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7/2014	목차 (2014년 7월호, 제221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시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영혼의 언어와 논리

소년과 구르지예프(26)

Boyhood with Gurdjieff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프릿츠 피터스
Fritz Peters

“너 생각나?” 그가 말했다. “네가 문제 일으킬 때 너한테 내가 뭐라 했는지? 이거 사실이야. 그러나 너는 아이에 지나지 않아. 라흐밀레비치는 어른이야. 너처럼 장난치지는 않지만 성격이 뭘 하든지 어디서 살든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켜. 그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겉보기에 살면서 항상 마찰을 일으켜. 그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너무 늙어서 안 바뀌어.”

“라흐밀레비치가 이미 부자가 된 상인이지만 그가 여기 머무는데 대해 내가 돈을 낸다고 말했을 때 너 놀랐지. 이거 사실이야. 그 사람, 아주 오래된 친구인데 여러 가지 목적으로 중요한 사람이야. 그가 파리에서 차 장사 하나 만으로도 이미 버는 만큼 내가 지불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그를 만나러 갈 때 나를 낮추고 나를 위하여 희생해 달라고 간청했어. 그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어. 그래서 나는 평생토록 그에게 의무가 생겼어. 라흐밀레비치가 없으면 프리에레는 똑같지 않아. 그와 같은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어느 누구도 없어. 아무나 그냥 존재만으로,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 사이 속에서 마찰을 일으키지는 못해.”

나는 이때부터 한 가지 습관이 생겼는데 그것은 구르지예프가 무엇을 할 때면 항상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습관이다. 동시에 나는 마찰이 갈등을 낳고 그것은 또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게 되고, 이를테면 충격을 주어서 그들의 습관적인 일상적인 행동에서 벗어나오게 한다는 그의 이론도 익숙해졌다. 동시에 나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에 있어서 돈 말고 라흐밀레비치에게 보상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한 구르지예프의 유일한 대답은 라흐밀레비치가 프리에레에 있는 것이 또한 그에게도 특권이란 말을 한 것이다. “여기 말고 어디서도 그의 성격이 그렇게 유용한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 대답에 특별히 인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며 라흐밀레비치의 움직임마다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잘해야 이상한 운명인데, 내 생각에, 그는 끊임없이 격변의 상태에서 살면서 중단 없이 혼란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그의 존재가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또한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돌아온 직후에 그와 내가 또 다른 ‘사건’ 속에서 초점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주방 당번을 하던 날이었다. ‘키친 보이’가 늘 하는 습관처럼 나는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났다. 나는 천성이 게으른데다 역시 나이가 그렇다 보니까 주방 당번 책임을 위해 시간 맞춰 확실히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전날 밤 열 한 시쯤 할 수 있는 만큼 물을 여러 잔 마시는 도리 밖에 없었다. 자명종 시계 소리는 프리에레에서 들어 본 일도 없고, (누군가 귀띔해 준 대로)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처방은 실패하는 일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이라야 내 방에서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가 실제로 깨어 일어나고 또 다시 잠들지 않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단 한 가지 어려움은 물의 분량을 조정하는 일이었다. 너무 자주 나는 네 시 반 대신에 세 시에 깨었다. 그런 날에도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한 시간 반 정도 있다가 깰 만큼 물을 충분히 마시는 문제를 견딜 재간이 없었다.

키친 보이의 첫 번째 임무는 코크스 난로에 불을 피우고, 바구니에 석탄을 채우고 커피를 끓이고 우유를 덥히고 빵을 썰어서 토스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커피 물을 덥히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25리터들이 에나멜 통에다 끓이자니 그랬고, 점심 때는 그 통에다 수프를 끓이기도 하였다. 요리사는 매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메뉴는 레시피와 함께 요일마다 미리 적어 놓았다. 그래서 보통 때는 주방장이 조반을 끝낼 때까지는 꼭 나타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날은 아홉시 반이 지났는데도 요리사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나는 메뉴와 그 날의 수프를 위한 레시피를 봤다. 나는 이미 여러 요리사들이 음식 준비하는 모습을 종종 봤었기 때문에 그 날에 맞춰 짜놓은 대로 일차적인 준비는 다 해놓았다.

열 시가 다 되어도 요리사가 안 나타나자 나는 어떤 아이를 보내서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라 하였더니 요리사가 아파서 주방에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구르지예프에게 이 심각한 문제를 가서 보고하였다. 내가 이미 식사준비를 시작했으니 주방으로 가서 마저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오늘은 네가 요리사가 되는 거야.”하고 엄숙하게 말하였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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