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적 현장을 보고 있습니다. 연속 9주째 매 주말마다 수백만에서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세계사 어디에서도 결코 볼 수 없었던 평화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 임계치를 넘어 설 지경이 되었으나, 오히려 시민들은 이 분노를 폭력적 방법이 아닌 공연과 해학과 평화적 문화와 축제로 승화시켜내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연인들, 학생들과 청년 노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 소중한 역사적 기회를 민주교육 현장으로 변화시켜 내는 집단지성과 민심의 지혜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차 집회에는 이백 삼십 만 명이 모였지만, 단 한 건의 구속이나 폭력적 사고 없이, 시위 현장은 마치 방금 청소를 끝낸 듯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리되고, 서로를 향한 위로와 신뢰와 믿음 속에서 감동과 전율로 이 추악한 권력에 맞서 선한 양심으로 투쟁하는, 우리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세계사적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온 세계는 놀란 눈으로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추악한 탐욕에 놀라고 “이게 국가냐?”라고 비웃기도 했지만, 그것을 극복해내고 있는 시민들의 위대한 혁명적 저항을 바라보며, 경이와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던 이런 평화시위에 BBC, CNN 등 세계 언론들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근혜 정권이 없었더라면, 우리 내면의 어둠과 추악한 욕망을 대변하는 이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깊은 어둠의 터널을 건너고 있었겠지요. 그래서 오히려 이 부패한 권력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이 정권이 이렇게까지 타락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허용하고 무관심하기도 했던 나 자신의 탓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정권을 하야시키고 탄핵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며 변화하는 자기 혁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손을 붙들고 나온 젊은 부부들과 평생 처음 이런 집회에 나와 본다는 노인들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우리는 새 역사를 내 손으로 쓰겠다는 시민들의 반성과 다짐을 봅니다.

이사야는 이렇게 전합니다. ‘주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 주가 의를 이루려고 너를 불렀다. 내가 너의 손을 붙들어 주고, 너를 지켜 주어서, 너를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할 것이니, 네가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이끌어 내고, 어두운 영창에 갇힌 이를 풀어 줄 것이다.”’(이사42:5~7) 메시야의 소명을 요약한 이 말씀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주시는 명령입니다. 광장에 나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소명 앞에 서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시민들의 얼굴에서 빛을 봅니다.

아, 아름답습니다. 성탄절기와 새 해를 맞이하는 오늘 대한민국은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새 해의 어떤 염원보다도 아름다운 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분단, 양극화, 사유화된 권력의 모순이 집약된 한반도가 그 고통을 극복하고 도약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기로 앞에 서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진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빛을 향하여 나아가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국회 비정규직 환경미화 노동자들 200여명이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이 땅 낮고 어두운 고통의 삶의 자리에서 떨며 울고 있는 이들이 기쁨의 소식을 듣기까지 우리의 행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제 옆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도도한 물결로 평화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여러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도 다시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