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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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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의 음식이란 그 지역의 총체적 반영이랄 수 있을 것입니다. 안동 간고등어나 흑산도 삭힌 홍어 탄생이 보여주듯. 제가 자란 곳은 지금은 수도권이랄 수 있는 지역이지만 서울을 가려면 버스로 네 시간을 가야하는 내륙 오지였습니다. 국민학교 육학년 떄 인천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바다를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이 정말 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 구론산 병에 한 박스 담아왔던 촌놈 중의 촌놈이 저였습니다. 그런데 어려서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썩은 꽁치는 여기 와야 팔린다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바다가 인천인데 냉장차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지난 회에 쓴 대로 첫 목회지가 서해안 지역이었습니다. 그때는 현대가 시공한 A·B지구의 물길이 막히기 전이라 해산물이 풍부했습니다. 더구나 교통이 불편하여 해산물 가격도 저렴했구요. 바닷가 분들은 저녁밥 앉혀놓고 나가서 반찬거리 마련해온다는 때였으니까요. 그런 시절이다 보니 심방을 가든, 회의를 가든 식탁이 해산물로 풍성했습니다. 꽃게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어종의 신선한 회와 매운탕까지. 갯거라고 부르는 작은 조개류나 능쟁이, 황발이같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당연히 등장하죠. 더구나 간장게장과 꽃게무침은 명절이나 잔칫상에 꼭 등장하는 메뉴죠. 이쯤이면 벌써 침이 넘어가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그리고는 ‘참 복받았네!’라고 부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실듯하고. 그러나 문제는 저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 겨우 썩은(?) 꽁치나 어쩌다 먹고 자란 사람이다 보니 그런 밥상은 축복이 아니라 곤혹 그 자체였습니다. 식사도 시작하기 전에 온 집안에 진동하는 비릿내로 이미 속은 엉망입니다.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그런 식탁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수저로부터 물컵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속(?)을 모르는 분들은 겸손해서 그런 줄 알고 자꾸 먹으라고 앞으로 밀어 놓습니다. 그리고 나면 꼭 속탈이 나서 고생을 했습니다. 음식이야기 하나 더 할까요. 이 지역 토속음식 가운데 ‘게꾹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난하던 시절, 몇 번씩 게장을 담가 먹고 난 간장에 김장 후 남은 배추 잎들을 버무려 두면 그 속에서 겨우내 곰삭다시피 하게 되는데 이것을 봄에 꺼내 투가리(뚝배기의 현지 사투리)에 끓여서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그 음식냄새가 청국장의 큰 형님쯤 됩니다. 지금 식당에서 내놓는 것은 타락한 게꾹지이니 비교 불가입니다. 이제 그 때의 제 표정이 좀 그려지시나요. 이쯤에서 제가 갖고 있는 비밀을 하나 공개합니다(읽고 급 잊어주세요^^*). 저는 ‘고추장’을 못먹습니다. 물론 생고추장이죠. 어려서부터 부모님들이 먹여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셨지만 효과가 없었던 탓이죠. 그런데 어느 날, 심방을 갔더니 비빔국수를 내왔습니다. 그 시절에는 주는 것은 무엇이라도! 그리고 많이 먹는다!가 목사의 덕목(?)이었습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특별히 긴 감사기도(?)를 드리고 눈 딱 감고 열무김치에 감싸서 재빠르게 겨우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한 숨 돌리는 차에 일이 터졌습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몰랐다며 또 한 그릇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그 날 이후의 일은 상상이 가시지요. 커피가 귀하던 시절, 노인집사님이 한 양재기 타주시던 요상한 커피! 레시피를 살짝 공개합니다. 오래되어 습기에 덩어리진 커피, 소금 약간 그리고 더 약간의 고춧가루. 그래도 깊은 기도 가운데 원 샷! 이제는 모두 그리운 추억의 한 페이지입니다. 이젠 안줘서 못 먹고, 없어서 못먹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그것은(?) 아직도 못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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