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5/2013	목차 (2013년 5월호, 제207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연재동화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영혼의 언어와 논리

소년과 구르지예프(12)

Boyhood with Gurdjieff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프릿츠 피터스
Fritz Peters

그는 내가 세상에 대해서 더 배워야겠다고 말하였다. “만약 뭘 원하면, 요청해야지. 공부해야지. 너 때문에 내가 기억할거라 기대했지. 나는 네가 상상하기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이미 공부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항상 기억한다고 또 기대하면 너 틀린 거야!” 그리고 나서 덧붙여 말하기를, 자기가 너무 바쁘다고 내가 상상한 것이 잘못이라는 거였다. “내가 바쁨, 이건 내 일이야. 네 문제가 아니야. 내가 가르친다 하면, 넌 내가 생각나게 상기시켜야 돼. 다시 요청해서 날 도와야지. 그래야 네가 배우고 싶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겁먹은 체 순하게 말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레슨을 시작하겠는지 물었다. 그 때가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그는 그 다음 날, 화요일 아침 10시에 자기 방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그 다음날 아침 내가 갔을 때, 문간에 서서 그가 일어났는지 귀 기울여 확인한 다음 노크하고 들어갔다. 그는 방 한가운데 정장을 하고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마치 놀란 사람처럼 불친절하게는 아니지만 “원하는게?”하고 물었다. 나는 레슨을 받으러 왔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다른 때도 그랬듯이, 마치 나를 전에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아침에 너 오기로 됐었니?” 마치 까마득하게 잊은 듯이 내게 묻는 것이었다. “네, 열시에요.”하고 내가 말했다.

그는 침대 테이블에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는 열시 이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거기 가서 적어도 충분히 일분은 있었다. 그는 나에게 돌아서더니 마치 나의 설명에 안도하였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이 아침에 뭔가 열시에 있는 건 기억했는데, 뭔가는 잊어버렸어. 왜 열시에 여기 안 왔지?”

나는 내 시계를 보며, 나는 열시에 이미 왔다고 말하였다. 그는 머리를 저으면서, “너 십초 늦었어. 사람은 십 초 안에 죽을 수 있어. 나는 내 시계에 맞춰서 살아. 네 시계 아니야. 나에게 배우려면, 내 시계 열시라고 할 때 와야 돼. 오늘은 레슨 없어.”

나는 그와 논쟁은 안 했다. 그러나 있는 용기를 다해서 “레슨”이 다시는 없는거냐고 물었다. 그는 나에게 손짓해서 나가라면서 “레슨은 물론 있지, 다음 화요일 열시에 와. 필요하면, 일찍 와서 기다려, 늦지 않는 방법이야.” 그리고 덧붙여 하는 말이, 악의는 없지만, “너무 바빠서 스승을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그 다음 화요일에 나는 거기에 아홉시 십오분에 갔다. 열시 몇 분 전에 내가 막 노크하려는데 그가 방에서 나와 미소 지으며 내가 시간 맞춰 와서 반갑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내가 거기 온지 얼마나 됐는가 묻는 것이었다. 내가 있는 그대로 말했더니,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머리를 저었다. “내가 지난 주 말했지. 바쁘지 않으면 일찍 와서 기다리랬지. 거의 한 시간 허비하라지는 않았어. 이제 가자”하고 말하였다. 나에게 주방에서 보온병에 커피를 가지고 와서 자기 차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차가 별로 안 다니는 좁은 길을 얼마 안가서 구르지예프가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는데 커피를 가져 오라고 해서 그걸 가지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나무에 걸터앉았다. 그는 백 미터 정도 더 가서 길가에 돌을 깔아서 도랑을 만드는 한 그룹의 노동자들 건너편에 멈춰 섰다. 그들의 작업은 도로 양쪽에 쌓아놓은 돌무더기에서 돌을 가져다가 도랑이 완성되지 않은 부분 쪽으로 가져가면 다른 인부들이 그걸 흙바닥에 가지런히 놓은 일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고, 구르지예프는 커피 마시며 담배를 피웠으나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후에, 적어도 삼십 분은 지나서, 내가 언제 레슨이 시작되냐고 물었다.

그가 나를 쳐다보며 너그럽게 미소를 지었다. “레슨은 열시에 시작된다.”고 그가 말했다. “뭐가 보이니? 눈 여겨 보는 게 뭐야?”

난 인부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단 하나 이상한 것은 한 사람이 항상 작업하는 데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돌무더기까지 가는 것을 눈여겨봤노라고 말하였다.

“그가 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느냐?”

잘은 모르지만 그는 매번 더 멀리까지 무거운 돌을 운반해야 하니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더 가까이 있는 돌무더기에 가서 쉽게 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말했다.

“맞아.” 구르지예프가 말했다. “하지만 판단하기 전에 사방을 둘려봐야 하는 거야. 이 사람은 돌을 가지러 다시 갈 때는 그늘진 길 쪽을 따라 잠시나마 산책을 즐기는 거야. 역시, 그는 바보가 아니야. 하루에 그가 옮기는 돌은 그렇게 많지 않아. 항상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데는 논리적 이유가 있는 법이야. 사람들을 판단하기 전에 가능한 모든 이유를 찾아볼 필요 있는 거야.”(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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