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이가 보이스카웃 캠핑을 떠나기 전날 밤, 경완이는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 있었다. 형을 쫓아가지 않는 대신 새로 사온 침낭을 제가 먼저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새를 잘 돌봐줘야 돼.”
경일이가 말했다.
“나도 3학년만 되면 보이스카웃 되는 거지? 그럼 나도 침낭 메고 캠핑 가지?”
경완이가 말했다.
“발이나 씻었어? 여하튼 침낭 속에서 잠자는 대신 새나 잘 보살펴.”
경일이가 말했다.
“알았어, 알았단 말야.”
경완이는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가며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캠핑 갔다 돌아와 보니 그 예쁜 십자매 새끼가 없어진 것이었다.
“말해 봐, 새끼 새가 어디 갔어, 응?”
경일이는 울먹이며 물었다. 그러나 경완이는 대답이 없었다.
“화내지 않을게, 솔직하게 얘기해. 새끼 새가 어디 갔니. 응?”
“몰라, 나도 몰라, 모른단 말야.”
경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여간해서 울지 않는 녀석인데 서럽게 엉엉 울었다. 경완이가 울다가 어느새 잠이 든 다음, 경일이는 망설이다가 경완이의 일기장을 펴 보았다.
새가 그려져 있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가 두 마리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다.
‘불쌍한 나의 아기 새’란 제목이었다.

…난 오늘 큰 실수를 했다. 김 국장님 아저씨 말씀만 듣고, 그 말씀이 자꾸만 생각나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우리 집에는 두 종류의 새가 있다. 십자매와 잉꼬다. 김 국장님 아저씨께서 잉꼬는 다른 새 새끼를 못 키운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에 아기 새를 잉꼬 새장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잉꼬는 아기 새를 쪼아댔다. 난 불쌍하고 겁이 나서 꺼내주었다. 그러나 이미 한쪽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어미에게 넣어주려고 새장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기 새가 도망갔다. 책장 뒤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찾아보았다. 촛불까지 켜들고 찬장 밑이랑 냉장고 뒤에도 들여다보았다. 그 사이에 새끼 새 한 마리가 진짜로 도망가버렸다. 현관문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어미 새 두 마리만 남은 새장 문을 닫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새끼 새를 빨리 찾게 해주세요. 그러나 벌써 하루가 지났다.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나는 또 기도했다. 날아간 새끼 새는 죽지말고, 이미 죽은 새는 하늘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주세요. 아멘.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경일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시 들어와 책장의 책을 뽑아 내고 찾아보았다. 새끼 새는 없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 민영이야, 새끼 새가 많이 자랐지? 보고 싶은데, 보여 주지 않겠니?”
민영이었다.
“…….”
경일이는 수화기를 놓았다. 잠든 경완이를 내려다보았다. 울다 잠든 탓인지 이따금 흑흑 흐느끼며 잔다. 경일이는 경완이를 나무라지 않기로 작정했다.
“다음 번 새끼 까면 잘 키워라.”
엄마가 경완이의 일기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녀석, 글을 아주 잘 쓴단 말야.”
아빠가 말씀하셨다.
“글만 보시구 새끼 새 생각은 못 하세요? 인정도 없이….”
엄마가 말씀하셨다.
“사내 대장부는 자기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법이야….”
아빠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장부는 슬픔도 참아야 돼. 경일이는 새장을 옮겼다. 베란다로 내놓아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게 해주었다. 날아간 새끼 새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다가도 새 소리를 들었다. 새장 속을 들여다보면 어미 새 두 마리뿐이었다. 새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천군사 뒷숲에서 재잘대는 멧새 소리였다. 경일이는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 앉은 채 눈을 감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