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2 / 2021

 

 

 

 

 

 

 

 

 

 

 

 

 

보에티우스, 로마 사상과 기독교 신앙을 잇다.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34)

영혼의 언어와 논리



보에티우스, 로마 사상과 기독교 신앙을 잇다








황 혜 영

교수
프랑스문학 전공
서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rayondor@hanmail.net






 


고대 로마 말기 정치가, 사상가 보에티우스가 옥중에서 남긴 <철학의 위안>은 당시 로마 철학과 기독교 신앙을 하나로 녹여낸 점에서 신앙과 학문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갈까 고심해온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475-477년경 태어난 보에티우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를 따라 그리스도교를 신봉한 아니키스트 가문 출신이면서 동시에 로마 전통도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나갔다. 510년 20대 후반의 나이로 집정관이 되었고 522년에는 그의 두 아들까지 10대에 집정관이 되는 등 찬란한 명예를 누리던 그는 당시 로마 원로원 의원 알비누스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을 보고 그의 결백을 왕에게 변호하다 그만 티키움(오늘날 파비아)으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결국 처형당하고 만다.

<철학의 위안>은 유배지에서 죽음을 앞둔 보에티우스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길어낸 것이다. 그의 죽음은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동방과 서방 간의 고조된 불신과 분열로 인한 정치적 희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치룬 희생으로 빚어낸 위대한 유작은 고대 로마 전통과 중세 유럽을 지배하는 기독교 신앙을 화해시키고 있다.

<철학의 위안>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던 보에티우스가 자신이 평생 의지했던 철학적 사유로 내적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위로하고 신이 인간에 부여한 존엄함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억울하게 유배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보에티우스 앞에 홀연히 나타난 철학의 여신은 유배란 자신의 근원을 떠나는 것이며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근원을 떠나지 않는 한 결코 아무도 우리를 유배시킬 수 없다고 말해준다.

여신으로 형상화한 철학적 성찰을 빌어 보에티우스는 이 세상은 원래부터 사악한 무리들이 덕을 지닌 자들을 핍박해왔으며 우리를 해치려는 무리들이 아무리 더 강한 힘으로 우리를 핍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유일한 지도자인 영원한 신이 더 강한 군대를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자신의 성채 안에 불러들여 우리를 대신해 악한 무리들을 물리쳐줄 것이라고 위로한다.

<철학의 위안> 전체 흐름 속에서 보에티우스는 로마철학의 논변의 그릇 안에 절대자 신에 귀의하는 신앙을 녹여내고 있다. 철학의 여신은 “완전한 선은 신 안에 있고 신과 동일하며, 행복은 최고선이기 때문에, 신과 행복도 하나이고 동일하며 서로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사람들이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게 되면, 신의 신성에 참여하게 된다.”며 진정한 인간의 행복은 부나 명예와 같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으며 우리의 선한 본성을 간직하고 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평안함과 고요함을 지키는 자유로운 영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자가 될 때 어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최고의 행복과 선을 소유하게 됨을 일깨워준다.

재산과 명예,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가 추방당할 수 없듯이 남에게 받은 영광은 도로 빼앗길 수 있지만, 자신의 선한 행위로 말미암아 선이라는 보상을 얻었다면 자신이 그 선한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선이라는 보상도 타인이 빼앗아갈 수 없다는 추론으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다.

우리의 선한 행위로 보상을 받았다면 그 선한 행위 하기를 그치지 않는 한 그 보상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그 선 자체가 행복이고 최고선이 바로 신이므로 선한 자들은 신의 속성에 참여하는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된 권력은 덕 있는 자들에게 있으며 [...]지혜로운 자가 추구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권력은 자신의 악한 욕망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권력”이다.

보에티우스는 “아버지여, 나의 정신이/당신의 위엄의 자리로 올라가서/빛을 회복하여/선의 근원이신 당신을 보게 해주시고/내 영혼이 오직 당신만을 응시하게 해 주소서.”라고 하여 명철한 로마 철학의 논리 위에 자신의 본원으로서의 신에 의지하는 기독교 신앙을 새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에티우스는 신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현재적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이 과거, 현재, 미래를 현재적으로 동시에 품는 시선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인간이 자유의지로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신의 예지 안에 포용되므로 악을 멀리하고 미덕을 기르며, 바른 희망을 품고, 신께 겸손히 간구하도록 권하는 것으로 결론내림으로서 모든 인간의 사유를 신의 예지의 영원성에 품어내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배되어 죽음을 앞둔 철학자 보에티우스는 로마 지적 사유의 틀에 기독교 신앙의 위로를 녹여내어 운명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오늘 우리에게까지 변함없는 위로의 빛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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