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동 왕따님께,

최근에 메일명 名을 왕따로 바꾸셨군요. 제게 늘 난처한 질문 자주 하시던 분 같습니다. 왕따님 생각이 옳습니다. 귀하께서는 늘 제가 답변 못할 어려운 것만 물어 오셨으니까요. 그러나 제가 이렇게 귀하의 질문을 받고 좀 다루어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은 제가 왕따님께 무슨 속 시원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어서가 아니고,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저 역시 왕따님처럼 해답이 없긴 마찬가지이지만 심심하던 차에 함께 수다를 떨어볼까 해섭니다.

우리말 번역 성서도 여러 가지를 보시고, 영어 번역도 보시고, 중국어 번역도 가까이 두고 보시는군요. 영어 번역을 더 찾아보시면 아마 “심령이 가난한 자”를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사람” (those people who depend only on him. CEV) 이라고 번역한 것도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번역된 것도 있어요.

가난한 사람
자기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깨달은 사람에게
하나님께서는 복을 베푸신다
God blesses
those who are poor
and realize their need for him
(Mat 5:3a NLT)

아마 영어를 말하는 이들에게도 그리스어 본문을 직역한 “the poor in spi- rit”는 어려운 표현인가 봅니다. 이쯤에서 부시맨과 얽힌 이야기 한 토막이 생각납니다.

아프리카 칼리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두 종류의 “굶주린 자”에 대해 말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그레이트 헝거 great hunger”이고 다른 하나는 “리틀 헝거 little hunger”라고 한답니다. “리틀 헝거”는 먹을 것만 주면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그러한 평범한 “굶주린 자”인데 반해, “그레이트 헝거”는 줄곧 어떤 “의미를 찾는 일에 굶주려 있는 사람”이어서 먹거리만으로는 결코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사람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다름이 아닌, 바로, 사람에게 의미 없는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미 意味”에 배고픈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로렌스 경이 그의 글에서 처음으로 소개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된 웨인 다이어의 최근 작, The Shift (번역서: "세상에 마음 주지 마라")에도 소개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의미에 주린 자”를 “그레이트 헝거”라고 하니까, 귀하께서 읽으신 산상수훈에도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those who hunger and thirst for righteousness”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부시맨 사회에서는, 의미를 추구하며 사는 이들, 곧 “그레이트 헝거”는 하나님 앞에서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정말 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늘 배고파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그레이트 헝거”라고 할 때 얼른 떠오르는 인물로 한 때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을 훈련시켰던 네덜란드의 히딩크 감독을 지목하기도 합니다. 그는 언젠가 축구시합에서 이기고나서도 “난 아직 배고프다 I'm still hungry”라고 말했다지요? 또 어떤 이들은 우리 곁을 일찍 떠난 저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고별사告別辭를 하면서 “사람은 늘 고파야 하고, 어리석어야 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고 한 말을 상기시키면서 그 역시 “그레이트 헝거”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브레넌 매닝의 우리말 번역 저서 "어리석은 자는 복이 있나니" 역시 “stay foolish” “stay hungry”와 관련된 생각을 고취합니다.

만일 제가 부시맨이 사용하는 언어로 산상수훈을 번역한다면 “심령이 가난한 자”는 “그레이트 헝거”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그레이트 헝거는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