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회: 햇순 100호 기념 좌담회 한 것이 8년 전이었는데 오늘 200호를 기념하는 좌담회를 열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하나님께도, 여러분에게도, 독자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기 도: 하태영

감사하신 하나님 아버지, 이처럼 아름다운 산돌학교에 와서 햇순 200호 기념 회의를 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주께서 햇순을 200호까지 이끌어올 수 있도록 참여하시고 붙들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이 일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그 값진 결실들이 나타난 줄 믿습니다. 오늘 회의를 통하여 이제 200호의 의미 있는 결실들을 모아낼 수 있도록 주께서 역사하여주시고 그동안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모든 분들에게 항상 함께 하시기를 원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사 회: 감사합니다. 햇순 200호를 맞이하며 위원님들의 특별한 소회가 있을 겁니다. 먼저 소감부터 말씀해 주실까요?

윤명선: 뿌듯합니다. 200호라는 숫자도 있지만 긴 기간 동안 달려왔다는 것이 감격스럽습니다.

홍소윤: 2004년 봄, 제가 처음 왔을 때 100호 기념 좌담회를 하며 햇순에 대해 알게 되어 참 감사했습니다. 역사의 소명을 느끼며 이 작은 책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지요. 지금도 컴퓨터를 잘 못하지만 어떻게 하 다 보니 컴맹이었던 제가 편집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200호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하나님이 저의 부족함을 많이 숨겨주셨어요.(웃음)

작지만 햇순이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고 엮어내는 일을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재: 200호면 몇 년이지요? 16년 반? 저도 200호까지 오랜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게 놀랍고 그 끈기에 감탄합니다. 특히 김영운 목사님의 은근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놀랍습니다. 햇순이 눈에 확 띄거나 선명성을 갖고 앞에서 외치는 잡지는 아니지만 제호 題號처럼 조용히 부드러우면서도 끈기 있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 스스로 자라 빛을 발하리라는 희망도 있습니다.

이철용: 저는 자주 외국에 나가있다보니 편집회의에 들쭉날쭉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사회나 한국교회를 보면 전에는 개혁이라는 화두를 갖고 고민하고 성찰도 했지만, 지금은 송두리째 무너져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암울합니다. 이런 시대를 보면서 누군가는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고 엮어내는 일을 해야겠지요. 작지만 햇순이 이런 변화를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다고 생각합니다.

하태영: 처음에는 소식지 형태로 시작했는데, 그때 혜화동에서 어떻게 할까 여러 차례 의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햇순이 한 번도 펑크 안 났지요?(웃음)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킨 것 같아요. 김영운 목사님이 가장 크게 기여하셨고, 공동체성서연구라는 중요한 과제가 지금까지 버텨오게 한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 회: 200호를 맞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대적인, 역사적인 상황을 더욱 의식하게 됩니다. 처음 햇순을 시작하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챤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유동식 선생님과 김용구 선생님과 같이 심야대화를 한 일이 있는데 두 분이 ‘공동체성서연구를 한 지 20여년 지났으면 이제는 조금 더 깃발을 내세우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합창하시듯 말씀하셨어요. 잡지를 통해서 공동체성서연구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성서연구 하는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 그 말에 힘입어서 이은재 목사, 윤명선 목사 등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각을 하였고, 199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 시작하면서 4월에 창간호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잡지를 내기 위한 잡지는 아니었고 공동체성서연구, 영성운동, 공동체문화운동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지요. 우리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독자들이나 후원자들이 잡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여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구요, 100호 때도 말씀드렸지만 세계와 사회 구석구석에서 햇순을 읽고 사랑하며 기도하시는 분들 때문에 이렇게 햇순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200호까지 왔기 때문에 한쪽으로는 떨리는 마음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앞으로 ‘또 다른 200호를 향하여 가려면’ 무엇을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을지 짚어주십시오.

햇순이 책을 위한 단순한 책이 아니라 공동체 영성, 하나님 나라의 운동, 즉 운동성을 펼치는 실천의 장으로 살아있어야 …

이은재: 지금 김 목사님 말씀하신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운동성인 것 같아요. 책을 위한 책이 아니라 공동체 영성, 하나님 나라의 운동 즉, 운동성을 위한 자료로써 살아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공동체성서연구는 물론 지역의 성서공동체 연대의 이야기도 더 활성화되면 좋겠고, 앞으로는 에니어그램 수련을 실천하는 개인이나 공동체이야기도 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철용: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화하고 있잖아요. 자고 일어나면 변화를 너무 많이 느끼고 있는데, 예전에는 절대화된 것도 유명무실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햇순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기 위해 어떻게 먼저 변화를 수용하고 나가야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하태영: 햇순이 지향해 온 공동체 운동 등 핵심적인 가치를 분명히 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체성서연구를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인가와 함께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공동체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새로운 자료가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일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편집위원들도 찾는 게 좋겠습니다.

