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교수님, 주저하다가 여쭙습니다. 이 난 欄이 성경 독자들이 성경을 읽다가 잘 모르겠는 것 교수님께 묻는 자리라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궁금증, “기독교인으로서 유대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이것도 성경과 전혀 무관하지 않겠다 싶어서,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젊은 날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신 것으로 여러 곳에 소개되어 있고 해서, 비록 제가 목사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목사님께서 쓰신 <이스라엘 이야기>도 읽었기에 여쭙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우리교회가 오래 동안 계획하다가 2020년에 드디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이 금년 8월 교인들과 함께 하는 이스라엘 성지 순례인데요, 현지에 가게 되면 우리 교인들에 자기네 목사인 저에게 이것저것 물을 것 같아 지금부터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여행안내야 현지 안내자에게 맡긴다지만 저 자신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목사님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1) 기독교인으로서 유대교인들에게 개종을 권유하는 전도를 해야 하는지요? 2) 유대인 중에도 기독교인들이 있는지요? 3) 교인들과 함께 유대교 회당 예배에 참석해도 되는지요? 두루두루 궁금한 것이 많아서 여쭙니다.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강남구 자곡에서 도금만 목사 드림

도금만 목사님, 드디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하게 되신 것,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쓴 <이스라엘 이야기>(컨콜디아사, 1995)는 벌써 오래 전에 출판된 것이어서 최신 정보는 다른 자료에서 더 보충하셔야 할 겁니다. 인터넷에서도 최근 정보를 더 얻으실 수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물으신 질문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대답의 순서를 바꾸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마지막 질문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 교인들과 함께 유대교 회당 예배에 참석해도 되는가?

아마,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단체여행이라면 유대교 회당 예배 참석은 계획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정통파 유대교에서는 기독교 순례자들이 자기들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구태여 막지는 않아도 퍽 불편해 합니다. 기독교 순례자들이 유대교 예배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을 잘 지켜줄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울 겁니다. 어차피 그들의 예배 행위를 구경(?)하시는 정도라면 예루살렘 “통곡의 벽” 방문하실 때(여기는 꼭 가시게 되니까요) 그들이 거기서 기도하는 것이나, 성경을 읽는 것 등을 보실 수는 있습니다. (또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다양한 종교의 신도들이 제각기 기도하면서 소원을 종이에 써서 벽 틈에 꽂는 것도 보실 겁니다.)

같은 유대교라도 개혁파 회당 예배는 기독교 예배와 유사한 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인솔하시는 단체 인원이 10-20 여명 이상이 된다면, 그곳 랍비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면 좋을 겁니다. 회당에 와서 기독교 선전을 하거나, 히브리어로 번역된 <신약> 성경과 같은 책을 전달하거나 하면, 법적 시비가 일어나기 전에 감정적 대립의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활동하실 때는 기독교 “예배당”이 없었으니까, 안식일이 되면 예수께서는 늘 하시던 대로 “회당(會堂, 시나고그)” 출입을 하시고 예배에서 순서도 맡으시고 말씀도 나누셨지요(눅 4:16-30). 바울도 외국 선교를 할 때, 안식일이 되면 유대인들의 기도처를 찾았지요(행 16:11). 목사님께서도 아마 빌립보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바울 일행이 성문 밖 강가에 유대인들의 기도처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강가를 걷다가 유대인들의 기도처를 발견하였지요. 들어갔더니 여자들만 있었습니다. 그 여성들에게 바울 사도가 우리 주님 “예수”이야기를 하지요. 그 중에는 유대인 디아스포라 남자와 혼인하였다가 남편과 사별한 그리스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울의 말을 듣고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합니다. 유럽의 첫 기독교인 루디아입니다.

2) 유대인 중에도 기독교인들이 있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서 기독교인이 된 이들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유대인으로서 영국이나 미국, 주로 영어권 나라의 국적을 가진 이들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개신교나 가톨릭에 속한 유대 기독교인 통계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내와 유럽과 미주지역에 유대교의 전통을 지키면서 기독교 신앙고백을 하는 “메시아파 유대인들/ Messianic Jews”은 그 수가 괄목할 만합니다. 성경도 따로 영어로 번역하여 읽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메시아파 유대교/ Messianic Judaism”가 번역, 출판한 영어 번역들을 보면 그 이름이 기독교의 <성경전서> 이름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표적인 것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① <유대성경전서> Complete Jewish Bible[CJB](1998);

② <정통유대성경> Orthodox Jewish Bible[OJB](2002);

③ <성경2009> The Scriptures 2009[TS2009](2009);

④ <생명나무역> Tree of Life Version[TLV](2011);

⑤ <새메시아역성경> New Messianic Version Bible[NMB] (2012);

⑥ <세계메시아역성경> World Messianic Bible[WMB] (2015)1);

⑦ <새예루살렘역> New Jerusalem Version[NJV] (2019) 등입니다.

