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관은 기공에서 완공까지 거의 5년이 걸렸다. 제일 먼저 세워진 건물은 강학당 講學堂이었다. 강학당은 주로 마음 공부하는 영성수련 장소로 사용한다. 서원 정신을 계승하고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을 잇는, 산돌관 건축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상징적 건물이다. 4년밖에 되지 않은 새 건물이지만, 벌써 바람과 비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고 마루가 일어나기도 하고 보수가 필요하게 되었다. 학부모들이 나섰다. 1~2학년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돌쇠모임>의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강학당 보수작업에 나선 것이다. 곰팡이로 검게 얼룩진 2층 난간을 싹 갈아내고 새로 오일스테인을 발랐다. 자비로 작업도구들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열심히 땀을 흘렸다. 아빠들만이 아니라 엄마들도 함께 했다. 온 몸에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얼굴에는 땀과 먼지로 얼룩졌지만, 웃음과 즐거움으로 넘쳐난다. 열댓 명이 마음을 모으고 반장의 지시에 따라 효율적으로 일을 나누니까 금방 눈에 띄게 강학당이 달라진다. 어둑어둑했던 난간이 많이 밝아졌다.

<돌쇠모임>은 학부모회 아빠들이 주축이 되어 학교의 낡은 시설들을 보수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노동으로 봉사하고 친교하는 모임이다. 그동안 장화창고를 새로 수리하고, 출입구에 입간판도 세우고, 교실문도 수리하고, 밭으로 내려가는 다리도 튼튼하게 보강하는 등 곳곳에 멋진 땀의 열매들을 남겨두었다. 학교 시설만이 아니라 때때로 지역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자는 뜻도 모아 앞으로 더 멋진 모임으로 키워나가려 한다.

학부모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텅 빈 교정을 둘러본다. 이곳저곳 학부모들의 손길이 묻어있다. 강학당 난간을 손으로 쓸어보며 부모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다. 기쁜 얼굴로 땀 흘려 일하던 부모님들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바로 오늘 산돌학교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요 산돌관의 정신이요 산돌학교 철학의 핵심이라는 것을! 그분들의 모습은 어떤 기도나 경건의 모습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 타인을 위한 노동만큼 아름답고 고마운 기도가 있을까?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벧전2,5)

산돌 부모님들의 땀과 정성을 통해 산돌관은 점점 더 신령한 집이 되어간다. 부모들의 마음은 산돌관의 주춧돌이 되어 자녀들을 거룩한 사제로 자라게 한다. 그들도 언젠가 부모가 되고 또 자신의 땀을 나누어줄 것이다. 좋은 건물은 이렇게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건물이리라. 그리고 그 집은 그 자체로 거룩한 힘을 지닌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평안하리라.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