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둘이서 친한 사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친한 사이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문제는 안 친한 사이가 더 많다는 데 있다.

개인과 개인끼리는 물론이고 단체나 정당끼리, 국가와 국가 끼리 안 친하다보니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은 깨어지고 불화나 전쟁이 생겨나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평화가 깨어지는 경우는 당사자 자신들이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가운데에 다른 사 람이 개입해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두 사람의 사이를 질투해서 사실이 아닌 말을 전하게 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물어서 확인하지도 않고 토라지게 되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면서 당한 사람도 감정적인 반응을 하며 말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다 격정 때문인 것을 알게 된다. 에니어그램 2번인 나는 남을 돌보는 재미로 살아온 것 같다. 남을 돌보지 않거나 나의 이익만을 챙기는 일은 나에게는 악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을 채워주어야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내가 돌보아준 사람이 있다면 그도 나중에 나에게 어느 정도 되갚아야만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외국에 가서 살다가 다시 돌아왔다. 웬만하면 내 선물 하나 정도는 사 올만한 관계인 사람이다. 그런데 선물은 물론 없고 돌아왔다는 말도 아주 나중에서야 들었다.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운데서 좋지 않게 말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미국에서 돌아온 그와는 별로 만나지도 못했다.

“그래, 니가 나에게 그렇게 하면 나도 그만이지 뭐….”

몇 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에 그 사람이 아기를 가졌는데 아주 불편한 몸으로 내게 왔다. 꿈에서도 별로 안 친한 관계인 것이 양심에 꺼렸는지,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와 함께 기도를 하였다. 잠을 깨고는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안 친한 관계에서 친한 사이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꿈으로 나에게 말을 해 주실까? 그렇다! 부족한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모든 이들과 다 친한 사이가 아니고 안 친한 사이도 있지만 하나님과 친한 사이로 지내다보니 이런 은총을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공동체 성서연구시간에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하나님께서는 늘 우리 옆에 계시고 우리와 친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들이 하나님은 쳐다보지 않고 자기 자신 속에 파묻혀 있다고…. 그러다가 정신이 차려지면 한번씩 하나님을 쳐다보는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과 친한 사이인 사람이 사람과 친하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면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맺혔던 관계에서 내가 먼저 풀어도 저쪽에서 풀지 않으면 온전한 평화는 오지 않으니까. 안 친한 사이에서 친한 사이로 가는 묘약은 뭘까?

자기중심적으로 나만 보아달라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나의 행복보다도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가져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다.

감정의 매듭이 생길 때에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기회를 가진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도 받아주어 본다. 옛날에 사랑했던 때를 떠올리며 서로가 회상해본다. 비판하던 항목에서 칭찬할 수 있는 항목으로 전환해 본다.

멀어져 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중간에서 나쁘게 말을 전한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내 마음이 풀려지도록 기도한다. 친한 사이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