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의 강 호수 저수지 등 내수면에 급속도로 번식하는 외래종 물고기들로 인해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접한 일이 있습니다. 특히 베스라는 물고기는 얼마나 사나운 포식자인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서 토종 민물고기의 씨가 마를 지경이랍니다. 한때는 우리 수산당국이 강과 호수의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며 생육이 좋은 베스를 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해서 방류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화를 입게 된 것입니다. 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국가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부의 포식자들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포식자를 미리 알아내고, 사전에 포식자를 감시하는 것은 나라가 할 일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이 포식자의 위험성에 무감각하고, 포식자에게 살점을 뜯기는 이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고, 치열한 경쟁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의식조차 없고, 경제를 위한 일이라며 마구잡이로 포식자들이 제 좋을 대로 활동하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기다 포식자들끼리 둘러앉아 ‘미개한 국민’ 탓하며 나라 경제 운운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겉은 번지르르 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속은 곯아버리겠지요. 힘없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것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감시와 규제가 빠진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들, 자본가들, 힘센 자들이 ‘포식하기 좋은 나라’인 것이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곳곳이 포식자의 먹이사슬로 얽혀 있습니다. 나라가 ‘세월호’처럼 기울어져 위태로운데도 손익계산이 먼저인 나라입니다.

우리가 통상 ‘정의’라고 말하는 그 정의는 구체적으로 포식자가 그 식성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개입함으로서 비로소 정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정의를 말할 때마다 목자를 지목한 이유가 있습니다. 포식자들이 제 성정대로 날뛰는 세계에서 목자 즉 나라 지도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 것입니다. 양들은 언제나 포식자에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목자가 양들을 보호하는 행위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포식자로부터 양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언자에게서 정의란 양들을 늑탈하는 포식자를 감시하는 행위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정의 없이 백성들은 평안할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이스라엘 역사는 목자로 세운 임금들마다 양들을 구박하고 착취를 일삼았습니다. 나라 지도층이 포식자가 된 것이지요. 그때마다 양들은 참혹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예언자의 눈에는 항상 그게 문제였습니다. 예레미야가 참 목자를 말할 때마다 공평과 정의를 앞세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렘 23:5-6). 나라 지도자가 공평과 정의로 양들을 돌볼 때만이 백성들은 평안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이 대목에서 양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장차 오실 참 목자에 대한 약속을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만난 하나님이 아닌, 자유민으로 자기 땅에서 만난 하나님으로 맹세한다는 것입니다(렘 23:7-8). 포식자에게 노출된 백성들로 하여금 정의가 절로 실현되는 게 아님을 역설한 것입니다. 미개한 백성으로 머물러 있지 말라는 거지요. 공평과 정의는 자율능력을 지닌 이들이라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자율 능력이 없는 이들은 노예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자연히 억압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지도자들에게 양들은 개화시켜야 할 미개한 종족입니다. 포식자의 논리를 옹호하는 종교권력도 양들을 미개한 종족으로 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저들이 불리한 사태를 역전시키고 싶을 때마다 들고 나오는 ‘국가개조’라는 말의 본뜻은 ‘국민개조’라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이스라엘 왕들 대부분이 자기 백성을 개조대상으로 여겼습니다. 백성들 역시 어리석거나 순한 양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백성들은 목자 없는 양이 되어 유리방황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예레미야는 그 같은 쓰라린 역사 경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백성들을 편안케 할 참 목자를 자유민의 삶과 관련시킨 것입니다.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 불의에 맞서 항거할 줄 아는 자유인이 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포식자를 막을 다른 방도는 없습니다. 순한 양으로 침묵만 하지 말고, 부단히 항거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포식자의 생리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포식자들과 손잡고 국가 대사를 집행하는 자들 역시 같은 부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