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유보다 존재에 삶의 중심축을 두어야 한다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소유와 존재를 분리시킨 발상입니다. 그러나 실제 인간의 삶에서 소유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소유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존재만 있고, 소유가 없다면 온전한 '나'라고 볼 수 없습니다. 소유를 단지 생활의 방편으로만 여기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추상화시키는 것입니다. 삶이 무엇인가? 채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는 '소유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달리 생각해봅시다. 하나님의 창조행위는 하나님의 소유행위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행위가 관념이 아닌 활동일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몸'을 지닌 나는 이 세상에 소유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유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 불가분의 존재기반이 되는 거지요. 요한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나’라는 존재는 그 소유가 정당한 권리로 보장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자유하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서 소유가 박탈되었을 때 '나'는 노예나 진배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게 바로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노예 해방 사건은 소유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유권을 회복시킨 사건이기도 합니다. 요한의 정언대로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유가 배제된 자유는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자유 못지않게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소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소유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권리로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소유는 그것을 얻는 능력 방식 기회 제도에 따라 큰 편차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어떤 사람은 조금밖에 소유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계속 부자인데, 어떤 사람은 계속 가난합니다. 어린 아이는 스스로 소유를 획득하지 못하고 부모의 소유에 의존합니다. 젊었을 때는 소유 획득이 왕성한데, 나이가 들면 점차 소유 획득의 기회가 줄어듭니다. 부부간에도 소유 획득의 능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런 편차로 인해 인간 사회는 항상 복잡한 문제들이 야기됩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효 孝를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해야 효도 잘하는 것입니까? 소유행위로부터 멀어진 부모의 소유의 권리를 존중해드리는 것이야말로 효도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질만 드리면 효도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소유와 존재를 분리할 수 없기에 그럽니다. 물론 마음을 담은 공양이야말로 금상첨화이겠지요.

율법의 실천서인 레위기의 구성을 보면 처음은 하나님과의 계약이 있고, 다음은 하나님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제사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 즉 소유와 관련된 안식일, 안식년, 희년 등의 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법들은 아래서 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람마다 삶을 영위하다보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고 뒤틀어짐으로서 제 모습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서 가까웠던 이들이 원수가 되어 대적합니다. 창조질서를 파괴합니다. 안식일 안식년 희년은 바로 소유행위로 인해 뒤틀린 관계를 회복하여 소유의 정의를 확립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들려주신 '어리석은 부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내가' '내 곡간에' '내 영혼에' 라고 '나'밖에 모릅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부자'입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약 1:15) 했으나 '어리석은 부자'에게는 소용없는 말입니다. 정당한 소유는 나를 나 되게 하고, 나를 자유인으로 살게 합니다. 그러나 나밖에 모르는 소유는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됩니다. 우리가 '정당한 소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소유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서 얻은 소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었다 할지라도 소유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소유라면 정당한 소유라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정당하지 못한 소유 행위들에 대해 냉철한 눈을 지니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교회가 부자 되는 것만을 축복으로 여긴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공격하는 일입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를 외면하고 경쟁력만을 외치는 것 역시 인간 사회의 뒤틀림을 가속시키는 일입니다. 인간은 유한합니다. 인간의 소유도 유한합니다. 소유는 인간을 귀하게도 하고, 추하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