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자리한 우리 교회는 예배당 뒤편에 작은 유치원이 함께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들로는 유치원 안에 어항에서 사는 물고기들 외에도 새장엔 새들이 있고, 유치원 밖 마당 한쪽 구석에는 장 속에 토끼도 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은 고양이들이다. 어른 손가락 하나만한 새끼였을 때부터 키웠던 고양이 ‘키한’이가 자라서 어느 날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들 고양이 친구를 데리고 왔다. 이 두 마리의 고양이는 서로 친해져서 잘 어울려 돌아다니다가 매일 새벽과 저녁이면 함께 와서 유치원 현관 문밖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유독 사람을 찾아 소리 내어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고양이들이다. 그중에 키운 고양이 키한이는 내가 길을 나서면 매번 앞서 가다가 배를 보이고 드러누워서 만져주기를 바라고 만져주면 매우 흡족해 한다. 새 식구가 된 고양이 ‘키둘’이는 자기 친구를 따라 내 앞에서 드러눕는 흉내는 내면서도 정작 만져주려고 다가가면 얼른 몸을 일으켜서 달아나버린다. 벌써 한 식구가 되었으면서도 집 고양이 키한이와 들 고양이 키둘이는 이처럼 다르다.

키둘이를 어려서부터 키운 고양이 키한이처럼 나와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밥그릇에 먹이를 담아 줄 때마다 키둘이의 머리와 목을 부러 만져주곤 하는데 먹는 동안에는 만져주어도 달아나지 않고 잘 먹는다.

언제쯤이면 들 고양이 키둘이도 집 고양이 키한이처럼 나와 친해질 수 있을까? 피차가 친밀해 지는 관계의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형문자인 한자에서 평화 平和라는 말은 ‘밥을 고르게 나누어 먹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밥을 고르게 나누어 먹는 것을 평화라고 한다면 이 평화는 지난 대선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경제 민주화란 말과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정치 민주화를 이룬지 올해로 26년째이다. 이제는 반드시 헌법 제9장 제119조 1항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에 이어 나오는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명기되어 있는 대로 경제 민주화를 이루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내달에 새 대통령의 취임식과 함께 들어서는 새 정부는 선거 공약과 같이 경제 민주화를 구체적으로 착실히 실천해 가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남북관계의 개선도 거시적으로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의 실현을 돕는 방향에서, 미시적으로는 북한 주민들도 굶주리지 않도록 직접, 간접으로 돕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근자에 대한민국이 도약하기 위하여 발전 단계를 제안한 책『넥스트 코리아』를 읽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평화통일 등 우리가 당면한 난제들을 거론하며 저자는 향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모델 국가는 일본도 중국도 미국도 아닌 독일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독일 사회의 합리성과 투명성에 있다고 이해가 되었다.

독일은 경제적으로도 앞서 있는 나라가 되었기에 지금 유럽에서는 독일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새롭게 불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모든 정책 과정이 투명한 나라, 노사가 투명한 사회를 저들은 이루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삶을 함께 하기 위해 길을 따라 나서고, 서로가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보듬어 주고, 만져주면서, 그 누구도 그늘지고 어두운 구석에 홀로 남겨지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