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빨개진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교단 앞에 나섰다.
“우리 경완이에게 박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경완이는 엉겁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여러분, 우리 삼촌은 동화를 쓰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천군사에 다녀오다가 고구마를 한개 주워 왔습니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이었지만, 예쁘게 싹이 나오고 있는 고구마였습니다. 집에 와서 화분에 심었는데, 물을 주지 않고 오래 내버려 두어서 고구마순이 시들었습니다. 그것을 오늘 학교에 오기 전 아파트 앞 화단에 심고 왔습니다. 비를 맞으면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경완이가 말했다.
“고구마순이 다시 살아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고구마순이 다시 살아나면 삼촌한테 편지를 쓸 거예요. 제가 고구마를 화단 흙을 파고 심었더니 다시 살아났다구요.”
경완이가 대답했다.
“좋아요, 좋은 일을 했어요. 그러나 고구마는 그대로 두어서는 안돼요. 순이 길어지면 그것을 잘라 내서 다시 심어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순에서 뿌리가 나오고, 고구마도 달리게 돼요. 좀 늦었지만, 그렇게 해보면 자연 공부도 되고 더욱 좋을 거예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경완이가 대답했다. 아이들이 다시 손뼉을 쳤다. 경완이도 다시 꾸벅 인사를 했다.
“장경완, 그리고 아기새 이야기는 뭔가요?”
선생님이 또 다시 말씀하셨다. 경완이는 눈앞이 흐려 왔다. 그러나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서는 오늘 지물포 할아버지와 도배하는 아저씨가 오셔서 더러워진 벽을 깨끗한 종이로 바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배를 하려면 책장을 옮기고 장식장도 옮겨놓게 될 것입니다. 책장을 옮기거나 장식장을 옮기게 되면, 그 뒤에서 잃어버린 아기새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봄에 제가 잘못해서 십자매 새끼를 잃어버렸습니다. 한 마리는 문밖으로 날아갔는데, 한 마리는 집안에서 없어졌습니다. 잉꼬새한테 피가 나도록 물린 십자매가, 두 눈에서 피를 흘리며, 아기새가 그만 없어져….”




경완이는 이야기를 하다말고 울어버렸다. 선생님이 경완이를 안으셨다. 선생님께서 경완이를 데려다가 자리에 앉히셨다. 경완이는 흑흑 느끼고 있었다.
“여러분, 여러분의 친구인 경완이의 이야기를 잘 들으셨지요?”
다시 단 위에 올라서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아이들이 대답했다. 이제 손뼉을 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울지 마!”
옆자리에 앉은 짝이 경완이에게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여러분, 저는 경완이의 삼촌을 잘 알아요. 그분의 글도 많이 읽었어요. 지난달에는 어느 잡지에서 다음과 같은 글도 읽었어요….”
선생님께서 돌아서시더니 칠판에 우선 ‘별’이라고 쓰셨다.

하늘에서 반짝
내 마음에 반짝

아무도 몰라도
저 별은 알고,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알아요.

하늘에서 반짝
내 마음에 반짝

창밖에는 여전히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경완이는 책가방을 챙기며 오늘 밤 삼촌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자라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경완이를 바라보며 웃으셨다.
경완이는 다시 저 선생님이 삼촌의 색시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경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경일이가 화단에 앉아 있었다. 고구마를 심은 곳 옆을 파고 있었다.
“형, 뭐하는 거야?”
경완이가 물었다.
“아기 새 무덤이야.”
경일이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