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에서 연재하였던『“참 나”일 때만 삶은 참되다』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중간이었지만, 제임스 무어의 구르지에프 연대기를 번역 소개하였고, 이제 구르지에프의 생애 : '숨겨진 20년'을 중심으로를 이어서 소개합니다.

1. 들어가는 말

구르지에프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드물다. 그가 1912년(46세) 모스크바에서 가르치기 이전의 그의 삶은 온통 모험과 탐구로 이루어져있다. 그가 경험했던 기이한 사건들, 만났던 수많은 놀라운 사람들, 그가 배웠던 비전적 가르침들과 깨달음은 이전의 어떤 스승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숨겨진 20년(1887-1907)’의 그의 경험은 중앙아시아를 전공하는 어느 역사학자들의 자료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방대하고 다양한 경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구르지에프는 20여년이 넘는 영적 탐구를 위한 여행을 통해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수없이 하였고, 그를 통해 자기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영적 진리에 누구보다 가까이 갔던 사람이었다. 그는 러시아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와 각종 민속종교를 경험했고, 18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총상을 3번이나 당하면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는가 하면, 뛰어난 손재주로 만물상을 차리거나 각종 사업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여 돈을 모으기도 하였다. 구르지에프의 깨달음과 가르침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숨겨진 20년’은 그를 보다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짧은 발제문은 제임스 무어 James Moor의 <구르지에프 삶의 연대기>를 토대로 그의 유년기와 ‘숨겨진 20년’에 집중하여 그의 저술에서 밝혔던 사람들, 사건들, 깨달음 등을 정리하고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청중들로 하여금 구르지에프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와 더불어 영적 순례의 길에 나서도록 흥미를 유발하고자 한다.

2. 유년기

구르지에프는 1866년 1월 러시아-터키의 국경 지역인 알렉산드로폴(현재는 아르메니아의 규므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구르지에프가 첫 번째 스승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아쇽(ashok : 음유시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마추어였지만 그의 명성은 트랜스코카서스 전역을 넘어 소아시아에 까지 알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읊어주었던 대서사시들과 다른 아쇽들과의 수많은 날들의 토론모임을 지켜보면서 구르지에프는 고대로부터 전승되는 지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들을 강하고 엄하게 키우기 위해 어린 구르지에프를 새벽에 데리고 나가 얼음을 깨고 찬물을 머리에 붓기도 하였는데, 이런 경험이 훗날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사업에는 수완이 없었다. 대규모 유목사업이 우역으로 인해 소떼가 전멸하여 실패하고, 산림채벌 사업도 파산하여 결국 조그만 목공소를 운영하여 가난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구르지에프는 11세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벌이를 위해 일해야 했다. 그러나 구르지에프는 자기 아버지가 자신 안에 심어준 ‘행복한 충동의 씨앗’과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기억하며, 가난한 중에서도 아버지는 항상 용기의 원천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두 번째 스승은 보르쉬 신부였다. 그는 구르지에프의 아버지를 만난 후 친구가 되었는데, 종교적 토론을 하면서 밤을 꼬박 새우는가 하면, 구르지에프를 쓸모없는 학교교육을 포기하고 대신 개인교사를 통해 특별한 교육을 받게 하도록 그의 아버지를 설득하였다. 그가 12살 되었을 때 보르쉬 신부는 신학교 4학년에 맞는 교육을 시켰고, 군인병원 도서관에서 집중적인 독서를 하게 하였다. 구르지에프의 부모는 그가 사제가 되기를 원했으나 오히려 보르쉬 신부는 진정한 사제가 되기 위해 영혼만이 아니라 몸을 고치는 의학수업을 먼저 받도록 하였다. 구르지에프는 아버지와 보르쉬 신부가 자기 개체성 형성에 가장 특별한 영향을 미친 분들로 기억한다.

3. 청소년기

구르지에프가 15살 때 그가 사랑하던 첫 째 여동생이 사망하였다. 그 자신도 오리사냥을 갔다가 오발사고로 가까스로 죽음을 피하는데, 그에 대한 점쟁이의 예언을 떠올리며 죽음과 초자연적 현상들에 대한 물음과 두려움을 갖게 된다. 여자 친구를 위해 죽음의 결투를 하다가 포 사격장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좌충우돌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는 17세에 집을 떠나 티플리스로 이사하여 조지안 신학교에 입학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만다. 이에 구르지에프는 트랜스코카서스 철도회사 화부로 일하다가 영적 갈증으로 예치미아진까지 도보로 순례 여행을 하고 사나힌 수도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평생의 친구인 사르키스 포고시안과 아브람 엘로프와의 우정을 더 쌓아간다.

구르지에프는 인간의 몸과 삶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내면에 결정화하고 평생의 물음으로 갖게 된다. 19세에 그는 메블레비와 베크타시 데르비쉬 (dervish: 이슬람 신비주의 수행자, suffi로 더 잘 알려져 있다)를 연구하기 위해 콘스탄티노플에 가는데, 동전 줍기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거기에서 에킴 베이를 만나 새로운 우정을 만든다.

4. 숨겨진 20년 (1887-1907)

20세의 구르지에프와 포고시안은 폐허가 된 아니 Ani를 발구하다 B.C. 2500년경 바빌론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혜학교 ‘사르몽 형제회 Sarmong brotherhood’에 대한 문서를 발견한다. 마침 그 다음 해(1887년)에 아르메니아 수호협회인 아르메나칸스 Aremenakans의 가이드로 포고시안과 함께 쿠르디스탄을 향한 원정대에 합류한다. 구르지에프의 속셈은 사로몽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여정 중에 자크호 Zakho에서 ‘모래로 덮이기 이전’의 이집트 지도를 발견하는 바람에 알렉산드리아로 우회하게 되었다. 포고시안과 헤어졌으나 구르지에프는 카이로에서 선배 그룹인 유리 루보베츠키 왕자와 스크리들로프 교수와 만나 강한 연대를 만들게 된다.(다음호에 계속)

번역: 이은재 목사
대한에니어그램 영성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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