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2 / 2021

 

 

 

 

 

 

 

 

 

 

 

 

  공동체 만들기

 

내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남 윤 미


상담심리사,
전 은여울중학교교사
nym306@hanmail.net






 


아이들은 집을 떠나고 학교를 떠나면 어떤 삶을 살아갈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파에 시달리고, 나락으로 떨어져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대할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러 해 전에 만난 인주(가명)도 그런 아이였다.

인주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오는 날이면 엄마를 괴롭혔다. 남편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다 엄마는 가출을 했고, 그 아버지의 폭력성은 인주를 대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새벽까지 앉혀놓고 잔소리를 이어가기도 하고, ‘니 엄마를 닮았다.’며 엄마에게 보이던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인주는 그렇게 밤새 시달리는 날이면 다음 날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학교에 있는 순간만큼은 아버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학교에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인주가 당번이라 문단속을 하고 체육수업을 나갔다 들어오니 학급에 도난사고가 생겼다. 가방에 지갑을 두고 나갔다 온 아이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친구들은 당번이라 제일 마지막으로 나갔던 인주를 의심했고,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인주에 대한 의심뿐 아니라 평소 인주의 행동까지 들먹이며 친구들의 공격이 그치질 않았다.

억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인주는 이제 학교에 다닐 자신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짐을 싸고 비상금으로 챙겨두었던 돈을 가지고 가출을 했다. 거리를 다니다 이미 가출하고 돌아다니던 두 명의 아이들을 만났고, 같이 어울리던 중 이 아이들이 함께 서울에 가자는 말에 동의하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서울에 도착하니 친구들은 택시를 타고 재미있는 곳에 데리고 가 주겠다고 했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는 인주는 이 친구들을 믿을 수밖에 없어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 기사의 행동이 이상했고, 이를 눈치챈 뒷좌석의 친구들은 중간에 내렸는데 인주는 미처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택시 기사한테 끌려가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인주는 그 후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서울에서 이 일, 저 일을 하며 전전하다 호프집 알바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인주의 행색을 이상히 여긴 주인은 인주의 사정을 살피다 인주가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 확인해보니 인주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지만, 인주는 그때까지 자기 몸의 변화도 잘 알지 못하고 지내는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다행히 주인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다 겨우 연락이 닿은 작은어머니가 와 무사히 출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작은어머니는 인주가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주와 상의 한마디 없이 아이 없는 집에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 보내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인주는 작은어머니한테 아이를 다시 데려오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인주는 그렇게 아이마저 잃고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 상태로 상담자인 나와 마주 앉은 16세 소녀 인주는 싱그럽게 피어나는 파릇파릇한 모습이 아니라 이미 세파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한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인주에게 물었다.

“집으로 돌아가야지?”

“네. 이제 세상이 무서워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학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학교는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알바하면서 제 앞날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지금 제일 어려운 게 뭘까?”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젖이 불어서 공중화장실에 가서 젖을 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아이가 너무……”

인주는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선생님, 저 성병에 걸린 것 같아요. 치료는 아직 받지 못했어요. 너무 힘들어요.”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자. 방법을 찾아볼게”

인주는 우선 병원에서 성병 치료부터 받기 시작했다. 아버지와는 이야기가 잘 되어 집으로 들어가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 가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하여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알바를 하기로 하였다.

인주의 경우는 가정폭력과 학교에서의 친구들의 따돌림이 한 아이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출과 학교이탈 후 거리의 친구들과의 만남과 서울행, 낯선 택시 기사로부터의 성폭행, 그로 인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성병까지. 아이마저 잃고 울며 젖을 짜야 하는 16세 소녀의 아픔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학교에서 성교육 업무를 맡았던 해에 ‘성매매 예방을 위한 연극제’를 한다는 공문이 왔다. 나는 인주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선정이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연극을 준비하였다. 그 당시 연극에 함께 했던 학생들은 가출과 학교 결석을 반복하며 다양한 위기 속에 방황하던 학생들이었다. 결석이 하도 잦아서 함께 연극을 맞춰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연극제여서 중학생인 우리팀은 수상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연습한 대로 무대에서 인주의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표현하고 내려왔을 뿐인데,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팀까지 뛰어넘어 대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날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학교 이름이 불리지 않자 아무 상도 받지 못하는 줄 알고 실망하며 고개들을 숙이고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대상으로 우리 학교 이름이 불리자 서로 얼싸안고 눈물로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연극을 했던 아이들도 다 사연이 있었고, 인주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그 감동은 더 큰 것이었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까 상의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누구 하나 반대 의견 없이 그 상금을 미혼모들을 돌보는 시설에 기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자모원이라는 미혼모 시설에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상금을 전달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그 뒤 연극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달라졌다. 학교의 이름을 빛내고 돌아온 아이들을 향한 칭찬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아이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 잘 나오지 않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벌을 받느라 연극 연습에 잘 참여하지 못하던 그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완전히 변하여 아무 어려움 없이 모두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인주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로 인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방황을 끝내고 제자리를 잡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고, 이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는데 한 몫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몸부림치며 성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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