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다. 밥상을 차리는 것은 살림하는 주부들인데 우리 밥상을 염려하며 모두가 처한 위험을 알려보려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농민들이었다. 이 위험은 잘 살아 보자라는 구호아래 빨리, 많이, 보기 좋게, 이른 출하로 높은 이윤을 내는 농사가 1960년대 말부터 권장되면서 시작되었다. 화학비료공장이 서둘러 세워졌고 화학농약, 제초제, 성장촉진제, 비닐하우스가 농사의 기본처럼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녹색혁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농사의 현장에 있던 농민들은 해가 거듭 할수록 벌레가 죽고, 물이 오염되고 땅이 죽고 마침내는 농민들이 시름시름 앓아가면서 이런 농사를 멈추어야 한다고 나서게 되었다. 그 핵심에는 기독농민들인 정농회가 있었다. 그게 벌써 36년 전 일이고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주부아카데미에서 의식교육을 받고 난 후 주부수료생 모두가 소비자가 되어 함께 한살림생협, 정농생협을 만들게 된 것은 20년 전 일이다. 도시로 우리를 직접 찾아온 농민들이 밥상을 약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힘겨운 설득을 하면서 유기농산물을 도농 직거래로 살려내자고 호소했었다.

새문안교회에서 지난 2006년 한 해 친교봉사부장으로 나는 생명밥상을 차리겠다고 내걸고 많은 노력을 했다. 주일아침 노숙자를 위한 만나식사 350명, 주일 낮 예배식사 평균 1700명, 주일 저녁식사 평균 300명, 목요직장인 식사 및 경로대학 500명, 매주 최하 3000명이 이용하는 밥상을 차렸다. 친교실이 본당과는 또 다른 목회의 장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밥상을 차리는 곳이 아니라 창조질서의 보전의 결단이 실천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강단 위에서 설교로 하나님이 선포된다면, 교회 친교실 밥상에서는 하나님을 만나야 된다고 말이다. 생명밥상수칙 10가지를 써붙였다.

1. 만물을 창조하고 보전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한다.
2 매일 정오에 신음하는 피조물을 위해 기도한다.
3. 자연에서 울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4. 단순 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즐긴다.
5. 일회용품을 줄인다.
6. 가공음식을 줄이고 제철음식을 먹는다.
7.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를 즐긴다.
8. 신음하는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을 한다.
9. 쓰레기 제로 빈그릇 운동에 동참한다.
10. 환경주일 (매년 6월 첫주)을 지킨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생재료를 쓰는 것은 물론, 천천히 꼭꼭 씹어 공손히 잡수시도록 써 붙이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했다. 환경주일을 지키기 시작했고 퐁퐁의 50배의 세제와 이를 닦아내기 위해 헹굼물에 린스가 또 뿌려지는 세척기에서 세제 파이프를 모두 제거하고 80가지의 미생물을 배양해서 만든 EM Effective Micro-Organism 발효액을 세제로 썼다.

그러나 진정으로 교회의 생명밥상을 위해서 생명의 농산물을 올리는 것은 도무지 못했다. 우선 예산상의 문제로, 공급의 속도, 공급지의 거리, 충분한 양 등에 불편함이 있다고 기약 없이 미루고 있었다.

2007년 1월 중순경 급하게 초청을 하나 받았다.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이라는 단체에서였다. 주제는 <생명밥상운동을 위한 기독교 농민 및 도시교회간의 대화 모임 >으로 되어있다. 유기농으로 생명의 쌀을 짓는 농민들에게 생명밥상이 드디어 불려나갔다? 교회의 생명밥상이 온전해 지려면 유기농쌀을 밥상에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정부에서도 이제는 친환경농산물을 장려하지만 학교급식은 무농약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에 유기농쌀은 소비처를 찾지 못하고 쌀수입 개방의 물결 앞에 유기농농민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유기농쌀 한 말 사먹는 일은 미생물 번식 1주기당 80조 이상의 미생물을 살리는 일이고 땅 7평을 생명 있는 땅으로 살려 낸다. 먼저 소비자가, 아니 교회가 경제논리가 아닌 생명신앙고백으로 생명선교를 풀어가야 한다는 방향을 잡고 모임을 거듭하기로 했다. “생명의 쌀(유기농쌀)로 생명밥상을” 이란 구호아래 교회가, 또 각 가정이 서약식을 하기로 했다. 교회와 가정들이 이 일의 총무이시고 햇순식구이신 김광욱목사님(019-418-6346)께 연락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