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을 그렸던 연속극 <뿌리 깊은 나무>에서 가뭄으로 이재민과 아사자가 속출하는 모습을 괴로워하며 세종이 내뱉은 말이 요즈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라는 자리다.”

한 달 전, 죄 없는 260여명의 아이들이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서 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상에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위선적이며 기만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분노할 만큼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또 위선적이고 기만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위에 걸맞은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게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만 돌릴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하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합니다. 생명경시 풍조는 타인의 생명보다 내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는 선거에서 누가 더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인가 혹은 누가 더 인간에 대한 깊은 존경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합니다.

6년 전 그 기준으로 국민은 선택했고, 1년 전에도 유사한 기준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당한 후 자신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했는지도 잊은 채 정부에 대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위선적이며 기만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다시는 세월호에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에게도 회초리를 대야합니다.(박경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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