이것들이 우리의 <성경전서>와 같은 것인데, 책 이름만 보아서는 기독교 성경 같지 않습니다. 신약전서 27권이 다 들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이것이 유대 기독교인들의 성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하지 않고, “메시아를 모신 유대교인”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구약 舊約>이라고 부르는 성경도 그들은 “구약/ Old Testament”이라고 하지 않고, 유대교의 전통을 따라 <율법서 律法書와 예언서 豫言書와 성문서 聖文書> (‘토라, 네비임, 케투빔’)라고 부릅니다. <신약>은 기독교에서 부르듯이 <신약 新約>(‘브리트 하다샤’, “새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우리 주님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면서도, 유대교의 여러 전승을 그대로 계승하는데, 그 중 하나가 <구약>이라는 이름 대신 유대교의 경전 이름을 그대로 쓴다는 것입니다. 이름만이 아니고 구약 36권의 책의 배열과 분책 分冊이 우리의 구약과 다릅니다.

그런데 그들은 같은 동족 同族인 유대인 선교에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스라엘 국민을 향해 전도하는 것을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거리에서 그들이 같은 동족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히브리어로 번역된 <신약> 성경을 전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 중 더러는 외국인 기독교인들에게 자기들의 동족 선교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the United Bible Societies’에 가입하여 그리스어 원문 <신약>을 히브리어로 번역하고 출판하고 보급합니다. 예루살렘을 방문할 때 “예언자 거리/ St. Prophets”에 있는 메시아파 유대인들의 교회 예배에 우리나라 성도들께서 방문하신다면 환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일예배가 아니고 안식일(토요일) 예배라는 점을 알고 가셔야 합니다. 미리 연락하고 가시면 그들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3) 기독교인으로서 유대교인들에게 개종을 권유하는 전도를 해야 하는가?

가톨릭과 개신교와 메시아파 유대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세 쪽에 다 문제가 있습니다. 가톨릭 쪽에서도, 기독교 쪽에서도, 자체 내에서 의견이 나뉠 뿐만 아니라, 유대 기독교(메시아파 유대인들) 안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유대인들의 구원 문제는 유대인들과 하나님이 직접 해결할 문제라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미 하나님과 언약 言約관계를 맺어온 사이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거기에 끼어들 틈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달리, 예수와 그의 사도들이 동족의 구원을 위해 선교를 한 것을 보면, 기독교 역시 유대인에 대한 선교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메시아파 유대인들 역시, 유대인 선교는 자기들만의 몫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기독교와 연합하는 선교를 바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남은 문제

문제 해결이 쉽질 않습니다. 제가 이스라엘에 유학하던 5년(1972-1977) 동안, 저의 부친은 침례교 목사로서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는 분이셨습니다만, 유대교를 한 번도 타종교라고 여겨본 적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한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구약 안에 기록된 역사를 이스라엘 역사라고 여기기보다는 우리의 옛 역사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예루살렘에 머무는 동안 예루살렘에서는 종교간 대화모임이 부정기적으로 자주 있었습니다. 유대교 학자들과 가톨릭학자들과 개신교의 학자들이 만나는 모임이었습니다. 대화 도중에 아슬아슬했던 것은, 견해가 상충되는 문제가 열을 받을 때면, 유대인 학자들이 기독교 학자들에게 “이것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학문적인 토론 마당이지, 당신네들이 (기독교학자들이) 우리 유대교 학자들에게 개종을 설득하는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들이(기독교학자들이) 한 시도 잊지 말고 명심해 주면 좋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이런 대화 모임에서 내가 배우고 느꼈던 것은 두 종교가 많은 것을 공유 共有하고 있다는 점, 두 종교가 공존 共存하는 동안에만 두 종교가 제각기 제 고유의 기능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두 종교가 서로를 존중할 때만 두 종교가 제각기 자기완성 自己完成의 길을 향해 갈 수 있겠다는 점 등이었다. 특히, 1세기 “기독교”와 “랍비 유대교 Rabbinic Judaism”가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종교는 마치 몸이 붙은 채로 태어난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금만 목사님께서 성도들과 함께 이스라엘에서 머무르시는 동안 <구약>과 <신약>, 유대교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명상을 더 많이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예레미야 31장 31-34절을 명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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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리, <히브리명칭번역>(The Hebrew Names Version)(HNV) 혹은 <메시아판 세계영어성경>(The World English Bible, Messianic Edition)(WEB:ME)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