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와 바알 사제들 간의 갈멜산 대결 이야기입니다(왕상 18:20-46). 그때까지 이세벨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던 바알의 사제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통쾌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는 거짓이 지배하던 시대, 그리하여 진실의 승리가 불가능해 보이던 시대에 엘리야는 진실의 승리를 믿고 목숨 건 대결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당시는 국가 권력이 바알을 숭배하도록 강제한 시대입니다. 이세벨의 독기 앞에서 야훼의 선지자들은 사시나무처럼 떨었고, 백성들은 바알과 야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습니다. 엘리야가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야훼 하나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야의 야망을 부추긴 하나님이 아닙니다. 역사현장에서, 히브리 노예들을 이스라엘 공동체로 이끌어 내신 하나님,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 약한 자를 향한 파토스를 지니신 하나님을 믿고 백성들로 하여금 그 하나님께 응답하도록 앞장선 것입니다. 그가 바알의 사제들과 대결할 때 이스라엘 12부족의 수효를 따라 취한 돌로 야훼의 단을 쌓은 것이 이를 증거합니다. 아무리 악이 준동하는 시대일지라도 연약한 이들이 합심하여 하나님께 응답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표시였던 것이지요. 엘리야는 아합의 국가 팽창주의에 맞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신적인 힘을 믿었습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오늘날도 국가 팽창주의는 바알처럼 잘 살게 해주겠다는 욕망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때로는 갖가지 명분의 불안을 증폭시켜 겁박합니다. 그들은 온갖 간악한 짓을 하면서도 국가 번영을 위해서, 안보를 위해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댑니다. 저들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습니다. 다수 국민을 지배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사적 이익으로 나눠 갖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단의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언론인, 학자, 재벌, 관료, 특정과 지역에게 특권을 부여합니다. 일제가 조선을 통치할 때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저들이 일단의 조선인들에게 베푼 특권에 의한 지배였습니다. 이승만 독재도 그랬고, 박정희의 유신 독재 역시 그랬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저들은 하사받은 부와 권력으로 동족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 시대 교회 지도자들 대부분이 바알의 사제가 되어 춤을 췄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저항하다 고초를 겪었습니다. 지금도 일제로부터 각종 특혜를 누린 사람들은 이세벨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고대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마 7:21- 22)에 의하면, 어떤 사람의 진정성이 입증되는 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입니다. 둘째 그의 말이 공동체의 응답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의 말이 어떤 일에 부합할지라도, 사적인 이익에 봉사하는 말이나 행위는 공동체의 응답을 파괴합니다. 어느 시대나 사제들의 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거짓말 때문이기 보다, 그들의 말이 공동체의 응답이 아닌 사적인 이익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소위 ‘친일파’의 전형입니다. 현대판 바알의 사제들이지요. 그들의 설교가 온화하고 친절하고 긍정의 힘으로 충만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유별나게 ‘말씀’을 강조하지만 공동체의 기적보다 권력과 부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들에게 고단하게 사는 이들의 삶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열심히 집을 짓습니다. 그러나 모래 위에 짓습니다.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하는 집, 배제와 폭력이 상존하는 집을 짓습니다.

바울 역시 사적인 이익과 공동체의 응답이 대립했을 때,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유익을 우선해야 함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고전 9:8-15). 바울은 복음을 추호도 자신의 생계 수단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복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수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바울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하여 경고하는 바가 있습니다. 복음 사역자들은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는 소명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비록 복음을 표방할지라도 사적인 이익에 봉사하게 될 때는 반사회적인 일도 가리지 않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곳곳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교회 지도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 佛法을 남발하는 무당절과 다를 바 없는 교회관을 지닌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참된 그리스도인 되기를 바란다면, 당신의 귀에 들리는 지도자들의 달콤한 ‘말씀’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