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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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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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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덕목들은 오늘날 나라 지도자의 덕목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왕을 하나님의 택하신 자로 세우라는 것은, 신정국가 고대 이스라엘로서는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왕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이상을 망각했을 때는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점을 적시한 것입니다. 공동체의 꿈과 이상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자가 통치자가 된다면, 그런 나라는 어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왕이 지켜야 할 덕목으로 말 馬을 많이 두지 말라는 이유는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당시 말은 가장 강력한 병장기였고, 왕의 위엄을 갖추는 데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많이 둔다는 것은 군비경쟁에 올인 한다는 것입니다. 왕이 호사스런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왕이 그리하면 나라의 재정은 파탄 나고, 백성의 삶은 피폐할 게 불문가지입니다. 말을 구하려고 백성을 애굽으로 보내지 말라는 것은, 말을 얻기 위해 젊은이들을 애굽에 용병으로 팔지 말라는 것입니다. 노예로 팔지 말라는 것이지요. 왕은 평생 율법책을 곁에 두고 지키라는 대목을 특별히 주목합니다. 여기서 ‘율법책’은 왕의 마음을 고양시킬 ‘믿음의 책’이기보다 나라를 다스릴 ‘법전’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왕이 절대군주로 군림하던 시대에 왕으로 하여금 법의 지배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이처럼 신명기는 비록 거칠기는 하지만, 왕에게 부여하는 권력에 제한을 둠으로써 정의로운 세상을 세우려 했던 것입니다. 미국의 건국 초기. 헌법을 만들 때 헌법 제정자들이 가장 고심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 만인에게 희망이 될 ‘언덕 위의 도시’를 세우려는 새로운 나라가 어떻게 하면 왕정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 권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때 심혈을 기울여 살핀 것이 개혁교회 신학을 정립한 장 깔뱅의 인간론입니다. 당시 헌법 제정자들 다수가 장로교 지도자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헌법 제정자들은 깔뱅의 인간론,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가능하다.’(로버트 코크란, [그리스도와 법])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교회 지도자일지라도 부패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존경받는 정치지도자일지라도 전제군주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덕망 있는 법관일지라도 사욕을 탐할 수 있습니다. 헌법 제정자들은 이 모순을 직시하고 고안해 낸 것이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입니다. 미국의 헌법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누고 서로 견제토록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헌법이 아무리 최고법이라 할지라도 절대화의 유혹을 미연에 차단한 것입니다.
‘사법부가 신성하다고?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 하네!’ 입담 샌 어느 친구가 내뱉은 말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초래한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미 드러난 음침한 문건만으로도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마치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도 되는 양 되뇌는 것은, 저 옛날 고대 이스라엘의 법의식만도 못한 구차한 소리입니다. 사법부는 나라의 최후 보루로서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런 사법부에 종사하는 이들의 배신행위까지 보호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사법부 출신들의 ‘전관예우’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먼 당신’입니다. 사법부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존중받으려면 사법부 종사자들 스스로 더욱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들이는데 있을 것입니다. 법의 종사자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때, ‘모든 인간은 죄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깔뱅의 명제를 새삼스럽게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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