는 첫머리에 세례자 요한을 ‘길을 예비하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특히 마가복음서는 주요 주제로 예수의 ‘여로 주제’ Journey motif를 다루면서 예수는 ‘길을 가는 사람’, ‘길을 성취하는 사람으로 대조를 이룬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막 1:4)고 말하면서 이는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 기록된 것을 인용한다. “‘주님의 길을 예비하고, 그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한 것과 같이” 라고 기록하며 예언의 성취로서 세례자 요한이 등장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또 다른 구약 말씀 가운데 말라기서 3:1의 “내가 나의 특사를 보내겠다. 그가 나의 길을 닦을 것이다”라는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세례자 요한에 대한 예언으로 이해된다.

그 뿐만 아니라 말라기 4:5에 “주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겠다”는 말씀과 연결시켜서 세례자 요한을 엘리야로 이해하였다. 예수께서도 “너희가 그 예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하면, 요한, 바로 그 사람이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라고 말씀하였다.

세례자 요한은 4복음서에 고르게 등장한다. 예언 시대의 마지막 인물로서 이해되었다. 다시 살아난 엘리야로 비쳐지기도 하였다. 볼프강 스미스 Wolfgang Smith 같은 신학자는 엘리야와 엘리사의 관계를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관계에 대입시키면서 길을 예비한 사람과 성취한 사람으로 설명한다. 특히 엘리야가 아합 왕의 부패와 타락과 우상숭배를 척결하려고 애썼던 모습을 떠올리면 죄의 회개를 주창한 세례자 요한과 동일시하게 된다.

‘주의 길을 예비하라’는 소명을 발견하고 의식한다면, 그것은 메시야를 대망하며 예비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1번 유형은 때론 지나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만큼 늘 책임 의식이 높다. 세례자 요한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또 메시야가 오시기를 갈망하며 메시야 시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사는 세례자 요한으로서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열정이 불타고 있었다.

그가 부르짖는 죄의 회개는 곧 가치관의 전환이다. 일반 대중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고 말하면서 세례자 요한은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바라보며 나눔을 역설하였다. 세리들이 물으면,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하였고, 군인들이 물으면,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게 여겨라.’고 세례자 요한은 역설하였다.

길을 예비하는 사람으로서 세례자 요한은 가치관의 변화를 이루어 냄으로써 메시야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철저히 의식하고 살았다. 이런 세례자 요한을 지켜 본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던 터에’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혹시 세례자 요한이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였다.’

이럴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 유혹이 따를 만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웬만큼 신망을 얻고 인기가 높아지고 게다가 ‘파워’가 생기면 저마다 자신이 메시야라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선포할 때 ‘온 유대 지방 사람들과 온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로 나아가서, 자기들의 세례를 받았다.’(막 1:5)고 하였을 만큼 인기가 충천하였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자 그룹이 형성되고, ‘주기도’ 보다 먼저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준 것과 같이’(눅 11:1) 공동체 기도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어떤 유혹에도 빠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길을 예비하는 사람으로 확고히 자리를 지킨다. 그는 메시야를 두고 이렇게 천명하였다.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막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