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터넷신문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세상에 소식을 전한지 벌써 14개월이 지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많은 장애인들을 만났다. 그 만남의 장은 대부분 기쁨보다는 처절한 고통의 현장이었다.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달하는 장애인들，전체 장애인의 50퍼센트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 70.5퍼센트가 한 달에 5회도 외출하지 못하고 갇혀 사는 현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그로 인한 고통의 악순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장애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리로 나와 도로, 육교, 지하철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배타성은 정부나 사회만이 아니다. 종교계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타성은 뿌리깊게 박혀 있다. 가톨릭에서는 장애인이 신부가 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 않고 불교의 경우도 수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학의 길이 막혀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교회의 경우 신학교 입학에 장애가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교회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교회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 찾아와 안식과 치유를 받는 곳이 교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교회에 남아 있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장애인을 만날 때 목사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그것은 목사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교회에 대해 좋지 않은 경험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관계가 형성된 후 말하면 그때서야 고마움을 표한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말 한 마디가 있다. 한 장애인이 나에게 던진 “지금은 우리가 정부와 사회를 대상으로 싸우지만, 그 다음은 종교계를 대상으로 싸울 것입니다.”라는 말은 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있다. 각 종교가 얼마나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으면 이런 마음을 먹을까? 물론 한국의 종교, 특히 교회가 장애인을 위해 많은 물질과 정성으로 섬겼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교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교회는 장애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청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물론 전체 인구에 비하면 장애인의 숫자는 결코 많지 않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도 극소수이다. 그러나 우리가 장애인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한다면 교회 안에서 장애인의 수는 증가할 것이다. 또한 그들의 가족들도 함께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전도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교회의 성장곡선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라면 서너 가정 중에 한 가정은 장애인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한 두 집만 건너면 장애인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선교의 관점을 장애인에게 맞춘다면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들도 그 사랑과 선행을 보고 감동하여 교회로 찾아들 것이다.

　한국교회는 장애인을 결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 실천과 새로운 선교지 개척의 선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