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2/2009	목차 (2009년 2월호, 제156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연재동화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영혼의 논리와 언어

영혼의 종교(The Soul's Religion) (60)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토마스 무어 지음

내가 전국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날 밤에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내가 가파른 차도 꼭대기에 서 있었다. 빨간 색의 픽업트럭 한 대가 언덕을 올라와서 꼭대기에 거의 다 왔다가 뒤로 밀려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언덕 아래로 후진하면 무섭게 가속이 붙었다. 바닥에 내려가서 들이받더니 공중으로 날랐다. 운전자는 여성이었는데, 여러 해 전에 나의 제자였다. 나는 그 트럭이 위험하게 후진하다가 전복될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결국 세게 땅에 떨어지면서 옆으로 누웠다. 달려가서 안을 들여다보고는 통곡을 하였다. 나는 운전자가 중상을 당했거나 죽었을까봐 겁이 나서 얼어붙은채 언덕 꼭대기에 아직도 서 있었다.

이 꿈의 주제는 나에게 익숙한 것이다. 나는 고지대에서 서 있었고 트럭은 거칠게 아래로 치달았다. 이미 고백한 바와 같이, 나는 날아다니는 사람이고 대단히 높은 자세와 계획이 익숙한 사람이다. 나 역시도 고도에 대해서는 두렵다. 이 꿈에서는, 트럭이 아래로 굴러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겁을 낸다. 그것은 죽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명백히 모든 일이 다 괜찮다. 아무도 다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생시에 그 운전자는 내가 알고 지내던 예술가였는데, 그 여성은 자신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융과 힐먼을 참고하면서 그 꿈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내가 언덕 위에 높이 서서 영적인 위치에 있는 반면에 그 여성은 아니마라고 생각하였다.

텔레비전 방송국에 갔을 때 나는 출연자 휴게실 green room에 혼자 앉아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스탭들이 계속 드나들면서 먹을 것도 갖다 주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해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꿈에 대하여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나는 더 현재적이며 가시적인 아니마와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어떻게 느껴질까를 상상하였다. 실제로 민감하고 지성적으로 예리하게 생긴 여성이 진행하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나는 아니마의 현존을 진짜 느꼈다. 그러나 내가 바랐던 것처럼 강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프로그램이 끝나고 집에 갔을 때, 인터뷰가 특별히 통렬한 맛이 났다고 코멘트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꿈이 나로 하여금 영과 영혼을 합치게 하는 내 자신의 과업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때에는 나의 직접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일반화 시킬 수 있다. 지금은 그 때 트럭을 몰던 구체적인 인물이 누구였던가 하는 것과 그 여성의 영이 어떻게 해서 나의 인생 속에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은 이 책의 중심 주제를 사로잡는다. 즉, 우리의 영성관 spiritual outlook을 심화시키고 어느 정도의 인간성과 감정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더 낮춘 영혼만이 제공해줄 수 있다. 그 꿈은 하강과 퇴행과 위험과 생존에 대한 정서적으로 생생한 이미지를 안겨준다.

여러해에 걸쳐서 꿈에 집중하다 보면, 사람이 점점 사실 속에서 보다는 더 상상속에서 살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그는 개인의 미스테리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꿈에 몰두하는 사람은 미술관이나 극장에 가면, 거기서 분위기와 환경과 등장인물들을 알아본다. 그는 꿈속에서 거기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원에도 가고 교회에도 가는데, 거기서 제 집처럼 편안하다. 왜냐하면, 종교적 경험의 상당한 부분이 본질적으로 꿈과 같기 때문이다. 꿈이 우리에게 종교가 제 구실을 하는 더 심층적인 곳에서 사는 법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 주며, 그런 식으로 우리를 준비시켜서 이미지들이 붙어있는 더할 수 없는 행복 bliss 속으로 살짝 떨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언어에 익숙하지 못하면, 우리는 길을 찾지 못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인 사람은 두드리네
공연히 시적 세계의 문을

에머슨, 일지

28. 거룩한 불합리

내가 여러 해 동안 살았던 수도원에는 명석하고 다정하며 재미있는 교리 신학 교수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과목을 라틴어로 가르쳤는데 무서운 속도로 내뱉듯이 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라틴어로 강의 노트를 작성해 놓고 나서는, 말하기를 고추와 소시지와 계란으로 조반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넘치는 기력으로 강의실로 와서는 트림하듯이 강의를 내뿜었다. 그는 삭막한 신학 강의를 하면서도 대단히 위트와 유머가 넘쳐서 고전의 우수성과 명제들을 다루는 여러 시간 내내 우리는 웃었다. 나는 신학이 보기만큼 합리적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매혹적인 것이라는 인상을 받으며 떠나왔다.

사실상, 종교는 일반적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길로서는 가장 지성적이면서도 합리성은 제일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학생 시절에 에라스무스 Erasmus와 토마스 아켐피스 Thomas a Kempis나 또는 다른 영성 작가들이 지성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고, “어리석음을 예찬”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종종 혼돈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반지성인가 하고 의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불평을 달리 이해한다. 그들이 반대한 것은 합리성이 아니고 합리주의였다. 그들은 순수한 지성이 신성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을 것을 믿지 못하였다. 그들이 과도한 정신을 반대하였다.

나 역시, 이해심과 의식을 강조함으로써 종교의 영혼과 영성적 심층을 터치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에 대하여 염려한다. 나는 거룩한 미스테리에 대하여 글 쓰는 것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살아왔지만, 내가 바라기는 지성적인 방식은 좋으나 지나치게 이지적인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이트가 말하기를 정신은 방어가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나는 인생길에 있어서 뒤늦게야 그런 관찰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주지주의에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순전한 통찰은 전적으로 다른 그 밖의 어떤 것이다.

종교는 미스테리로서, 오관과 통찰과 동시에 정신으로 인식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들은 그들의 손가락이 그들 나름의 지능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영성 교사들은 이미지와 종교의식과 거룩한 이야기 속에 있는 지성을 알아본다. 이런 거룩한 형태의 표현은 세속적인 정신으로 꽉 잡고 있는 논증과 측정의 흐름으로부터 우리를 건져낼 수 있다. 그런 거룩한 표현들은 합리적 공식에 저항하는 아주 특별한 앎을 우리에게 허용한다. 그러나 관점의 깊이를 제공해준다.

더블린에서 교외로 한 시간쯤 차를 타고 나가면, 거룩한 옛터가 많은 지역이 나온다. 뉴그레인지 Newgrange라는 그곳에 이르면 유명한 신석기 시대의 예식과 장례가 행해졌던 곳이 있다. 이처럼 경외심을 자아내는 곳에서는 영성 생활 속에 있는 간접적이고 주기적이며 신비스런 온갖 것에 대한 강력한 예를 만나게 해준다. 방 입구에 거대한 돌이 놓여 있는데 여러 방향으로 돌아가는 나선형에 새겨져 있다. 이런 나선형 이미지들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었으나, 내 생각에는 종교적 앎의 본질을 묘사하는 것 같다. 그것은 명백한 해답으로 이어지는 추론의 직선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의 깊은 곳으로 데려가는 나선형과 미로 같은데, 거기서 우리는 분위기와 형태와 결과, 상징 등을 통하여 인간 실존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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