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최고를 자랑하는 ‘사랑의 교회’ 홈페이지를 열어보면, 마치 근육질의 두 어깨에 잔뜩 힘을 준 것 같은 본관 유리 건물과 함께 사랑의 교회 그 한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는 시계탑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위를 “복음의 능력으로 시대적 소명과 책임을 감당하는 새 생명의 문을 활짝 열어…” 라는 점멸 멘트가 느린 속도로 움직입니다. 복음의 능력과 화려한 유리건물 그리고 시계탑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과연 큰 돈 들여 지은 건축물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의 교회가 최근 ‘원상 복구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물론 관할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지은 것이기는 하지만, 예배당을 넓히기 위해 공용도로 지하를 예배당으로 점유한 것이 말썽을 일으킨 것입니다. 사랑의 교회는 왜 그렇게 큰 교회당을 지은 것일까? 어떤 장소나 건축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교회들이 앞다퉈 크고 웅장한 건물을 짓고자 하는 심리 기저에는, 자기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려는 정치적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결코 자기 밖에서 다가오는 구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리적 바탕이 됩니다. 그만큼 자의식이 강고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사랑의 교회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그 정신적 기저는 한국의 개신교가 피장파장입니다.

최근에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덕영 교수(카셀대/사회학)는 한국적 자본주의의 정신과 본질을 분석한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에리식톤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입니다. 그의 책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임에도 돈과 물질적 재화를 향한 끝없는 욕망으로 여전히 배고파하는 한국의 병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으로 구축된 한국 자본주는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형성됐을까? 저자는 그 주범으로 국가와 재벌과 개신교를 꼽습니다. 박정희 정권으로 대표되는 국가가 ‘잘 살아보세’ 라며 개인에게 돈과 물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자극했고, 정주영으로 상징되는 재벌들이 ‘하면 된다’며 기업적 차원에서 욕망을 더욱 확장·구현했으며, 여기에 ‘삼박자 구원’을 표방한 조용기로 대표되는 개신교가 욕망을 신앙의 이름으로 성화 聖化한 것인데, 특히 개신교는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내면화해서 교회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국의 병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합니다. 첫째, 국가와 재벌의 ‘동맹자본주의’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둘째, 국가라는 집단주의 정신을 근대적 개인주의 정신으로의 대체하는 것입니다. 셋째, 개신교가 자본주의 주술사 노릇을 청산하고 영혼의 구원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핵심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성전에 올라가셨을 때 유대 지도자들과 충돌한 일이 있습니다(막 11:17-33). 그런데 유대 지도자들이 예수와 충돌한 장소가 예루살렘 성소의 회랑이라는 게 특별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헬라 사람들에게 높이 솟은 회랑의 원주들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진리의 상징입니다. 저 옛날 하늘까지 정복하고자 했던 바벨탑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 쌓은 축조물이 바로 회랑입니다. 그런 성격의 회랑이 어느 사이 예루살렘 성소에도 들어선 것입니다.

문제는 유대 지도자들의 자만심이 회랑의 원주들과 다를 바 없었다는데 있습니다. 저들의 의식 속에는 자기 생각 밖에서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은 없고, 높이 솟은 대리석 원주와 같은 오만과 독선과 특권의식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골수 유대인이면서도 그런 회랑처럼 굳어버린 자의식과 율법 세계에서 벗어난 이가 있습니다. 아니, 그런 걸 배설물로 여긴 이가 있습니다. 바울입니다. 바울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에게서 자기 밖에서 다가오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사건에 큰 충격을 받고 회심한 사람입니다.

진정 구원을 사모하거든 자기 안의 돌무더기인 회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에리식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병적인 자본주의가 탐하는 그칠 줄 모르는 물욕에 더하여 권력과 명예와 학벌과 인맥 등으로 쌓은 거대한 회랑에 기어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그릇된 믿음을 회개해야 합니다. 구원은 회랑 밖에서 다가옵니다. 참된 희망도 회랑 밖에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