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슬플 땐 웃어요

공부방에 다닌지도 4년이 지나간다. 학교 끝나면 센터에 와서 학습도 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참여했다. 그중에 합창과 방송댄스가 제일 좋았다. 틈만 나면 음악을 틀어놓고 언니들과 춤연습을 했다.
올해는 독서프로그램이 생긴다며 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을 하라고 했다. 나는 귀가 번쩍 뜨여 제일 먼저 신청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독서시간이 왔다.
공연히 가슴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자꾸 떠들었다.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 아이들은 더 장난을 치고 말을 안 듣는다. 이런 행동을 선생님 간보기를 한다고 한다.
“간보기 하지 마라.”
떠드는 아이들을 보고 선생님은 엄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첫 시간엔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장난을 치고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이 악동들을 어쩌나?’
선생님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 것 같았다.
“너 지금 장난하니?”
생글생글 계속 웃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 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닌데요…….”
선생님은 내 마음도 모르고 오해를 하신 모양이다.
그 일로 선생님과 나는 더 친해졌다.
나는 선생님이 오시는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독서시간엔 끝말잇기 게임도 하고 좋은 동화도 읽고 동동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쓰기도 한다.

포근한 우리 엄마
편안한 우리 엄마
어디로 가셨을까?
우리 엄마 좋은데
계셨으면 참 좋겠다

내 시를 읽으시던 선생님이 등을 두들겨 주셨다.
나는 독서시간이 완전 좋았다.
레오니오니의 <물고기는 물고기다>를 읽고 과자로 독서 감상화를 그릴 땐 짱 좋았다.
고래 밥을 가지고 도화지 위에 큰물고기를 만들었다. 작은 힘이 모이면
큰 상어도 물리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림을 그리고 맛있는 과자도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때 선생님도 과자를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에겐 아무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다.
새엄마가 오고 얼마 지난 후였다.
아빠는 일 나가시고 언니는 학교에 가고 없을 때였다. 새엄마도 외출을 해서 집엔 나 밖에 없었다. 혼자 놀던 나는 무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던 곰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그 곰 인형은 낡아서 코도 떨어지고 솜도 솔솔 빠져 나오지만 엄마냄새가 났다. 그래서 나는 그 인형을 제일 좋아한다.
외출해서 돌아온 새엄마는 그것을 빼앗았다.
그때 나는 안 뺏기려고 발버둥을 쳤다.
찰싹!
“네가 어린애니? 이런 구지구질한 걸 왜 가지고 궁상을 떨어!”
새 엄마가 뺨을 후려쳤다.
그래도 나는 곰 인형을 놓질 않았다.
그 날부터 왼쪽 귀가 먹먹하고 잘 안 들린 것 같다. 처음엔 잘 몰랐다. 그 후로 누가 날 불러도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8년 동안이나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나둔 셈이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치료를 한다고 해도 나을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오른쪽 귀마저 안 들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될 뿐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