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용만이 왕따 탈출기


(지난호에 이어)
“오늘은 누가 먼저 읽을까?”
“저요!”
“저요!”
독서시간마다 아이들은 먼저 읽겠다고 아우성이다.
“오늘은 가위 바위 보해서 지는 사람 먼저 읽기다.”
“이기는 사람 아니고요?”
“그래야 재미있잖아.”
선생님 말씀을 듣고 아이들은 킥킥대며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그래도 용만이는 구석에서 아무 표정 없이 앉아있다. 용만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으려고 한다. 옆에는 커녕 앞에도 앉기를 싫어한다.
그것을 용만이도 아는 듯하다. 말은 안 해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니까. 용만이는 독서시간이면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빙빙 돌곤 한다.
“오늘은 동시집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어요> 돌아가면서 낭송하자. 이번 주 외울 동시는 ‘갓난아기’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동시 낭송을 했다. 그때까지도 용만이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쭈뼛거렸다.
프로그램 실은 네모난 4인용 밥상을 2개 붙여 놓은 곳이다.
“자리가 좁구나, 선생님 옆에 앉아라.”
선생님은 벽 쪽으로 비켜 앉으며 용만이를 앉혔다.
“자. 용만이도 동시 낭송해.”
선생님이 책장을 넘겨줍니다.
한참을 뜸 드리던 용만이가 입술을 달삭이며 작은 소리로 시를 읽기 시작했다.

갓난아기

어제까지
없었는데
오늘
있다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손톱도
작다

“잘 안 들려요.”
호동이가 크게 소리를 지릅니다.
“한 번 하기가 힘들지, 다음부턴 큰 소리로 잘 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늘 말이 없던 용만이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용만이 이리와 앉아라,”
일주일 후 독서시간이었어요. 용만이가 쭈뼛 거리면서 맨 나중에 들어왔다.
선생님은 늘 하던 대로 옆자리에 용만이를 앉혔다.
“안 돼! 앉지 마!”
그때 선생님 앞에 앉아있던 수진이가 두 팔로 책상을 가리며 못 앉게 했다.
“어허 ! 같이 앉아야지!”
“쟤하고 같이 앉기 싫단 말이에요!”
“자리도 넓지 않은데 다 같이 앉아야지.”
“싫단 말이에요!”
수진이가 볼멘소리를 하고 벌떡 일어섰다.
“용만이 하고 같이 앉기 싫어서 서서 있는 거야?”
“네.”
“책도 읽기 싫어서 공책에다 낙서 하고 있는 거야?”
“네,”
“…….”
선생님 얼굴이 뻘게지신 걸 보니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수진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배식을 돕겠다고 했다.
수진이이 옆에 독서선생님도 함께 서서 배식을 도왔다.
배식을 마치고 선생님은 수진이 옆자리에 앉아 함께 밥을 드셨다.
“수진아, 아까 너 때문에 선생님 화 많이 난 거 알지?”
“네.”
“네가 잘못한 거지?”
“네.”
“다음부터 그러지마. 반대로 생각해봐. 누가 너 한데 그러면 좋겠어?”
“…….”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고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