이은재: 그런 의미에서 젊은 친구들이 편집위원으로 들어오셨으면 합니다.

윤명선: 30대, 40대의 편집위원들도 하나씩 있으면 좋겠어요.

이철용: 햇순이 프레스 상태로 진행되는 것도 고민해야 되지 않나 합니다. 출판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지요. SNS 등 확장력이 무한한 세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김영운 목사님의 통찰력으로 시대의 문제를 잘 집어주셨는데, 독자들에게만 묻히는 제한성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또는 매주에 한번은 메시지를 SNS나 페이스북 등에 짧게 짧게 날려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젊은이들에겐 긴 문장이 아닐지라도 중요한 이슈는 축약해서 우리의 공동체 운동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틀과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합시다!

SNS 등 확장력이 무한한 세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윤명선: 페이스북에 공동체성서연구를 시작했는데요, 반응이 무한해요. 피지, 독일, 미국 등 여기저기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들어오더라구요. 햇순의 확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사 회: 앞을 내다보면서 중요한 말씀들을 하셨는데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깊이 고민하면서 다듬어나가야겠지만, 현재의 이 체제도 언젠가 빠른 시일 내에 환골탈태를 해야 합니다. 현재 성서연구는 한국적인 교회력을 연구하고 있는 ‘예배와 강단’과 협력하여 하고 있는데 3년의 사이클이 세 번 돌아 9년이 되는 내년이면 우선 일단락되지 않겠나합니다. 또 그동안 에니어그램으로 본 성서인물을 소개했는데 내년 중반에 끝납니다. 그러므로 내년 중반이면 기존의 형태는 전반적으로 정리가 되고 체제도 방법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 되는 거지요. 200호를 지나면서 앞으로 틀도 바꿔야 하고, 미디어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공동체성서연구, 에니어그램, 공동체문화 운동이 맞물려, 또 각 분야별로 햇순을 어떻게 확장할지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변화가 있어야 하겠어요.

이철용: 요즘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있고 눈높이도 높아져 있어 책이나 문자에 대한 가동력도 생각하게 됩니다. 헌데 우리 햇순은 너무 단순합니다. 여기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눈에 잘 보이기 위해 전문적인 것을 더 가미해야 합니다. PDF로 해서 온라인으로도 할 수도 있겠지요. 또 가동력을 위해서는 자본 투여가 있어야겠죠. 내용과 함께 디자인을 잘 해서 적극적으로 펼치면 좋겠습니다. 자본을 투자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위촉하여 자원 봉사자 툴을 만들어서 분배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프레스는 프레스대로 하고, 인터넷에 올려도 디자인이 쉽고 예뻐서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어 더 많은 사람들, 다음 세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요즘 대학에서도 자원봉사 점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만화과나 에니메이션과 등 과마다의 대학교수님들과 인프라를 구축해서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변화의 세대에 햇순이 변화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적응할 것인가? 또한 우리 시대에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윤명선: 햇순이 페이지 수는 적지만 전문적이잖아요. 성서연구나 에니어그램이나. 그러면 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성을 가진 만화도 햇순에 들어오면 좋겠고,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하면 좋겠어요. 저도 젊은이들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철용: 우리가 SNS를 잘 활용하면 그 안에서 매니아를 발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지도도 높아지고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지요. 또 우리 식구들 가운데도 자기 현장에서 몇 사람이 나누어 햇순을 압축해서 할 수도 있고 물론 개인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햇순의 내용이라는 것 알리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활용하면 해당되는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윤명선: 내가 페이스북에 공동체성서연구를 하는데 이건 김영운 목사님 성서연구자료이고 햇순 몇 월호, 몇 페이지에 나온 해설이라고 쓰면서 그때그때 축약해서 하기도 하는데 좋아요.

이은재: 변화하는 세대에 햇순이 변화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적응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시대에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젊은 층을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빈곤이 가져오는 세대의 아이들에게 산돌학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독서입니다. 활자와 암송 등 전통적인 것을 놓칠 때 인문학의 빈곤이 온다고 봅니다. 또 하나, 이런 실험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을 어느 한 사람이 다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적으로 독립시켜 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에니어그램공동체가 쓴 글은 그 공동체에서 페이지를 만들고, 평택공동체 것은 평택에 그 페이지를 맡겨 만들게 하는 거지요. 그렇게 각 공동체마다 각각 만들어보면 중구난방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유치하거나 산만할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지 않을까요? 각자가 만들어서 보내오면 최종으로 편집해서 인쇄하고…. 너무 과격한가요?

