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사용하는 주기도는 마태복음 6장 9-13절에 나오는 것입니다. 기존의 <개역 한글판>(1956/1961)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습니다. 밑줄 그은 부분은 개정판에서 바뀐 것입니다.

9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10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11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13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개역한글판 마 6:9-13)

그러나 <개역개정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습니다. 밑줄 그은 부분은 개정판에서 바뀐 것입니다.

9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10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11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13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개역개정판 마 6:9-13)

“나라이 임하옵시며”에서 “나라이”를 “나라가”로 바뀌었습니다. 옛날에는 “나라”를 “나랗”라고 받침을 넣어서 썼기 때문에 조사 “-이”가 붙었었는데 이제는 받침이 없이 “나라”라고 하니까 조사 “-가”를 붙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에서 “이룬”을 “이루어진”으로 고쳤습니다. 우리말에 본래 피동과 능동 구별이 엄격하지 않던 때에 이 주기도가 번역 되면서 피동으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 능동으로 번역되었었기에 이번에 그것을 현대의 문법으로 바로잡은 것입니다.

“양식을 주옵시고”에서 “주옵시고”를 “주시옵고”로 고쳤습니다. 현대의 우리말 문법으로는 이렇게 해야 맞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하여 주옵시고”도 “사하여 주시옵고”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로, “악에서 구하옵소서”도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등으로 바꾸었습니다.

별로 바뀐 것이 없습니다. 문법적인 교정 외에 내용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번역판들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스어 본문에 대한 이해를 달리할 때 그런 차이가 있는 번역도 가능합니다. 또 우리말에서는 존대법을 여러 가지로 달리 적용할 수도 있으니까 번역의 다양성은 더 복잡해 질 수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번역이 가능합니다. “아버지여”는 “아버지”로 바뀔 수가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 번역들도 있습니다. 존대법 언어에서는 “아버지여”는 맞지 않다고 합니다. “아버님”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대어를 친밀어로 바꾸어 “아빠”로 번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는 “(하나님께서 친히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오며”로 번역될 수도 있습니다. “이름” “나라” “뜻”이 현재의 번역에서는 아무런 수식어가 없이 나타납니다만 원문에는 2인칭 단수 소유격 대명사와 함께 나옵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your name, your kingdom, your will로 번역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말은 2인칭 단수 소유격 대명사의 활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언어여서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친밀어로 직역하여 “네 이름” “네 나라” “네 뜻”으로 번역해 본 적도 있습니다만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는 이가 “너”라고 하면 우리말의 존대법을 어깁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이름”, “당신의 나라”, “당신의 뜻”이라고 번역하기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당신”은 3인칭 존대는 되어도, 2인칭 존대로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신”은 부부간에는 친밀어이기도 하고, 모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싸움을 일으킬 만큼 상대를 무시하는 말일수도 있습니다. “뭐라구? 당신이라구?” 하며 싸우는 모습 흔히 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이라고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원문의 반영이 아니라는 점에서 늘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절대적인 이름과 나라와 뜻 앞에서는 수식어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그 말을 더욱 높인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 우리의 백 년 이상의 전통입니다. “이름” 하면 하나님의 이름이고, “나라”라고 하면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고 “뜻”이라고 하면 바로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지요. 어쨌든 그렇게 한 세기를 우리말에서는 이해해 왔습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은 후대에 첨가된 것이기 때문에 괄호 속에 넣었습니다. 여러 다른 나라말 번역들은 이 부분을 주기도의 본문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말 번역에서는 이 부분 역시 일찍부터 교회가 첨가하여 사용해 왔다는 전통을 따라 본문 안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원문에 없었다는 뜻으로 괄호 속에 넣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번역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개역과 개역개정판의 주기도, 표준새번역의 주기도, 공동번역성서의 주기도 등이 있습니다. 이 세 번역에 나온 주기도가 모두 나름대로 상이한 견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