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는 놀라운 소식 하나를 들었습니다. 유럽우주기구 이사 ESA가 10년 전에 쏘아 올린 혜성탐사선 彗星探査船이 약 5억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져 있는 혜성 彗星1)을 약 65억 킬로미터나 추적하여2) 10년 만에 거기에 명중하여 그 혜성에 안착하였다는 소식입니다. 모선 母船 로제타 Rosetta에서 분리된 착륙선 着陸船 필레 Philae가 7시간 만에 혜성 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표면에 안착하고서 착륙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5억여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보내왔다고 합니다. 한국시각으로 2014년 11월 13일 새벽 1시 3분이었습니다. 로제타는 2004년 3월 유럽우주기구가 발사한 혜성 탐사선으로 10여 년의 긴 여행을 마치고 약 5억 2천 킬로미터 떨어진 혜성에 착륙한 것입니다. 로제타에 실려 간 탐사로봇 필레가 혜성 표면에서 암석을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할 목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탐사에서 ‘혜성이 원시 지구에 물과 생명의 씨앗을 날라다 줬다’는 오랜 가설을 입증할 어떤 단서를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늘이 깊은 계곡에 떨어져 태양열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본래의 임무 수행에는 차질을 빚었다고는 하지만, 그 먼 거리를 추적하여 착륙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로제타호의 혜성 착륙 직전, 11월 6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국내에서 개봉되었습니다. 지구에 산소가 줄어들고 질소가 많아지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 지구 행성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미래에,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탈출구로서 웜홀 wormhole이 등장합니다. 현재 태양계의 지구에서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운 인류가 이 웜홀을 지나 다른 우주로 나가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 공상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 인류가 발견한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주들 사이로, 별들 사이로 어떻게 여행이 가능한 것인지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우주여행은 상상이지만 인류가 발견한 우주의 크기는 사실입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하나님이 욥에게 물으십니다. 아니, 하나님이 뭘 몰라서 욥에게 물으시는 것이 아니라, 욥이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욥을 제압하십니다. 이런 질문을 수사학적 질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물으시는 내용이 현대의 천문학이나 물리학의 주제들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2 "네가 누구이기에 무지하고 헛된 말로 내 지혜를 의심하느냐?
3 이제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답게 일어서서, 묻는 말에 대답해 보아라.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거기에 있기라도 하였느냐? ....
5 누가 이 땅을 설계하였는지, 너는 아느냐? ....
18 세상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냐? ...
19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느냐? 어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20 빛과 어둠이 있는 그 곳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그 곳을 보여 줄 수 있느냐? 빛과 어둠이 있는 그 곳에 이르는 길을 아느냐? ...
24 해가 뜨는 곳에 가 본 적이 있느냐? ...
31 네가 북두칠성의 별 떼를 한데 묶을 수 있으며, 오리온성좌를 묶은 띠를 풀 수 있느냐?
32 네가 철을 따라서 성좌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큰곰자리와 그 별 떼를 인도하여 낼 수 있느냐?
(욥 38:2-32)

현대의 천문학은, 우리 태양계에서, 30억 년 전에 생명의 시초인 단세포 單細胞 생물이 생기고, 6억 년 전에는 패류 貝類와 등골뼈가 없는 동물이 생기고, 5억 년 전에는 척색 脊索 동물이, 4억 2천 5백만 년 전에는 양서류 兩棲類가, 3억 5천만 년 전에는 최초의 파충류 爬蟲類가, 2억 5천만 년 전에는 공룡과 최초의 포유류가 생기고, 6천 5백만 년 전에는 포유류가 지상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130만 년 전에 인류가 등장했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3)

별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것을 ‘은하’ 또는 ‘소우주’라고 합니다. 우주 전체를 보면, 한 우주, 한 은하는 참으로 작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우주는 독립된 우주라고 합니다. 이러한 소우주가 수십 개 모인 것을 ‘은하군’이라고 하고, 또 은하군이 모인 것을 ‘은하단’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까 우주에는 무척 많은 소우주가 있는 셈입니다. 우리 지구는 우리 태양계에 속하는데, 우리 태양계가 있는 은하를 ‘우리 은하’ 또는 ‘우리 은하계’라고 합니다. 우리 은하계 가까이에는 안드로메다 은하계가 있는데, 비록 이웃 은하라고는 하지만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의 거리는 무려 210만 광년이라고 합니다.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가는 빛의 속도로도 210만 년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이렇게 엄청나게 큰 ‘우리 은하계’와 ‘인접 은하계’가 우주 전체에서 보면, 하나의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니, 도대체 ‘대우주’는 얼마나 큰 것일까요? 1920년대에 허블이 우주 안에 수많은 은하계가 있다는 주장을 한 이래,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무려 500억 개나 되는 은하계 銀河系를 추정하고 있으며, 은하계마다 500억에서 1000억 개에 이르는 태양만한 항성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니, 그저 아연할 뿐입니다.

이만큼 알았어도 아직도 인류는 하나님이 욥에게 퍼부으셨던 그 질문들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아직도 인류는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빛과 어둠이 있는 그곳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빛과 어둠이 있는 그곳에 이르는 길(욥 38:19-20)을 모릅니다. 인간을 향해 “네가 누구이기에 무지하고 헛된 말로 내 지혜를 의심하느냐?” 하시는 하나님의 질문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민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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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오는 자료는 태양계 진화 역사와 나아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2) 65억 킬로미터라고 하는 비행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의 42배가 넘는 거리다.
3)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박영란 옮김, ??지구이야기??(바른사, 1996),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