향후 10년 후면 햇순은 무엇을 말하며 어떤 변화를 해야 할까?

윤명선: 나도 저런 생각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홍소윤: 계산된 이벤트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걸 잘 컨트롤하고 시각화해야 하는데… 우선 수준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제한된 페이지에다가 어떻게 혁신적인 것을 시각적으로 조화시키고 맞추느냐를 충분히 고민해야겠습니다.

사 회: 그건 연구과제로 둡시다. 다양화와 변화는 전적으로 수용하는데, 지속적인 잡지로서의 정교한 면은 언제나 필요하기에 좀 연구해 봅시다. 전통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느냐, 그러면서도 시대적으로 맞는 혁신적인 것이 뭘까 고민해야겠습니다. 그 못지않은 것이 이 시대의 통찰력, 즉 이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그때 그때를 어떻게 잘 해석하느냐가 일차적이고, 이차적으로는 그걸 어떻게 소통시키느냐겠지요.

하태영: 기본적으로 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열악한 상태임에도 꿈은 크기 때문에 웬만해선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통 못지않게 이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입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데 시사평론은 아니지만 깊이 있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통찰력 있는 인물들을 ‘햇순공동체원’으로 합류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윤명선: 아무튼 변화해야 합니다. 어떤 독자는 우리가 너무 변화가 없어 지루하다고 해요. 어떤 잡지는 한 문장을 쓰고 그 다음 페이지에 또 한 문장을 쓰기도 하는데 그러면 보기가 안 지루해요. 만화도 들어가고….

햇순독자들이 모여 강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서로간의 동료의식을 가질 수 있는 ‘독자의 날’을 만듭시다.

사 회: 변화는 큰 화두입니다. 200호 권두언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꽉 차있는 것도 영성의 시각으로나 에니어그램 시각으로 오늘을 봤을 때 햇순의 자리매김이나 햇순의 사명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좀 더 좁혀 말하면 한국 개신교가 한국 역사, 사회, 문화현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살아남기는 하겠지요, 하나님의 은총으로…. 그러나 오늘의 우리 문화와 역사를 생각했을 때 햇순이 앞으로 변화를 행하는데 단순히 디자인이나 체제의 변화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나 소명의식들이 앞으로 어떤 줄기의식으로 변화할 것인가 중요합니다. 또 100호면 8-9년 걸리는데 향후 10년 후면 햇순은 무엇을 말하며 어떤 변화를 해야 할까요?

이은재: 햇순 100호는 8년이 좀 넘잖아요. 향후 10년의 햇순은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 시대를 내다보면서 화두를 잡아봐야겠습니다.

이철용: 우리가 출판을 통해서 공동체를 오랫동안 말해왔는데 지금까지는 다 조각만의 모습 이야기이지 하나로 어우러지는 데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윤 목사님이 만나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이야기도…. 이제는 사람들(햇순식구들, 독자)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이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있으면 합니다. 햇순독자들이 모여 스페셜한 강연도 하고 만남도 이루어지면서 서로간의 동료의식을 가지면 좋겠어요. 서로의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커질 수 있거든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홈커밍데이를 하듯이 독자의 날을 하는 거지요.

이은재: 독자의 날?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철용: 프레스 형태 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 오프라인 강좌 등 1년에 한 두 번 ‘공동체라는 주제’로 활성화시키고 확장시키는 거지요. 또 매니아층 형성의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프레시안 같은 데에서 보듯이 이런 전문적인 강의를 하는 겁니다. 에니어그램이든 공동체든 특화시키고 상품화시키는 것이요. 우리가 글로만 하고 있는 것을 현장의 이야기로 다양하게 끌어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은재 목사님의 대안학교(산돌학교)와 공동체 정신, 김영운 목사님의 에니어그램, 문홍빈 YMCA사무총장의 지역사회운동이나 제가 하고 있는 빈곤현장에서의 접목시킨 공동체성과 전문적인 것을 끌어내면 생생한 이야기를 가질 수 있지요. 그 다음은 현장을 보러 가는 거지요.

이 시대에 ‘복음의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햇순이 ‘복음의 생명력’을 담지해내는 데 힘써야….

윤명선: 좋아요. 공동체운동의 확장이네요.

