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무엇으로 새해를 맞이하십니까? 어떤 꿈과 희망을 품고 있습니까? 지난 한 해 우리는 극적인 한반도의 변화를 보았습니다. 북핵 위기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실제로 목도했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요원하지만,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평화가 이상만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이를 지지하며 남북의 지도자가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주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뱀처럼 지혜로워야 합니다.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이 있는 반면, 평화를 이용하려는 세력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평화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심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우리 국민의 평화 염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이용하는 세력들은, 지금은 명분에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라도 자신의 이익과 반 反 할 때는 평화를 버릴 것입니다. 평화의 길 바로 옆에는 전쟁이 숨어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스럽게, 때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70년 분단의 세월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왔던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실현에 가장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권력, 돈, 언론, 욕망으로 점철된 시대정신까지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 의해 평화 대신 안전이라는 허상을 믿도록 길들여져 왔습니다. 평화가 없는 안전은 ‘팍스 로마나 Pax Romana’처럼 황제의 힘에 대한 복종이지 성서가 말하는 평화가 결코 아닙니다.

“주님의 눈은 의로운 사람을 살피시며, 주님의 귀는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신다.”(시34:15) 교회력에 따른 올해의 말씀입니다. 평화를 실천하는 의로운 사람의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신다는 것입니다. 힘을 추구하고 평화를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평화의 세력들이 고통 받을 때 주님께서 들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평화를 갈망하는 한반도 남북의 국민들의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시리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올 한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금 한반도에 불고 있는 변화의 태풍은 인간의 지식을 넘어서는 그 무엇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을 유지하는 힘은 국제 정세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믿음의 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의 근저에는 성탄의 의미, 즉 구원의 현재화에 있습니다. “내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예루살렘에 살던 의롭고 경건한 사람, 시므온의 고백입니다. 아기 예수는 지금-여기에 이루어진 구원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매일 오늘의 구원을 목도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내일 누군가가 내게 가져다 줄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것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신도들은 이미 실현된 구원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내 삶에 실현된 구원을 봅니다. 몸은 병들고 나날이 쇠퇴해간다 해도 매일 나를 향한 하나님의 빛나는 사랑을 봅니다. 그 사랑 때문에 지금 여기, 오늘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아름답고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탄성을 경험합니다. 더 이상 필요한 물질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없습니다. 이미 너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주어져 있는 모든 것들에서 구원을 봅니다. 평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더 이상 평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에 평화롭습니다. 이런 영성적 변화가 평화의 출발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이런 영성적 변화의 사건이 되어야합니다. 그래야 인류사회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주고, 나아가 새로운 빛의 길로 인류사회를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민족사적인 소명이야말로 한반도가 최후까지 분단으로 남아있어야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영적인 각성과 평화에 대한 지혜를 인류사회에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한반도의 경제적 번영이나 안정을 통해 또 다른 이익과 욕망으로 나아간다면, ‘통일대박’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통일대박의 눈으로 보면 한반도의 평화실현은 찬반이 엇갈립니다. 다양한 이익집단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낼 것이고,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성의 눈으로 평화를 바라보면 이것은 세계사적 사건이고 인류의식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입니다. 이익을 대신하는 훨씬 소중한 가치를 우리는 이미 남북정상이 맞잡은 손에서 보았습니다. 그 모습에서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