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께서는 질문을 하시면서 뭘 잘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귀하 뿐 아니라 신도들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이 성서본문에 기록된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것을 성서를 잘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서 본문 자체가 서로 상이한 여러 정보를 동시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군인들이 제공한 포도주를 마셨는지 거절하셨는지 물으신 두 번째 질문부터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가복음서 15장 23절을 보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밖은 이들이 “몰약 沒藥을 탄 포도주 葡萄酒”를 예수께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것을 마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으나
예수께서 받지 아니하시니라
([개정] 막 15:23)

다른 두 복음서, 곧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에는 이것과 관련된 진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요한복음서에는 이것과 관련된 기록이 없습니다. 마태복음서 27장 34절을 보면, 예수를 십자가에 달은 이들이 포도주에 쓸개를 타서, 예수께 드려서 마시게 하려고 했는데, 예수께서 그 맛을 보시고서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하지 아니하시더라
([개정] 마 27:34)

같은 사건이 누가복음서 23장 36절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로마 군인들이 우리 주님을 조롱 嘲弄하면서 우리 주님께 신 포도주를 들이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 주님의 아픔을 측은하게 여겨 그 고통을 마취시키려고 해서가 아니라 조롱하면서 신 포도주를 들이댔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진술에 우리 주님께서 그 신포도주를 마셨는지 거절하셨는지에 관한 진술은 없습니다.

36 군인들도 희롱하면서 나아와
신 포도주를 주며 37 이르되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면 네가 너를 구원하라 하더라
(눅 23:36-37)

그러나 이 세 복음서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우리 주님께서는 군인들이 건네준 포도주를 마시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의 고통을 그대로 다 감당하셨다는 것입니다. 까무러치지도 않으시고, 숨이 멈출 때까지 고통을 그대로 받으셨습니다.

군인들이 십자가 처형을 받는 죄수들에게 일종의 마취제를 주는 일이 허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십자가에서 처형을 받을 때 기절을 한다면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생하게 깨어서 그 일을 당한다면 보는 이들도 괴로울 겁니다. 그래서 군인들이 처형 받는 이들에게 마취제를 먹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복음서에 보면 마취제는 다른 것이 아니고 포도주에다가 무엇을 탄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서는 “몰약을 탄 포도주”라고 하고, 마태복음서는 “쓸개 탄 포도주”라고 하고, 누가복음서는 그냥 “신 포도주”라고 합니다. 몰약 沒藥을 탔거나 쓸개를 탔거나 둘 다 초 酢처럼 시거나 쓴 맛을 내는 것입니다. 신맛과 알코올이 고통을 어느 정도 마비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당한 고통을 당했던 한 인물의 유사한 절규를 우리는 시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9 주님은, 내가 받는 모욕을 잘 알고 계십니다.
내가 받는 수치와 조롱도 잘 알고 계십니다.
나를 괴롭히는 대적자들이 누구인지도, 주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20 수치심에 갈기갈기 찢어진 내 마음은 아물 줄을 모릅니다.
동정받기를 원했으나 아무도 없었고, 위로받기를 원했으나 아무도 찾지 못했습니다.
21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그들은 나에게 독을 타서 주고,
목이 말라 마실 것을 달라고 하면
나에게 식초를 내주었습니다.
([새번역] 시 69:19-21)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