사 회: 현장의 소리를 좀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옮기는데 독자의 날을 생각할 수도 있고 햇순강좌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고 어떤 주제를 설정해서 주제별로 심포지움을 해도 되지요. 또 한 가지는 앞으로(내년 3월쯤) 구르지예프 연구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지상중계 하듯이 햇순의 ‘에니어그램 영성’꼭지에 옮기면 역동성과 다양성으로 담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미래지향적인 역사의식으로 봤을 때 우리가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화두를 삼을 것인지가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문화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면서 어떤 증언을 하고 어떤 소리를 낼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하태영: 기후변화와 함께 자연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인간 삶의 조건도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도 변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면에서 급속히 쇠락해가는 흐름을 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초기의 순수한 열정과 신앙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회 자체가 구태의연한 기득권과 자기 확장에만 매달리고 있어서입니다. 요즘은 교회개혁의 담론도 시들해졌습니다. 반개혁적인 사람들이 개혁 담론을 주도하는 데서 오는 불신도 큽니다. 구조적으로 부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급속한 성장은 급속한 쇠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서구교회에 비해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쇠퇴도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조직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복음의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햇순이 ‘복음의 생명력’을 담지해내는 데 힘써야 하겠지요.

‘하나님 나라’ 라는 말을 누구나 잘 하지만, ‘어떻게’는 말을 안 합니다. 교회가 ‘어떻게’에 눈을 떠야하며, 햇순이 그걸 초점으로 맞춰주어야 하며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어떻게’를 풀어줘야 합니다.

사 회: 통렬하게 비판하신 말씀인데, 에니어그램으로 말하자면 반격정입니다. 뭐냐면 개혁을 안 할 사람들이 개혁을 말하고, 즉 복지를 안 할 사람들이 복지를 말하고, 경제민주화 안 할 사람들이 그런 말만 남발하면서 교회는 더 쇠퇴했습니다. 그걸 똑바로 통찰하면서 비판할 수 있는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복음의 생명력입니다. 다만 시대적인 방법이나 디자인, 체제 등을 다양하게 살리더라도 우리가 지켜야할 전통적인 것은 꾸준히 지켜나가야겠습니다. 공동체성서연구는 계속해서 하되 통전적인 방법론을 새롭게 연구해 봅시다.

이은재: 첨가하고 싶은 것은 ‘복음의 힘’입니다.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데, 불안 때문에 미래에 오실 그분이 언제 오시나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미 오신 그분을 확인하고, 불안을 극복하고, 이미 우리가 그분의 사랑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사랑에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나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고 나에게 주어진 그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요, 생명력이겠지요. 다만 우리 햇순에서 더 다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연과의 관계입니다. 그동안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부족하지 않았나합니다. 햇순을 읽으며 창조 안에서, 예수님과 또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따듯함을 느끼길 바라며 햇순이 좀 더 여유 있고 시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홍소윤: 예전에는 말씀과 삶의 뜨락에 자연묵상이 실렸습니다. 2박3일 동안 에니어그램영성수련을 하며 자연 속에서, 창조 안에서 느끼는 짧은 단상들을 자연에서의 명상으로 실렸지요.

사 회: 시대마다의 화두가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있었다면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있었어요. 지금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하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에니어그램의 초점이기도 하지요. 좋은 이야기, 진리는 누구나 다 말하지만 ‘어떻게’는 말을 안 합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기만인 것을 모르고 있어요. 물질주의에 깊이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말로는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더 잘해요. ‘어떻게는 없이!’ 교회가 ‘어떻게’에 눈을 떠야합니다. 햇순이 그걸 초점으로 맞춰주어야 하며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어떻게’를 햇순이 풀어줘야 합니다.

향후 10년의 화두는 평화통일과 통합의 문제를 다루며, 통일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햇순에 실려지기를….

윤명선: 향후 10년의 화두는 평화통일과 통합의 문제를 다루면 좋겠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햇순에 실려지면 좋겠습니다.

사 회: 중요한 말씀입니다. 300호에서 400호로 넘어갈 때는 통일한국의 사회통합의 문제가 큰 화두로 올라오지 않겠나 싶어요. 통일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의 한 차원과 통일 이후의 통합이 한 차원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동시에 하나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과 통합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화두가 중요합니다. 통일국가의 사회통합이, 독일의 경우, 20년을 왕래하고 통신 통화 등 소통이 된 상태에서 통일이 되었는데도 진통이 많았고 얼마나 큰 대가를 치뤘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을 단절된 상황에서 지내왔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바로 통일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통일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전에 ‘통일 이후의 통합’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은재: 통일 이전에 지금 우리 사회에 통합을 이루어야 할 것들이 많지요. 경제적 양극화, 지금 이미 들어와 있는 조선족, 탈북자들과의 소통부터 이루어져야겠지요.

