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입니다. 알 중에서도 달걀입니다.
수많은 달걀 가운데서 나는 뽑혔습니다. 뽑힌 달걀이 나 하나만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어느 날 커다란 상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쇠로 만든 상자 속으로 우리들이 들어가자 덜커덕 문이 닫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웅웅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상자 속은 따뜻해졌습니다. 따뜻해지다 못해 나중엔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온몸이 근지러워졌습니다. 공기 주머니가 팽창하면서 노른자를 죄어 왔습니다. 씨눈에서 빨간 핏줄이 뻗어나왔습니다. 가느다란 핏줄이 노른자를 얼기설기 엮었습니다. 여러 개의 핏줄이 가로 세로 얽혔습니다. 그 핏줄 속으로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쉬면서, 팔딱이는 생명이 붙기 시작한 것입니다. 눈이 생기고, 부리가 생기고, 염통이 생기고, 발가락이 생기고, 날개가 돋아났습니다. 거기 보드라운 깃털도 돋아났습니다.
하얀 껍질 속에 한 마리의 병아리가 생긴 것입니다. 노른자도 흰자도 없어졌습니다. 그것들이 변해서 병아리가 된 것입니다.
“아이 더워!”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덥고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하얀 껍질을 부리로 쪼았습니다. 자꾸만 쪼았습니다. 껍질이 깨지며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바깥은 깜깜합니다. 그리고 웅웅거리는 이상한 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구멍을 넓혔습니다. 몸뚱이를 흔들며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놓았습니다. 더위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갑갑한 것은 조금 덜 했습니다.
쇠로 만든 커다란 상자 속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지금 막 껍질을 깨고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친구야, 안녕!”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친구야, 안녕!”
나도 어둠 속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부리로 껍질을 쪼아 구멍을 내고, 몸뚱이를 흔들다 보니 서로 부딪히면서 짐작이 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도 나처럼 기를 쓰면서 껍질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질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날 뿐이었습니다.
나는 두 다리에 힘을 모아 뒷발질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몸뚱이를 또 흔들었습니다. 곧 껍질이 깨지면서 몸뚱이가 거의 빠져나왔습니다.
“아이, 더워.”
“아이, 갑갑해!”
“세상이 뭐 이러니, 삐약!”
“깜깜 절벽이구나, 삐약!”
여기저기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웅웅거리던 이상한 소리가 그치면서 쇠로 만든 상자의 문이 열린 것입니다.
“아이, 눈부셔!”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나도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빛에 그만 두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온 몸에 소름이 끼칠 만큼 시원한 바람이 주위를 휩쌌습니다.
“구십구 퍼센트는 성공이야!”
처음 듣는 목소립니다.
“이놈은 똘똘한데…….”
커다란 손이 나를 감싸쥐면서 말했습니다.
커다란 손을 가진 아저씨는 입김으로 내 똥구멍을 훅 불어보더니 라면 상자 속에 던졌습니다.
나는 비틀거리다가 상자 귀퉁이로 가 붙어 섰습니다. 계속해서 많은 친구들이 상자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스물 하고는 스물하나라. 스물하나 하고는 스물둘이요, 스물둘 하고는 스물서이라…….”
라면 상자 속에는 부화기 속에서 막 깨어난 우리 병아리들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고야, 많기도 하다!”
“세상은 참 시원하구나, 그렇지?”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