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무능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이 사태의 중심에 있습니다. 조기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안일함과 오만함, 그리고 탐욕이 사건을 키웠고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 국민이 불신의 눈으로 정부의 발표를 바라보며 불안에 떨고 있고, 온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책임을 통감하고 나서는 사람은 없고,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엇일까요, 메르스가 이렇게 빨리 넓게 퍼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싸움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와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엡6:12)

바울은 일찍이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참된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했습니다. 과거 일부 진보적인 신학자들은 이런 바울의 사상을 관념적인, 비역사적인, 영지주의적인, 어리석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으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바울이 보았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참’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거대 우주로부터 가장 작은 미세 우주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힘, 보이지 않는 실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크고 넓고 강력하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세계는 우리의 에고가 만든 것입니다. 에고는, ‘참 나’가 아닌 거짓이며, 허상이고, 사라져 버릴 현상일 뿐입니다. 보이는 것이 아무리 강력하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풍요롭다 해도, 또 상대적으로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약하고,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그것들은 모두 사라져버릴 먼지들입니다. 그러니 먼지를 붙들고 자랑하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눈을 떠야 할 일입니다.

최근 교우들과 함께 세미원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을 안내하던 교우가 소나무 숲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나무들을 보지마시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을 바라보십시오. 공간을 보면 진짜 숲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재미있습니다. 나무를 보면 공간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됩니다. 그러나 공간을 보면 공간이 나무를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 즉 보지 못했던 세계가 보이는 것들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공간을 보면, 나무들이 아무리 서로 살기위해 싸우고 경쟁하고 몸부림친다 해도, 여전히 공간의 품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공간의 품을 느끼게 되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울이 말한 통치자, 권세자,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은 거짓 자아가 만들어낸 인간의 탐욕과 어두운 마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두려움 속에서 태어났고 환상을 먹고 자라납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는 무능한 정부와 서울삼성병원으로 상징되는 이익이 우선인 병원들, 그것을 뒷받침하는 재벌들, 가진 자들, 권력자들, 지배자들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현상입니다. 본질은 우리 자신의 거짓 자아가 만든 탐욕입니다. 거짓 자아의 수많은 방어기제들입니다. 내 에고의 두려움, 분노, 절망, 불안 등 무지하고 방어적이고 기계적인 반응이 메르스를 퍼뜨렸습니다. 그러니 본질적 해결도 분명합니다. 나를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눈 뜨고, 그 공간 안에 가득 차있는 에너지인 사랑을 느끼는 것, 그리고 거짓 자아의 반응을 관찰하고 자각하고 내려놓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참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참된 자아는 무엇이라고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습니다. 오직 ‘이것은 참된 자아가 아니다’라고 하는 부정을 통해서만 참된 자아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영적 스승들께서 가르쳐주신 자기부정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만들어낸 온갖 거짓 자아들의 모습 속에서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오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탐욕에 깊이 절망할수록 우리는 참된 자아와 참 세상(하나님 나라)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은 ‘본래 나 I AM’이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약이요 치료제입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의 영적 싸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