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치권에서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지방자치단체에 무상급식 예산을 돌려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편성하라고 주장하자 야당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형의 밥값을 빼앗아 동생의 유치원 비를 들이 내라는 것과 똑같다며 반발하면서 생긴 논쟁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무상급식이 재벌의 손자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는 비정상적인 정책이라는 논리로 무상급식을 공격하고 야당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최소한 아이들의 밥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고 재벌의 손자이든 가난한 집 자녀이든 모두가 초등학교 등록금을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양쪽의 논리는 무상급식이 쟁점이었던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이냐 무상보육이냐를 두고 벌이는 논쟁을 보면서 참으로 찌질한 어른들의 행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이번 무상급식 논쟁이 형의 밥값을 빼앗아 동생의 유치원 비를 내라는 말이라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정부는 재원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하여튼 이번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논쟁은 우리사회가 아이들의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쪽은 아이들의 밥과 양육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시각을 다른 한 쪽은 그것이 부모의 책임이라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논쟁하고 있는 대상인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허투루 다루지 않듯이 어른들도 아이들의 문제를 가볍게 다루지 말아야 합니다.(박경량 목사)

서울시 구로구 궁동 178-14 ‘지역아동센터 평화만들기’ 02)2615-4146, kmpeace@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