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300호(2021년 2월호)를 받고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느 달에는 볼 수 없었던 “햇순 330호 기다렸습니다. 축하합니다!!”(황혜영), “고 김영운 목사님 7주기를 보내며”(노성철), “햇순 300호를 넘어, 새로운 교회의 길을 안내하는 책으로”(이근복), “햇순 300회, 감사함으로 축하합니다”(유은숙), “햇순이여 영원하라”(대구 찐독자) 등의 글을 읽으면서, 벌써 25년의 세월이 지났고, <햇순>을 창간하신 김영운 목사님, 가신지도 벌써 7주기를 맞으니, 300호를 맞는 기쁨, 먼저 가신 분에 대해 아쉬움과 슬픔, 김영운 목사님 가시고도 성서공동체연대가 <햇순>을 꾸준히 가꾸어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 이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솟구쳐 올라, 혼자서 축하하며 애도하며 감사하다가, 문득, 우리가 애독하는 이 간행물의 이름이 어떻게 해서 “햇순”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지금에서야 이 이름의 배경이 궁금해진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혹시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말인지, 막연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성서 난해구 해설”에는 잘 어울릴 것 같지도 않다는 걱정도 하면서, 달리, 더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하여, 염치 불고하고 “성서 난해구 해설”의 문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월간 <햇순>이 어떻게 이렇게 여리고 깨끗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지닌 성경적 의미가 있다면(없어도 괜찮지만) 그것은 또 무엇인지, 두루두루 알고 싶습니다. 문막에서 봄새롬 드립니다.

봄새롬 님, 잘 오셨습니다.

우리말 햇순은 우리 고유어 접두사 “햇”과 한자어 “순 筍”이 결합한 말입니다. 접두어 “햇-”은 “그해에 나온”이란 뜻을 지닙니다. 한자어 “순 筍” 자는 “식물의 싹”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햇순”은 “그해에 돋아난 여린 줄기나 가지”를 일컫습니다. 그래서 햇순은 달리, 새로 나온 순이라고 하여 “새싹”이나 “새순”이라고도 합니다.

1. 우리말 번역 성경 <개역(한글판)> (1938, 1956, 1961)과 <개정> (1998)에는 “햇순”이나 “새싹”이라는 낱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새)순 筍”이나 “싹”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순 筍”은 구약에서만 3~4번 나옵니다. 1)

“싹”은 신구약 성경에 18번 나옵니다. 2)

2. <공동번역> (1977)에는 “햇순”이란 말이 무려 9번이나 나옵니다. 어떤 문맥에서 나오는지, 본문을 인용해 가면서 살피겠습니다. “햇순”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원문은 다 다릅니다. 다만 “햇순”이라는 우리말 낱말이 나온다는 점만을 우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① “그 가지는 바다에까지 뻗었고 햇순은 강가에까지 미쳤사옵니다.” (공역 시 80:11);

② “너의 집 안방의 네 아내는 포도알 푸짐한 포도나무 같고 밥상에 둘러앉은 네 자식들은 올리브나무의 햇순과 같구나.”(공역 시 128:3);

③ “우리 아들들은 햇순처럼 자라나고 딸들은 모퉁이의 네 기둥, 대궐의 얼굴,”(공역 시편 144:12);

④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공역 이사 11:1);

⑤ “그는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나 할까?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을 끌 만한 볼품도 없었다.”(공역 이사 53:2);

⑥ “너의 백성은 모두 올바르게 살아 영원히 땅을 차지하리라. 너의 백성은 내가 심은 나무에서 돋은 햇순이요 내가 손수 만든 나의 자랑거리다.” (공역 이사 60:21);

⑦ “4 그 연한 가지 끝에 돋은 햇순을 따서 무역국가로 가져다가 상업도시에 내놓고는 5 그 지방에서 난 종자를 찾아 버드나무 심듯 물이 콸콸 흐르는 강가, 갈아 놓은 밭에 심었다.”(공역 에제 17:4-5);

⑧ “주 야훼가 말한다. 나도 그 송백 끝에 돋은 순을 따리라. 그 연한 가지에 돋은 햇순을 따서 높고 우뚝한 산 위에 몸소 심으리라.”(공역 에제 17:22)

⑨ “햇순이 새록새록 돋아 감람나무처럼 멋지고 레바논 숲처럼 향기로우리라.”(공역 호세 14:7)

3. <표준새번역> (1993)과 <새번역> (2004)에는 “새싹”이란 말이 5번 나옵니다.

1996년 3월에 <햇순>이 창간되면서, 공동체성서연구원(현, 성서공동체연대)이 발행하는 <햇순>에서는 우리말 번역 중에서 <성경전서 표준 새번역> (1993)을 기초 본문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표준새번역 개정판>이 나온 것이 2001년 11월이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9월부터 <성경전서 표준새번역 개정판>이 <성경전서 새번역> (2004)으로 책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번역>의 유래를 장황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햇순>의 이름이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의 “새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두 역본에도 “햇순”이란 말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과 같은 개념의 “새싹”이란 말은 5번 나옵니다.

