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발달된 문명과 풍요로운 생활 여건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없던 때,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때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오히려 행복했었노라고 말하곤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실제로 사는 것은 불편하지 않게 되었어도 심정적으로는 그때가 오히려 편안했었노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더 나은 생활환경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에 조사연구 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한명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불안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불안의 정도가 심해지면 그것은 곧 두려움이 되고 만다. 이 두려움은 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시시때때로 의식의 표면 위로 솟아올라 우리의 일상생활을 불안하게 하며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게 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매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 저장되어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되는 장면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전세계인의 마음속에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며, 집단무의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무너지는 빌딩의 이미지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니고 살게 만들어 주었다.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몰론 고층빌딩과 이슬람교도들을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실제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어떤 일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두려움에는 실제적 두려움과 비실제적 두려움이 있는데, 이중에서 비실제적 두려움의 유형으로 사회적 두려움이라는 막연하고도 암암리에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 사회적 두려움 속에서 무엇인가 불안하고 근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그렇고 경제상황이 그렇고 교육현실이 그렇고 우리의 모든 의식 속에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언론매체가 그렇고 그렇다. 그뿐인가. 우리가 속해 있는 가정사가 그렇고 일터가 그렇고 개인사 또한 그러하다.

두려움이란 단어에는 ‘우리가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위험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는 것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몸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 소리 감정들은 외부세계의 실제적인 것은 물론 우리의 상상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속에서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지 못하는 바람처럼,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이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누구나 위험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권위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의 장벽 안에 갇혀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이 이 같은 두려움에 구속되어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이 같은 장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풍요롭고 편리해진 생활 속에서도 불안과 근심과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두려움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그 두려움의 바깥에서 살 때 우리는 우리의 정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정서적 자유는 우리에게 비실제적이고 사회적인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자유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