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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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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임말, 시도와 좌절
28 어려운 일을 하고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편히 쉬게 하겠습니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내 제자가 되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30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습니다.
이 번역은 1971년에 출간된 [공동번역 신약]의 번역입니다. 예수가 청중에게 하는 말을 높임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높임말 표현이 장르에 따라 잘 되었느냐 잘 못되었느냐 하는 문제는 우선 제쳐 두고라도, 우리말 성서 번역, 당시 기준 90년, 역사에서 예수가 청중에게 하는 말에 높임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어려운 일이었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번역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동번역 신약 초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교회가 다 예수의 높임말 사용을 문제 삼고 일어났습니다. 당시 통계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만, 예수의 높임말 사용에 신부 神父들과 목사 牧師들의 70%가 반대했고, 일반 평신도들 사이에서는 70%가 환영을 했다는 말을 문익환 목사를 비롯한 번역 실무자들에게서 들었습니다.
개신교 단독으로 [표준새번역]을 할 때 저는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28 무거운 짐을 지고 수고하시는 여러분, 모두 저에게로 오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편히 쉬게 해드리겠습니다.
29 저는 여러분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같은 낮은 처지의 사람입니다. 제가 메워드리는 멍에를 메시고, 제가 권면하는 대로 한 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시면, 마음이 편안해지실 겁니다.
30 제가 메워드리는 멍에는 걸치기에 편하고, 제가 지워드리는 짐은 짊어져도 아주 가벼울 겁니다.(사역)
물론 채택되지 않았지요. 결국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습니다.
28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30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표준새번역] 1993)
이 본문에 대한 감정
저는 우리말 번역에서, 청중 앞에서 말하는 예수의 이 “반말”이 싫고, 자신을 “온유하다”고 한다거나, “겸손하다”고 하는 것이 경솔한 자화자찬 같기도 했고, “내게 배우라”는 것은 오만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이 본문과는 늘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990년대 말, 세계 여러 언어 성서번역자모임에서 태국의 가톨릭 주교 조지 핌피산 George Pimpisan 신부가 아침 예배를 인도하면서, 이 본문을 현대영어번역 Today’s English Version으로 읽는 것을 듣고서, 화들짝 놀랐던 개인적 경험이 있습니다. 전혀 느낌이 달랐습니다. 낭독하는 이의 억양, 몸짓, 표정도 이 메시지가 전혀 다르게 들려오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높임법이 없는 언어인 영어 번역으로 읽었기 때문에, 낭독되는 말씀을 듣는 저는 높임법 언어에서 생기는 감정 문제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들려오는 대로, 특히 높임의 정도에 관해서는 듣는 이인 제가 원하는 대로, 아니 거의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높임의 정도를 따라, 그 본문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28 “Come to me,”라고 하는 순간 저는 예수께서 청중에게 공식적인 말씀을 하신다고 생각하고 “여러분 저에게로 오세요.” 라고 듣습니다.
“all of you” “여러분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who are tired from carrying heavy loads,” “무거운 짐 져나르느라 지치신 여러분들” (“모두 다 저에게 오세요.”)
“and I will give you rest.” “저에게 오시면 제가 여러분을 편히 쉴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29 “Take my yoke and put it on you,” “제가 메워드리는 멍에, 그걸 한번 메어 보십시오.”
“and learn from me,”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because I am gentle and humble in spirit;” “저는 권위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비천한 사람입니다.”
“and you will find rest.” “제게 오시면 여러분은 편히 쉬실 수 있습니다.”
30 “For” “왜냐고요?”
“the yoke I will give you” “제가 여러분에게 메워드리는 이 멍에는요”
“is easy,” “메기가 쉬워요. 편안한 멍에이거든요.”
“and the load I will put on you” “제가 지워드리는 짐도”
“is light.” “가볍고요.”
제가 이 말씀을 새로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때였습니다. 1990년대 말이었어요. 제 생애에서 그 때가, 제가 예수에게 접근하여, 그가 나를, 내가 그를 포옹했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민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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