① “3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반석께서 나에게 이르셨다. 모든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왕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다스리는 왕은, 4 구름이 끼지 않은 아침에 떠오르는 맑은 아침 햇살과 같다고 하시고, 비가 온 뒤에 땅에서 새싹(데셰)을 돋게 하는 햇빛과도 같다고 하셨다.” (새번역 사무엘기하 23:3-4);

② “9 주님께서 땅을 돌보시어, 땅에 물을 대주시고, 큰 풍년이 들게 해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손수 놓으신 물길에, 물을 가득 채우시고, 오곡을 마련해 주시니, 이것은, 주님께서 이 땅에다가 그렇게 준비해 주신 것입니다. 10 주님께서 또 밭이랑에 물을 넉넉히 대시고, 이랑 끝을 마무르시며, 밭을 단비로 적시며, 움돋는 새싹(체막흐) 3)에 복을 내려 주십니다.”(새번역 시편 65:9-10);

③ “9 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전하여라. ‘나 주 하나님이 말한다. 그 포도나무가 무성해질 수 있겠느냐? 그 뿌리가 뽑히지 않겠느냐? 그 열매가 떨어지거나, 그 새싹(체막흐)이 말라 죽지 않겠느냐? 그 뿌리를 뽑아 버리는 데는, 큰 힘이나 많은 군대를 동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10 그러므로 그것을 심어 놓았지만 무성해질 수가 있겠느냐? 동쪽 열풍이 불어오면 곧 마르지 않겠느냐? 자라던 그 밭에서 말라 버리지 않겠느냐?’”(새번역 에스겔서 17:9-10);

④ “8 여호수아 대제사장은 들어라. 여기 여호수아 앞에 앉아 있는 여호수아의 동료들도 함께 잘 들어라. 너희는 모두 앞으로 나타날 일의 표(表/ 모펫)가 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제 새싹(체막흐)이라고 부르는 나의 종(에베드)을 보내겠다.”(새번역 스가랴서 3:8); ⑤ 12 너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나 만군의 주가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을 보아라. 그의 이름은 '새싹'(체막흐)이다. 그가 제자리에서 새싹4) 처럼 돋아나서, 주의 성전을 지을 것이다. 13 그가 주의 성전을 지을 것이며, 위엄을 갖추고, 왕좌에 앉아서 다스릴 것이다. 한 제사장이 그 왕좌 곁에 설 것이며, 이 두 사람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함께 일할 것이다.' (새번역 스가랴서 6:12-13)

4. 새싹(혹은 햇순)과 야훼의 종이 나란히 병치 竝置되는 스가랴서 3장 8절 본문을 주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8 여호수아 대제사장은 들어라. 여기 여호수아 앞에 앉아 있는 여호수아의 동료들도 함께 잘 들어라. 너희는 모두 앞으로 나타날 일의 표(表/ 모펫)가 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제 새싹(체막흐)이라고 부르는 나의 종(에베드)을 보내겠다.”(새번역 스가랴서 3:8)

하나님께서 여호수아 대제사장과 그의 동료들에게 당신의 종(에베드)을 보내시면서, 그의 이름이 “새싹”(체막흐) 곧 “새싹/햇순”이라고 하십니다. 히브리어로 체막흐입니다. 이제 다음과 같은 구약의 여러 문맥에서 “새싹/햇순”과 “야훼의 종”이 어떻게 확대 적용되는지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새싹/햇순”이라는 이름의 심오함이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내가 선택 選擇한 야곱아, 나의 친구 아브라함의 자손아!”(새번역 사 41:8);

* “나의 종을 보아라.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사람이다. 내가 택 擇한 사람, 내가 마음으로 기뻐하는 사람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 靈을 주었으니, 그가 뭇 민족에게 공의 公義를 베풀 것이다.”(새번역 사 42:1);

*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는 나의 증인 證人이며, 내가 택 擇한 나의 종이다. 이렇게 한 것은, 너희가 나를 알고 믿게 하려는 것이고, 오직 나만이 하나님임을 깨달아 알게 하려는 것이다. 나보다 먼저 지음을 받은 신이 있을 수 없고, 나 이후에도 있을 수 없다.’” (새번역 사 43:10);

* “그러나 나의 종 야곱아, 내가 택 擇한 이스라엘아, 이제 너는 들어라.” (새번역 사 44:1);

* “너를 지으신 분 네가 태어날 때부터 ‘내가 너를 도와주마’ 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의 종, 야곱아, 내가 택 擇한 여수룬아, 두려워하지 말아라.’”(새번역 사 44:2);

* “야곱아, 이런 일들을 기억하여 두어라. 이스라엘아, 너는 나의 종이다. 내가 너를 지었다. 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새번역 사 44:21);

* “여기에서 나는,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큰 왕이 되게 하고, 내가 기름 부어 세운 왕의 통치가 지속되게 하겠다.” (새번역 시 132:17);

* “내가 다윗에게서 의로운 가지(체막흐, “햇순”)가 하나 돋아나게 할 그날이 오고 있다. 나 주의 말이다. 그는 왕이 되어 슬기롭게 통치하면서, 세상에 공평 公平과 정의 正義를 실현할 것이다.”(새번역 렘 23:5);

* “그때 그 시각이 되면, 한 의(義)로운 가지(체막흐, “햇순”)를 다윗에게서 돋아나게 할 것이니, 그가 세상에 공평 公平과 정의 正義를 실현할 것이다.” (새번역 렘 33:15).

봄새롬 님, 좋은 질문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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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 17:8; 욥 8:12; 아 6:11; 사 53:2
2) 창 40:10; 민 17:5; 시 65:10; 사 4:2; 11:1, 10; 16:8; 5:10; 61:11; 겔 7:10; 욜 2:22; 마 13:5; 막 4:5, 28; 눅 21:30; 빌 4:10; 히 9:4
3) 히브리어 체막흐(Tzemach)는 영어로는 sprout, shoot 등으로 번역된다. 히브리어 체막흐의 사전상의 뜻은 n. ① (새)싹, 눈, 움, 봉오리가 벌어짐, 종자의 발아(發芽); 싹처럼 자라는 것; (pl.) 《口》 =Brussels sprouts(https://en.wikipedia.org/wiki/ Brussels_sprout). ② 자손(子孫); 《口》 젊은이.
4) 히브리어 대응어 없다. 번역자의 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