윤명선: 그래서 조각보에서는 북한에서 온 진달래 모임과 1달에 한 번씩 집을 돌아가면서 만나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공동체문화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은재: 그런 분들을 초청해서 이야기 듣는 것도 좋겠네요.

통일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의 한 차원과 통일 이후의 통합이 한 차원이 있는데, 통일과 통합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화두가 중요 …. 또 통일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햇순에 실려지길!

사 회: 자연스럽게 독자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동안 독자와의 연계성이 그다지 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방의 성서연대의 성서연구이야기도 듣고 하는데 앞으로는 점점 햇순과 독자들과의 쌍방관계가 튼실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태영: 그동안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우선 독자의 날을 만들어 조촐하게 하면서 그들의 진솔한 말을 듣기도 하고 글을 쓰게 하면 어떨까요.

윤명선: 말을 하라고 하면 잘 하는데 글을 쓰라고 하면 참 어려워해요. 먼저 200호를 기념하면서 독자의 날을 정해 봅시다.

이철용: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기도 하지만 또 오실 분을 정중하게 초청도 하고 마음을 모으구요.

사 회: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이제까지는 햇순을 가꾸어 오는 것이 큰 과제였는데, 이제는 200호를 계기로 ‘독자의 날’을 만들고, 독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고, 또 SNS를 통해 소통하는 인프라 구축 등 독자와의 소통이 큰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이것은 곧 공동체 운동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필연적인 선택일 것 같습니다. 이제 좌담회를 마감하면서 한 말씀씩 해주시지요.

햇순이 독자들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두려움이 많은 이 시대에서 햇순을 읽는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하태영: 저의 경우 거친 글인데도 지면을 할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분들께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한계를 느낍니다. 통찰력도 떨어지고요. 햇순이 독자들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내용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사 회: 하 목사님의 한계문제가 아니라 지금 세상이 하수상하고 생각은 많기 때문에 오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분에 넘치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윤명선, 이은재 : 목사님 글 참 좋아요.

홍소윤: 하 목사님, 거칠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오히려 목사님 글은 군더더기 없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말씀하시는데 재미도 있고,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그 어떤 것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세련됨이 있어요. 선지자의 예리한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이철용: 어른들보다 열심히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스럽습니다. 시대의 고민들이 더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시대가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데, 우리의 사명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정신적인 매체로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이은재: 공동체의 경험이 독자들과 잘 소통 되었으면 좋겠고 독자들과의 만남의 장을 햇순에서 열어주길 기대합니다. 편집위원들 간에도 더 깊은 소통이 일어나길 바라고요, 두려움이 많은 이 시대에서 햇순을 읽는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소윤: 햇순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자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햇순이 보수층이나 진보층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갑니다. 햇순을 통해서 나의 성향과는 다르다 할지라도 어떤 하나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모색하고 고민하며 해석하는 사고의 지평이 자유롭게 열리는 그런 씨앗이 터지는 현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윤명선: 나는 햇순이 공동체성을 말하고 있기에 과정이나 방법도 공동체적이면 좋겠어요.

햇순이 그 이름처럼 척박한 이 땅의 역사에서 생명을 돋아나게 하는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널리 전달되고 퍼지는 축복이 있기를….

사 회: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햇순200호가 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주시고 기도해주시고 희생적인 봉사를 하신 여러분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것인데 이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후원하는 분들과 각처에서 기도로 돕는 분들에게, 오늘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성서난해구 해설의 민영진 목사님과 동화의 강정규 교수님, 또 그동안 글을 써주신 모든 햇순 필진들, 표지작가들, 홈페이지를 맡고 계신 마두락 목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우리가 인적, 물적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운영하면서 가려니 쉬운 일이 아닌데 실무자로서 힘겹게 일을 해온 홍소윤 목사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면서, 이 땅의 고통당하는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행복이 속히 앞당기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햇순이 그 이름처럼 척박한 이 땅의 역사에서 생명을 돋아나게 하는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널리 전달되고 퍼지는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기록하느라고 애쓰신 윤 목사님의 기도로 좌담회를 마감하겠습니다.

기도: 윤명선

감사합니다. 당신이 먼저 햇순처럼 약하고 여리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햇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성공을 원하고 더 크고 강하고 성장하려고 서로 공격하는 사회에서 우리들 자신도 어느새 그렇게 살았던 것을 회개합니다. 남을 짓밟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강퍅한 사회에서 햇순의 정신이 퍼지고 퍼져서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저희를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지 못한 것 다시 정신을 차리고, 300호, 400호를 향하여 햇순같이 연약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 생명의 힘을 믿는 마음으로 이 일에 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함께 모인 산돌학교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시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기록: 윤명선, 정리: 홍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