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부가 시작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나갑니다. 5년 임기의 60개월을 생각하면 그 10분의 1이 지나가나 셈입니다. 임기의 1할을 지난 참여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그동안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성찰과 행동’의 역동성을 잘 살려야 할 것입니다.

예부터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나 사람을 쓰는 일에 있어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은 동양에서 중요한 기준입니다. 몸가짐과 말솜씨와 글을 알고 쓰는 품과 해석과 판단의 능력이 어떠한가를 가름하는 것은 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되는 일이 아님은 우리 모두가 잘 압니다.

신언서판의 서양 버전은 눈높이(See -Level, CE4-Level)입니다. 문화(Culture), 교육(Education), 경험(Experience), 환경(Environment), 기대치(Expectation)가 합하여 한 사람의 눈높이 곧 가치관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나온 타임지에서도 자연(유전)이냐 양육(환경)이냐 (Nature vs Nurture)를 특집으로 다룬 만큼 교육과 양육과 훈련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넘침이 없습니다. 이 눈높이로서 가치관은 태도를 결정하고, 태도는 행동을 그리고 행동이 생활양식(Life-style)을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어떻게 ‘신언서판’을 익혔는가와 눈높이를 어떻게 형성하였는가 하는 것이 ‘지금 여기’ 삶 속에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지식정보 체계입니다.

데이터가 선별되어 정보가 되고, 정보가 지식이 되고 지식이 걸러내져서 지혜가 되고 지혜가 마침내 분별력 곧 분별의 지혜(分別智)가 되는 법입니다. 기초자료로서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선별되고 체계화되지 않으면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입시위주로 암기 방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단편적인 지식으로서 데이터는 많이 입력이 되어 있으면서도 판단력과 결정력이 부족한 데서 좋은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한국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세계가 아는 사실입니다. 미국 L.A.에서도 이른바 ‘8학군’을 만들만큼 악명이 높을 정도입니다. 성공주의에 떠밀려서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업을 향하여 그야말로 ‘정신 없이’ 자녀들을 몰고 가다보니, 데이터 입력에 몰두하게 되고 그 결과로 생활 교육, 인성 교육, 인격 교육을 자연히 소홀할 밖에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교회마저도 교회 성장 추세에 떠밀려 가면서 교회 발전, 부흥, 성장을 조로 물량적인 성장의 틀에서 생각하고 계획하게 되니까 자연히 윤리 교육, 인성 교육, 영성 수련은 명목상의 프로그램이 되거나 아예 무시되는 경향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요, ‘독립된 개체로서 교회’라는 인식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 늦기 전에 무엇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바른 가치 교육과 인성 교육입니다. 어려서부터 물건을 사는 일에서부터 쓰는 일, 아끼는 법, 나누는 법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결정하며 실행하도록 기회를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도록 양육해야 합니다. 실수할 기회와 용기를 갖도록 부추기고, 아울러서 그것을 성찰하도록 배려하고 돕는 것입니다.

미국민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어린 시절, 다른 어린이들이 가진 호루라기가 너무 부러워서, 명절날에 얻은 주머니 가득한 많은 돈을 몽땅 주고 산 일이 있습니다. 신나게 불고 돌아다니다가 형들에게 꾸지람과 ‘호루라기 값을 너무 많이 냈다’는 핀잔과 함께 놀림을 받은 것 때문에 평생동안 그 말이 채찍이 되고 교훈이 될 만큼 성찰하며 살아서 위인이 되었던 고사를 기억합니다.

우리는, 정부도 국민도 교회도 신자들도 모두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호루라기 값을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지난 반년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잘 한 것은 확인하고 잘못한 것은 교정하고 미흡한 것은 보완하는 지혜와 분별력을 살려서 그 바탕에서 앞을 내다보며 슬기롭게 그리고 힘차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