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콩나물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나는 얼른 후문 계단 밑에 있는 야채가게로 달려갔어요.
계단을 내려가다 옆집 할머니를 만났어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나는 얼른 배꼽 인사를 했어요.
할머니는 계단 밑에다 까만 봉지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고 계셨어요.
‘이걸 들고 어찌 올라가나?’
그러는 표정으로 서 계신 것 같았어요.
“아가, 이거 저기까지만 들어다 줄래?”
할머니가 계단 위를 가리키며 말씀하셨어요.
“네에!”
나는 단숨에 할머니 짐을 들고 계단을 뛰어 올랐어요.
그 안에는 내 주먹만한 노오란 참외가 열 개쯤 들어있었어요.
나는 그 봉지를 계단 옆 정자나무 의자에 올려놓고 다시 내려왔어요.
“고맙다. 내가 무거워서 그래.”
“저도 알아요.”
“어떻게 알아?”
할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셨어요.
“저희 할머니도 조금만 무거운 거 들면 힘드시다고 하세요.”
“…… 그려, 고맙다.”
“ 뭘요, 할머니 의자에서 좀 쉬셨다 가세요”
나는 야채가게로 달려가며 우리 할머니 생각을 했어요.
할머니도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에 가서 시장도 봐 오시고, 싼 물건이 있으면 먼데까지 가서 사들고 오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못 들고 다니신대요. 나이가 드시면 별로 무겁지 않은 것도 무거워지는가 봐요. 늙으면 지팡이도 짐이 된다는 날이 맞나 봐요.
그날 이후 할머니들이 짐을 들고 다니시는 걸 보면 얼른 달려가 여쭤봐요.
“제가 들어다드릴까요?”
할머니들이 기뻐하세요. 그럴 땐 저도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