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자매님,

귀 교회에서는 예배에서나 성경공부에서 여러 번역을 비교해서 읽는 전통이 이미 잘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서공동체연대에서 발행하는 [햇순]이 이것을 늘 강조해왔습니다. 번역들마다 표현이 다르고 문체가 다르고 어휘가 다르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런 번역 비교를 통해서 본문이 지닌 뜻을 폭넓게 이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번역판들마다 서로 다른 차이점이 클 때는 독자들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김명자 자매께서 영어 번역들까지 비교해 보신다면, 영어 번역에서도 우리말 번역에서와 마찬가지로 히브리어 본문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번역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개역]과 [공동번역]과 [새번역]의 번역이 다 가능합니다. 시편 20편의 내용 같은 것은 권유 勸誘와 고백 告白과 기도 祈禱가 혼재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원문의 문제라기보다는 각 언어의 어법에 따라서 1-9절 모두를 기도로 번역할 수도 있고(??공동번역??처럼), 1-5절은 왕에 대한 권면으로, 6-8절은 백성에 대한 권면으로, 9절은 모두가 함께 드리는 기도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새번역]의 경우처럼).

[개역]이나 [개정]의 경우 왕을 부르는 2인칭 단수를 “너”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다만 이 시가 다윗의 시라고 보고, 다윗이 자기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아들, 손자들에게 미리 하는 말이라고 본다면 그런 개별 왕들을 향해 “너”라고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설명하는 주석은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1-5절은 백성이 하나님과 왕 사이에 서서, 2인칭 단수인 “너” 곧 “임금”을 향해 하는 말입니다. 백성이 왕에게 말하는 것이지요. 나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왕은 하나님께 기도할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왕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고 하는 백성의 바람이 이 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왕에 대한 기대와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함께 나타나 있습니다. 6-8절은 시편 20편의 저자 “나”가 백성에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화자 話者가 청자 聽者를 왕에게서 백성에게로 바꾼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3인칭으로 나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친히 기름 부어 세우신 왕에게 승리를 안겨주신다는 것, 전차 戰車나 기마 騎馬가 아닌 하나님만을 의지할 때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고백입니다. 9절은 하나님이 2인칭으로 나옵니다. 백성이 “여호와” 혹은 “주님”을 부르며, 왕에게 승리를 안겨주실 것을 빕니다.

[새번역] 시 20편을 편집을 달리하여 읽어 봅니다.

(시인이 왕에게)

1 우리의 임금님께서 고난 가운데서 주님께 기도하실 때에
주님께서 임금님께 응답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야곱의 하나님께서 친히 임금님을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2 성소에서 임금님을 도우시고, 시온에서 임금님을 붙들어 주시기를 원합니다.
3 임금님께서 바치는 모든 제물을 주님께서 기억하여 주시고
임금님께서 올리는 번제를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셀라)
4 임금님의 소원대로, 주님께서 임금님께 모든 것을 허락하여 주시고,
임금님의 계획대로, 주님께서 임금님께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합니다.
5 우리는 임금님의 승리를 소리 높여 기뻐하고,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깃발을 높이 세워 승리를 기뻐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임금님의 모든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합니다.

(시인의 고백)

6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주님께서는 기름을 부으신 왕에게 승리를 주시고,
그 거룩한 하늘에서 왕에게 응답하여 주시고,
주님의 힘찬 오른손으로 왕에게 승리를 안겨 주시는 분이심을 알았습니다.

(백성을 향한 시인의 권면)

7 어떤 이는 전차를 자랑하고,
어떤 이는 기마를 자랑하지만,
우리는 주 우리 하나님의 이름만을 자랑합니다.
8 대적들은 엎어지고 넘어지지만,
우리는 일어나서 꿋꿋이 섭니다.

(기도)

9 주님, 우리의 왕에게 승리를 안겨 주십시오.
우리가 주님을 부를 때에, 응답하여 주십시오.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