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창파 돌아보니 저승배들 지나간다
이승에 살던 부자 가난한 이 깔보다가
배고파 깡통차고 지옥으로 가는 배
부모님께 눈흘기고 홀대하다 죽은 자식,
눈빠지고 혀빼물고 지옥으로 가는 배
이승에 살던 부자 배곯는 이 밥 퍼주고,
헐벗은 이 벗어주고 신벗은 이 신겨주고,
저승서도 노적가리 쌓아두고 옷고름에 돈 걸어놓고,
꽃밭에 노니다가 서방세계로 인도환생허는 배
부모님께 효도허고 형제간 우애있고 이웃사촌 형제같이
공덕많이 쌓았다고 하늘나라 오르는 배
물먹인 소를 잡아 엉뚱하게 돈벌다가
억만지옥 들어가는 배……
이런저런 구경했으니 이제 나는 갈랍니다
미륵님 하는 말씀, 아들 구형제 다 데려가거라……
미륵님께 하직허고 아들 구형제 안고 업고
앞세우고 뒤세우고 황천길 돌아나온다
허둥지둥 돌아오니, 오구대왕 오구마님
바리데기 기다리다 한 날 한 시 죽었구나
어화넘차 상여 두 채가 저만치서 다가오네
상두꾼아 내말듣소, 상여 여기 세워주오
우리아베 우리어매 얼굴이나 망종보세
이때에 형님네들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년아, 늬년은 어디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이년아, 우리 여덟은 부모 종신 했다마는
늬년은 어디갔다가 이제야 나타나느냐
바리데기 암말않고 관을 짚고 통곡하고
관을 열고 통곡하고, 피 살릴 물 내리뿜자
오구대왕 오구마나님 얼굴화색이 돌아오고
살 살릴물 올려뿜자 살이 불그레 살아나고
숨터질물 기우리자 숨터지며 일어나네
영감마님 거동보소, 손주 아홉 앞뒤에 앉히고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우리딸 무얼줄까
천하를 주랴 지하를 주랴 금을 주랴 은을 주랴
천하도 싫소 지하도 싫소 금도 싫소 은도 싫소
이내 소원 한가지 있다면, 배고픈 이 밥을 주고
헐벗은 이 옷을주고, 길가다 노자 떨어진 이
노자 듬뿍 쥐어주고, 떠돌이 잠 재워주다
서방 길, 인도환생 길 환하게 열어주고……
부디 저승길 훨훨가소, 뚜당땅! 뚱땅!
오늘 여기 망제님도 원통타 절통타 생각을 말고
해원축수에 노자 듬뿍받아
뒤돌아보지말고 훨훨 가소!
“그래, 가야지, 가야구 말구…….”
언니가 눈물을 닦으며 돌아선다.
모여섰던 사람들도 눈물을 훔치며 돌아선다.
별 단 개도 우릴 따라 나서며 울고 있다.

오랄 때는 언제고 등 떠밀어 가라는고
간다간다 나는 간다 널 바리고 내가 간다

어디선가 이런 노래가 들리고, 꽃상여가 고개를 넘고 있다.

돌아오소 돌아오소, 금일망자 돌아오소
아바마마 심줄받고 어마마마 젖줄받아
백년이건 십년이건 이곳으로 돌아오소
가마솥에 자진 밥이 움 돋거든 오마던가
살강 밑에 떨어진 쌀이 싹 돋거든 오마던가
춘삼월 봄이 오면 꽃 피고 잎도 피네
부유허는 우리 인생 한 번 가면 못오는 강
슬프다 어서 오소, 금일 망자 돌아오소

어디선가는 또 다시 귀신을 부르는 모양이다.
강신무를 추는 모양이다.
“그래, 그런데 , 산 사람들이 잊으면 잊을수록 우리는 희미해지다가,
그들이 아주 잊으면 우리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대.”
“서운해? 그게 서운해서?”
“아니, 서운하다기보다 그냥…….”
“난 모르는 얘기지만, 잊어야 살지. 산 사람은 살아야니까.”
“그래서,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기실 아까 그 굿 말이야. 그 굿도 그러니까 내 저승길 닦아준 굿이라구. 자기네 살려구. 자기네 맘편히 살리구, 불러서 보내려구, 그러니까 아주 잊으려구…….”
“그래, 아까 언니가 ‘나야, 나’라구 했던 말 생각나. 그런데 그 나가 누구야? 그리구 저 개는 또 뭐야? 전부터 아는 개?”
“한가지씩 물으렴, 그래야 대답을 하지…….”(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