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합니다. 새 시대가 열립니다. 새로운 10년 Decade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필경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물결을 실감하게 되리란 예감이 듭니다. 새 천년 new millenium 들어 흥분과 기대 속에서 맞이했던 첫 번째 10년이 지나고 두 번째 10년을 맞이하게 되는 시점에서 시간의 무게와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2010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사에 대한 온당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터입니다. 우리는 용서는 할지언정 결코 잊을 수 없는 지난날의 치욕과 아픔이 있습니다. ‘국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6.25 동란이 발발한지 60년이 됩니다. 민족상잔의 비극이 잊힐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산가족의 상봉마저 원활하지 못한 터에 국군포로 문제도 미결인 상태요, 정전협정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긴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4.19 학생의거로 시작된 민주 시민혁명의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민주주의는 절차’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현실 속에서 당시 젊은 학도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기와 희생을 다시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광주 민주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날의 함성과 희생이 민주화의 제물이 되었고,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런 고귀한 희생에 부끄럽지 않게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성찰할 일입니다.

지난 세월을 이렇듯 돌아보며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금년에는 서울에서 G 20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국위선양의 기회로 삼고자 준비를 하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중히 들여다보니, 하드웨어는 좋은 데 비하여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빈약한 데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10년간의 끝자락에서 중국이 세계 제1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세계적 중론이 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이란 기간이 중국과 근접한 우리로서는 자못 심각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옴은 물론,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 또한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가 어찌 대응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최근세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난 20년간 발전을 거듭한 시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여러 차례 거듭된 위기에는 강한 국민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넘기고 평상을 회복하면, 또다시 느슨해지고 위축되거나 의기소침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상시에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위기의식은 곧 비판의식입니다. 이제 주어진 ‘10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세계 제1국이 되는 중국의 곁에서 박탈과 상실을 크게 겪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독수리의 눈’과 같은 ‘비판의식’critical consciousness을 가지고 살필 일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개인이나 공동체나 우리가 부딪히는 ‘유리 천정’glass ceiling을 깨부수고 치솟아 올라가야 합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좁은 의식의 상자곽 box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위기의식은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입니다. 코앞에 닥친 위기만 보는 근시안적 태도를 벗어버리고, 10년 또는 1세대 안에 닥쳐올 위기를 내다보고 위기의식을 현재에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짧게는 2010년이란 ‘미래의 역광선’에 비춰 우리를 맑은 눈으로 보고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10여 년 전 겪었던 국제금융 IMF 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 이미 차세대 지도자로서 젊은이들을 파격적으로 내세우는 한 면만을 보더라도 정신이 버쩍 듭니다.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차세대 주역들과 지도자들을 준비시키기 위해서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내세워야 합니다. 국민의식을 깨우고, 무조건의 사랑을 발휘하며, 국민의 저력을 살려서 새로운 10년의 기회를 살리는 일에 모두 합심하여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