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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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띄우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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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우즈펜스키가 경험했던 구르지에프와의 심적 대화가 떠오르며 묻게 되었습니다. 참 스승님이요 나의 주님이시라고 고백하는 예수님과 나는 왜 심적 대화를 이루지 못할까? 그분의 말씀에 대한 해석만이 아니라, 가르침을 통한 이성적 계시만이 아니라, 정겨운 스승과 제자처럼 직접 뵙고 대화를 나누지 못할까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신자들은 누구나 갖는 물음이겠지요. 이런 물음이 깊은 기도 속에서 떠올랐고 그에 대한 대답이 ‘갈망’이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스승을 찾지 않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분을 뵙고야 말리라는 영적 갈망이 우리에게 부족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인도의 요가인 이옝가 B.K.S.Iyengar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의 신체는 신이 거하시는 신전이요, 나의 아사나(요가 수련 동작들)는 신을 향한 기도이다.” 바울의 가르침과도 같습니다. 텅 비어있는 우리 몸은, 신이 거하기시 좋은, 바람이 잘 통하고 완전히 열려있는 신전과도 같습니다. 아사나를 수행하며 그분은 어디에 계실까 찾아다니는 연인처럼 몸 구석구석을 살핍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여기 어디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감각으로 몸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분명 기도입니다. 그분을 향한 그리움과 갈망으로 가득한 움직임은 몸 구석구석을 빛나게 하며 환희로 채워줍니다. 제단에 아픈 심장을 바칩니다. 그분의 축복이 내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분이 알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집니다. 제 지병인 심장병은 심해지면 몸의 고통만이 아니라 점점 숨 쉬기가 어려워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 때면 숨 한번 깊이 쉬는 일도 얼마나 큰 행복일까를 알게 됩니다. 일상에서 매일 누렸던 숨 쉬는 호사를 숨 쉬기 어려운 고통 앞에 서자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즘은 깊이 숨을 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절절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심장병의 고통이 적어도 숨에 대해서는 깨어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산책을 나가도 이제는 심장과 인격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의 산책이 내 머리가 판단하여 옳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 몸을 데리고 나갔다면, 이제는 심장이 원하기 때문에 산책을 나갑니다. 억지로 걷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즐거워하고 행복하니까 산책을 갑니다. 그리고 조금씩 내 몸의 장기들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산책이 내 몸의 장기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산책이 잠든 채 걸었던 산책이라면, 지금은 온 몸이 깨어나는 산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위가 아닌 즐거움으로 바뀌었고, 병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산책의 과정이 천국의 열쇠처럼 더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적 갈망은 실패가 없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그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들숨 한 번에 주님을 부릅니다. 날숨 한 번에 온 몸을 내려놓습니다. ‘온 몸 내려놓기’는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바친다는 것이지요. 한 호흡에 이런 영적 갈망을 담아 숨을 쉰다면, 매 순간이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걷지만, 호흡과 함께 하는 걸음은 주님을 향한 순례입니다. 이제 주님을 만나는, 살아있는 책(산책)을 읽으러 밖으로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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