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혹은 바른 의의. 정의 正義에 대한 정의 定意입니다. 반대말은 불의 不義. 진리에 맞지 않은, 혹은 바르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사전을 보면 재미있게도 ‘평평하지 않은’의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정의와 불의를 규명하는데 ‘평등’의 정신이 배경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서도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주님의 날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높은 산은 낮아지고 낮은 골짜기는 메워져서 평탄한 대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 나라와 정의가 평등정신에 기초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의와 평등은 대부분 정치 사회 경제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정의와 평등에 관한 설교를 가능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교회 내에서 논쟁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목회자들이 지닌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신자들의 갈등과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무시되거나 잠재되어 있는 불안요소가 됩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등이 지닌 영성적 의미를 우리는 더 깊이 새겨야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진리에 기초한, 온 인류가 새겨야 할 바른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평등에 기초한 하나님 정의의 현대적 의미란 무엇일까요? 평평한 것, 높고 낮은 차별이 없기에 바르게 흐를 수 있는 것. 경제적 기회가 되었든, 교육적 기회가 되었든, 사회 정치적 기회가 되었든, 모두가 차별 없이 자신의 노력에 따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그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아브라함의 탈출, 이집트에서의 탈출, 가나안 땅의 정착과 지파동맹, 12지파의 토지분배, 왕조로부터의 탈출, 신정정치로부터의 탈출, 제사와 율법으로부터의 탈출 등 이스라엘의 탈출의 역사는 바로 평등을 위한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출발은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과의 만남,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 이스라엘은 이 소명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예수께서도 이 부르심에 응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소명에서 ‘하나님과의 하나 됨 不二’을 절절하게 깨달으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만인은 평등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모든 사람은 거룩합니다. 하나님과의 일치 안에서 모든 생명은 하나입니다. 이때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는 거룩하고 평등하며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생명 공동체적입니다. 그 공동체 안에서 개인관계, 또 가족 같은 혈연관계, 사회적 집단관계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 평등 안에서 비로소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충만하게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과의 일치는 하나님과의 관계의 평등성을 가져옵니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어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되신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처럼 높이시기 위해 ‘하나님이 되신 사람’이 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역설은 하나로 통일되었고, 우리는 하나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는 놀라운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 설명은 대단히 교리적 교설 같지만, 인간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모든 인간성 안에서 보고 만나기에, 어떤 누구도 차별할 수 없고, 하나님 안에서 동등하게 귀한 존재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 자신이 스스로를 누구라 생각하고 무엇이라 믿든 상관없이, 우리는 모든 인류 안에서 하나님의 진리와 정의와 평등을 만나야합니다. 모든 인간과 생명 안에서 우리는 영적 평등성과 가능성을 보아야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배우자에게서, 부모와 자식에게서, 이웃과 공동체 구성원들에게서, 그리고 다른 사회, 국가, 인종들 사이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보아야합니다. 그것이 평등의 영성이요, 하나님 정의의 출발입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하나님의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는 정부가 되기를 빕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평화롭고, 서로 존중하고, 정치 사회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영성적 성숙을 위해 서로 지지해주는 하늘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익을 위해서 사랑을 버리는 나라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이익을 나누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