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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대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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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쫄지말라”고 “쫄지않겠다”고 해도 쫄아지니 답답한 노릇이다. 목사는 강하고 담대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쫄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무자격자다. 너무 쫄릴 때가 많다. 특별히 신령한 사람들 앞에서 그렇다. 목회의 황혼기에 든 지금도 나는 그렇다. 도마를 닮았는지 의심 많고 냉정한 성품이라 머리에서는 “설마”하고 부정하면서도 그렇다. 젊어서 어느 집회에 참석했는데 강사가 신령(?)한 목사였다. 자기는 특별히 투시 透視의 은사를 받아서 척 보면 다 안단다. 심지어 뭘 먹었는지도. 난 그 말에 쫄아 기도를 청하기는커녕 눈이라도 마주칠까 노심초사했다. 뭐 대단한 죄를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목회현장에서는 신령한 목사, 영빨있는 목사가 인기다. 사람들은 신비에 목말라 한다. 그 목마름을 교묘히 이용하는 극단이 이단 사이비 세력이지만,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 줄 수 있어야 대접받는 목사가 된다. 그렇다 보니 흔히 신학은 목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어느 훌륭한 목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선친도 목사셨는데 늘 “목사는 샤먼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단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부친 말씀을 알겠다고. 어느 해 만난 노인 집사님은 함께 식사할 일이 있으면 항상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함께 식사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내가 밥을 남기면 꼭 그 밥을 드셨다. 혹 내가 밥을 다 먹으면 서운한 기색이 역력해서 남기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좀 그렇다. 목사가 남긴 밥을 먹으면 복을 받는다나. 확고한 그 믿음(?)을 깨트릴 능력이 없는 나는 쩔쩔매기만 하고. 대심방 기간이라 부부 집사님 가정을 방문했다. 팔십을 바라보는 분이지만 공부도 많이 하신 분이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셨던 분이다. 그런데 심방한지 몇 주 후 뜬금없는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지난번 심방 때 목사가 자신에게 건강하냐고 물었는데 왜 그렇게 물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꾸 그날 자기에게서 뭘 봤느냐고, 자기 몸 어디가 나쁜지 알려달라고. 몇 주를 그 문제로 고민했다고. 황당해하다가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고. 그 말에 실망한 그분은 교회를 떠났다. 속이 쓰리지만 영빨 없어 쫄리는 목사니 뭐 어쩌겠는가. 시골 교회들은 대부분 일 년에 한 차례, 그것도 농한기인 겨울에 부흥회를 한다. 부흥회 기간, 흔히 ‘별미’라고 부르는 강사들의 설교와 은사가 교회에 활력을 준다. 그런데 교회에는 특이하게 ‘부흥회 교인’이 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가 부흥회를 기점으로 다시 나오는 교인들이다. 그런데 이런 교인들일수록 부흥회 때 은혜(?)를 많이 받는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회개하고 결단한다. 헌금도 많이 한다. 부흥회가 끝나도 정말 열심이다. 그런데 길게 가야 한 두 달이다. 그리고는 또 다음 부흥회까지 계절잠(?)을 잔다. 이런 교인들은 특히 신비한 은사를 사모하고 자기에게 그런 은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행복하게 목회하던 교회에 그런 분이 있었다. 그분은 하나님과 직통(?)하는 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님이 귀에 대고 말씀하신단다. 오늘은 어디를 가라. 무엇을 하라, 심지어 된장찌게를 끓여라, 미역국을 끓여라. 그런 수준이니 하나님의 음성은커녕 설교도 더듬거리는 목사가 쫄 수밖에. 꿈 해몽을 물어오는 일도 목회 현장엔 적지 않다. 그런데 한 번도 속 시원하게 해몽치 못하는 목사니 그때마다 쫄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꿈 해몽을 잘하는 강사와 기독교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며, 답답하면서도 나만 냉랭한 게 아니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교회성장에 목마르지 않은 목사가 어디 있겠는가? 현장은 신령과 신비를 요구하는데 맹숭맹숭한 목사는 어리버리 지내온 세월이다. 하나님, 제게도 쫄지않게 영빨을 쬐끔만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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